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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특파원의 고향방문기2]아,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07-18 10:12:33 ] 클릭: [ ]

첫째날의 기록 ...흥분과 감격속에서 맞이한 고향

프랑카드를 들고 공항에 마중나온 친척 친우들

나는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선샤인(햇빛) 스테이트(주)라 불리우는 플로리다주 수부 탈라하시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탈라하시는 시정부와 대학교중심의 중소형 행정도시에 속하며 바다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다.

4월 11일 저녁에 출발하여 태평양을 날아 넘는데만 정확히 14시간 37분, 총 27시간을 경유하여 드디어 햇솜같은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햇살 찬연한 고향의 푸른 상공권에 들어섰다.

산과 강이 점차 륜곽을 드러내며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저도 모르게 빨라지는 심장박동소리를 느끼며 13일 정오경에 드디어 오매불망 그리던 고향 연길비행장에 서서히 착륙하였다.

빠른 걸음으로 공항검문소에서 이르러 입국수속을 밟고 서둘러 려행가방들을 챙겨 가지고 툭, 툭, 점점 더 빨리 뛰는 가슴을 눅잦히며 공항입구에 이르렀더니 꿈에도 상상 못했던 정경이 펼쳐져있었다.

<리화옥 친구야, 넘 반갑다!>는 프랑카드를 펼쳐든 친구들과 언니들, 조카들 이 어우러져 환한 웃음을 띄우고 꽃다발을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찰나, 온 몸의 세포까지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끼며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반가운 친구들을 얼싸 안았고 한덩어리가 된 우리들은 ”이게 얼마만이야!”, ”반갑다!” …기쁨의 환성을 올리며 행복의 도가니에 빠졌다.

중학교시절부터 순수하고 친밀한 우정을 키워오면서 서로의 부모와 형제와 조카들까지 보아오며 자라온 우리들이다.

내가 한국이며, 미국으로 떠날때마다 뜨거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고 고향을 방문할때마다 따뜻하게 맞이해주면서 함께 있든지 없든지 40여년남짓이 한결같이 끈끈한 우정을 이어온 송아지 친구들이요 죽마고우들이다.

언니 조카들과의 반가운 상봉(왼쪽 세번째가 리화옥특파원)

뒤돌아서서 다시 꿈에도 그리웠던 언니, 조카들일행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먼길 오느라 애썼다”,”너무 보고 싶었어요” …울먹이는 인사말을 나누며 가슴 벅찬 감격과 환희에 휩싸였다. 12년만에 만난 언니들과의 만남이란 그렇게 반갑고 행복할수가 없었다.

아, 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12년동안 갈라져 있어도 이렇게 가슴 뜨겁게 포옹해주는 언니들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구나!

공항을 빠져나오니 시원하게 확 트인 신작로 량옆에는 푸르른 가로수들이 하늘하늘 춤추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쪽빛 록화대들이 키돋음하며 나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부르하통하를 가로 지른 천지대교가 웅장하고 아름운 자태를 뽐내며 처음 보는 고향사람이라며 개선문인양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위챗에서 보아왔던 야경이 더 황홀하다는 그 멋진 다리였다.

아! 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보고싶던 친구들과의 반가운 상봉

하늘도, 구름도, 산천초목도 ,새롭게 들어선 대교도 그렇게 정답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게 한눈에 안겨와 나를 환영해 주고 있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곳이 바로 고향이구나!

자가용을 운전하고 마중나온 30대밖에 안된 조카사위가 대견하게 보여 몇마디 칭찬했더니 멋적게 웃으며 이 정도는 연길에서 보통이란다.

그동안 몇차례 고향방문에서는 공항에서 택시를 불렀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자가용에 앉아 집으로 향하게 되니 벌써부터 고향의 변화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느새 도심에 들어선 승용차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차량들 사이에 끼여 부릉부릉 신음하고 있었고 옆선의 차량들도 아스파트길이 좁다고 아우성이다.

