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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89] 민속가요 3부작과 〈꽃밭을 가꾸네〉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1-01-13 08:00:13 ] 클릭: [ ]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돐 기념 특별기획 대형구술시리즈[문화를 말하다 -89](허동철편5)

저는 자기 맡은바 방송업무에 충실하느라 밤낮없이 뛰여다녔습니다. 무게가 30-40근씩 되는 록음기를 메고 산골에도 찾아가 실황을 록음하고 심양, 길림까지 찾아가 록음하면서 자기 사업에 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가사를 별로 못 쓰고 감정과 정서를 축적하면서 생각나는 것들은 머리창고에 쌓아 두었다가 여유가 있을 때 종종 끄집어내여 창작하군 했습니다.

젊은시절의 허동철가족.

앞에서 얘기하였지만 명절이면 우리 가족들은 장모님댁에 모여 명절을 쇱니다. 1984년도 음력설을 장모님댁에서 지내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날에 집을 비웠으니 집을 덥히려고 부엌에서 풍구를 돌리며 불을 때는 데 불시에 누군가 문을 차고 들어섰습니다. 누구겠습니까? 바로 방룡철선생이였습니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랭돌같은 가마목에 풍덩 주저앉더니 “내가 새곡을 지었으니 들어보라.”고 하였습니다.

“딴따딴따딴따 딴따딴따 딴따다…” 하는데 듣는 그 즉시로치마폭을 나풀”, 씨름판이 들썽”,방울소리 딸랑”하는 가사가 떠오르더란 말입니다. 제가 남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래의 어떤 곡조가 한소절이라도 맘에 와 닿으면 령감이 떠오르고 거기에 맞는 가사 구절이 생각난단 말입니다. 바로 지금의 명절놀이 첫머리 가락을 들으면서 이런 구절이 떠올라 그것을 종자로 삼고 다른 내용을 갖다 붙인 가사가 바로 명절놀이입니다.

1

치마폭을 나풀 어데로 가느냐

귀동자를 안고서 어데로 가느냐

명절이라 즐거운 날

공원놀이 떠난단다

흠—귀동자를 흠—안고서

명절이라 즐거운 날

공원놀이 떠난단다

2

방울소리 딸랑 누가 그네 뛰느냐

옷고름을 날리며 누가 그네 뛰느냐

재간 많은 우리 시누이

그네놀이 성수났구나

흠---옷고름을 흠—날리며

재간 많은 우리 시누이

그네놀이 성수났구나

3

씨름판이 들썽 누가 황소 탔느냐

붉은꽃을 달고서 누가 황소탔느냐

힘장수인 우리 랑군님

나를 보고 웃는구나

흠—붉은꽃을 흠—달고서

힘장수인 우리 랑군님

나를 보고 웃는구나

한국화 가수

이 노래를 연변가무단의 가수 한국화가 불렀는데 괜찮게 불렀습니다. 방룡철선생이 한국화를 방송국 구락부에 불러다 놓고 반나절이나 련습시켰습니다. 저는 그저 옆에서 지켜만 보았습니다. 지금은 연변가무단의 임향숙가수가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연변인민방송국 노래자랑에서도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당시 9.3명절 때면 공원운동장 에서 경축행사 전후에 이 노래가 련속 확성기에서 울려나와 경축행사장의 분위기를 화끈 달구기도 하였습니다.

중국인민해방군 복건전선방송국에서 대만에 보내는 문예프로에서도 이 노래를 방송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연변인민방송국 내가 즐기는 프로상도 받았는데 11수가운데서 제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한번은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우리 가족을 취재할 때 저의 아들도 시인인데 아버지의 작품가운데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가사가 명절놀이라고 하면서 이 노래를 직접 불러 텔레비죤방송에도 나간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허동철 작사가의 가족사진.

이 노래는 그네나 씨름같은 민속내용을 담은 노래인데 이 가사에서 제가 제일 흡족해 하는 구절은 “재간 많은 우리 시누이 그네놀이 성수났구나” 바로 이 대목입니다. 왜 그럴가요? 바로 우리 생활의 진실을 예술의 진실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입니다. 기실 우리 생활에서는 시누이와 올케사이가 좀 미묘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올케가 시누이를 칭찬하는, 이뻐하는 가사구절로 노래의 의미를 더 살려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쓴 가사가운데서 민속소재로 된 노래가 몇 수 더 있는데 첫째는 오래오래 앉으세요이고 두번째는첫날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연변인민방송국의 리송영 국장님이 로인들의 환갑노래를 썼으니 이번에는 청년들의 결혼잔치노래를 써보라고 하기에 쓴 것입니다. 첫날의 노래 가사입니다.

장가를 간다고 그리 좋을가

시집을 온다고 그리 수줍을가

꽃을 달고 입 못 다문 신랑이요

너울 쓰고 고개 숙인 신부로구나

눈이 맞은 원앙새

눈이 맞은 원앙새

마음도 서로 맞추어

첫날 언약 백년을 지켜가세나

이 가사에서는 우리 실생활 속 신랑신부의 잔치날 정경을 비슷하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가사를 당시 어릴 때 타향에서 시집온 새각시들이 너울을 쓰고 수줍어하던 모습을 먼 발치에서 재미있게 지켜보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의 6촌형님 허동활(연변연극단 연극배우, 감독)이 우리 누님의 결혼잔치에 왔다가 뒤집 아가씨한테 첫눈에 반해서 그 즉시로 그 집에 들어가 청혼을 했다던 얘기도 생각났습니다.

6촌형님 허동활선생님을 모시고.

그 때 당시는 결혼하자면 부모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우리 형님은 일본류학까지 다녀온데다 눈에 정기가 돌고 코가 우뚝 솟은 잘 생긴 총각이라 그 집에서도 인차 동의를 하였답니다. 그래서 형님은 얼마 안되여 잔치를 하고 뒤집 이쁜 처녀를 색시로 집에 데려갔다고 합니다. 우리 집 잔치에 왔다가 뒤집 처녀와 눈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너울 쓰고 고개 숙인 신부로구나”, “눈이 맞은 원앙새” 이런 가사구절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이 노래는 널리 퍼졌는데 그 때 당시 청춘남녀의 결혼식 록화테이프에 이 노래가 어김없이 들어갔댔습니다. 한번은 안도현의 친척집 잔치에 갔었는데 역시 첫날의 노래를 악대가 연주하더구만요. 이 노래 역시 연변인민방송국 ‘내가 즐기는 노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민속의 노래 첫날의 노래, 오래오래 앉으세요, 명절놀이이 3부작으로 하여 정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3부작은 ‘나는 민족의 아들이다'.‘나는 민족의 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외 민속을 소재로 한 초샌주 김치 띵호와와 같은 작품도 있고 사진 한장 모셨네,샘물집에 운이 트오 등 작품도 있습니다.

〈명절놀이〉를 열창하고 있는 연변가무단 윤행성 가수.

50년대에 우리 조선족들이 즐겨부르던 외국가요〈홍매화는 피였는데〉라는 노래가 있습니다.“홍매화는 피였네 들과 시내가에/사랑하는 사람아 왜 오질 않나/홍매화는 피였는데 왜 오질 않나” 이 노래는 쏘련시인 이사꼽스끼가 이미 나온 곡에다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저는 이사꼽스끼의 이 노래를 너무나 즐겨 불렀습니다.

저도 타고 났는지 키웠는지는 몰라도 이사꼽스끼처럼 있는 곡에다 가사를 곧잘 엮어내는 재간이 있습니다. 1982년의 어느 봄날입니다. 역시 방룡철선생이 곡을 써가지고 찾아와서 한번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가 흥얼흥얼하며 첫머리의 몇가락을 들려주는데 듣자마자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의 약동하는 모습이 안겨왔습니다. 그래서 “왔구나 왔구나 봄날은 왔구나”이렇게 시작을 떼고 쓴 가사가 꽃밭을 가꾸네입니다. 그 당시는 문명건설의 고조가 한창인 때인지라 정신문명을 부여하여 가사를 썼습니다.

왔구나 왔구나 봄날은 왔구나

앞집도 뒤집도 모두 나와서

뜰안에 길가에 꽃나무 심네

꽃나무 심네

아 백화가 피여나는 화원에

마음의 꽃도 행복의 꽃도 아름답게 가꿔가자

이것이 1절 가사이고 2절, 3절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피였네 피였네 곱게도 피였네/ 백일홍 봉선화 곱게 피여나/ 오가는 사람들 반갑게 맞네/ 반갑게 맞네/ 아 백화가 피여나는 화원에 / 마음의 꽃고 행복의 꽃도 아름답게 가꿔가자", "좋구나 좋구나 봄날은 좋구나/ 마당의 꽃들은 향기 풍기고/ 마음의 꽃은 단꿈을 키우네/ 단꿈을 키우네/ 아 백화가 피여나는 화원에/ 마음의 꽃도 행복의 꽃도 아름답게 가꿔가자"

국무원 환경보호위원회 세계환경일 가요평의에서 고무상을 받은 가사 〈꽃밭을 가꾸네〉.

이 노래는 그 때 당시에 정말 히트를 쳤습니다. 요청음악프로에서 요청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부르는데 만도 한참 시간이 걸렸습니다. 3척동자들까지 다 불렀습니다. 어느 해 설에 장모님댁에서 일가친척 오락회가 벌어졌는데 그때 우리 집 애가 여섯살인가 되였습니다.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이 노래를 부르더군요. 처남댁 딸애도 서너살 되였는데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역시 이 노래를 불렀는 데 “앞집도 뒤집도”를 “앞집도 앞집도”로 불러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애들까지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글 구성/ 김청수기자

사진 영상/ 김성걸 김파 정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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