새롭게 이곳저곳에 키 높이를 자랑하며 들어선 고층빌딩들을 바라 보노라니 방향감각이 잘 잡히지 않았고 아래층에 즐비하게 들어선 다양한 상가들은 번화한 거리분위기를 한층 흥성흥성하게 하고 있었다.

문뜩, 연변조선족 자치주 답게 오랜만에 보는 조선어와 중국어가 우아래로, 또는 좌우로 씌여진 간판들의 모습이 각별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국타향에서 오래동안 영문 간판만 보아 오다가 내가 애착하는 조선글로 된 간판들이 보란듯이 멋스럽게 걸려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노라니 얼마나 반가운지 활짝 온 얼굴에 웃음이 피여올랐고 마음까지 훈훈해졌다.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나온 조선어문 선생님의 직업의식의 발로인가?

아, 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내 민족 내 언어를 어디서든 볼수 있고 들을수 있어 몇십년후에 찾아 와도 몸에 깊숙히 배인 문화가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만끽할수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구나!

엄마가 생전에 계시된 아파트에 이르렀다. 지금은 셋째언니가 살고 있지만 엄마가 수없이 오르고 내리고 하셨을 층계를 한층한층 무거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엄마의 손때 묻은 출입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니 12년전에 엄마가 병석에 누워계시던 바로 그 곳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간다.

신발을 벗기 바쁘게 바로 그 자리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방바닥을 어루쓸어 보니 엄마의 체취를 느낄수 있을 듯 사무치는 그리움과 효도를 못해드린 후회가 갈마드며 뜨거운 감정이 북받친다.

<엄마, 죄송합니다!>…

언니가 안방에 정중히 모시고 있던 엄마의 사진액자를 두손으로 들고 나와 조용히 나한테 보여주었다.

“막내 딸이 왔구나.보고 싶었다! ” 하며 반겨주는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듯 나는 한참동안 사진액자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아, 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엄마의 사랑과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고 엄마의 넋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곳이 바로 고향이구나!

<무엇부터 먹을까?> 큰 언니의 물음이 끝나기도전에 <냉면!>,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큰소리로 대답했고 언니와 조카들은 한바탕 소리내여 즐겁게 웃었다.

북대 집 근처에 있는 복무대로 냉면집을 찾아 갔다.

구수하고 시원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있는 새콤 달콤한 육수,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메밀국수 면발, 고명으로 얹은 닭고기 완자며 얼큰한 양배추 절임도 옛날 그 맛이다. 육수전용 국자까지 딸려오고 고향의 후한 인심으로 양푼수준의 큰 그릇에 담아준 냉면의 량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그립던 고향의 별미를 맛보면서

12년만에 먹어보는 내 사랑 천하일미 연변냉면, 몸속 깊이까지 쫙 퍼지는 랭면 한그릇이 주는 만족감과 행복감은 타향에서는 절대 느낄수 없는 오로지 고향특허의 선물이였다.

아! 이게 바로 고향이구나!

어릴때부터 그 입맛에 길들여져 그 어떤 맛으로도 대체할수 없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먹거리가 있는곳이 바로 고향이구나!

저녁에는 언니네와 조카들 온집 식구가 단란히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불고기와 순대, 더덕구이, 명태조림 , 감자밴새 등 상다리 부러지게 풍성한 고향 음식을 나누면서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가족사랑을 마음껏 나누었다.

고향을 떠나 있어 큰조카 결혼식에만 참석했었는데 그동안 조카 셋이 모두 결혼하고 애 낳고 어느새 나를 낯설은 이모 할모니로 떡하니 승급시켜 놓았다.

상해에 있는 조카네와 일본에 가 있는 예비엄마 아빠로 된 조카네가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연길의 밤거리는 여느 대도시 못지 않게 고층건물들에서 명멸하는 오색찬연한 네온등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며 아름답고 황홀하게 변신해 있었다.

고향에 도착한 첫날 밤, 흥분과 감격속에 잠긴 나는 기분이 둥둥 뜬 가운데 도무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길림신문 미국특파원 리화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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