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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상기33] 입은 재앙의 근원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1-02-05 10:37:26 ] 클릭: [ ]

중국 5대 10국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 즉 다섯 왕조에 거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명의 임금을 섬긴 재상이다. 그는 설시(舌詩)라는 제목의 시로 자기의 처세관을 후세인들에게 이렇게 남겼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閉口深藏舌(페구심장설)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기만 한다면.

安身處處宇(안신처처우) : 가는 곳 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여러 지방정권(10국)이 흥망을 거듭한 정치적 격변기에 20년이나 재상으로 일한 비법이 말조심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풍도의 처세술에 대한 총화이다.

우리말에도 흡사한 속담이 있다.

・세치 혀 밑에 도끼 날이 들어 있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내 뱉으면 못 줏는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침묵은 금, 웅변은 은 (沈黙は金、雄弁は銀)

・꿩도 울지 않으면 총에 맞지 않는다(雉も鳴かずば撃たれまい)

・입은 재난의 근원(口は災いの元)

모든 속담의 의미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짧은 387일간의 임기 기간에 여러가지 부적절한 발언으로 각계의 비난을 받았던 일본의 제85,86대 총리 모리요시로(森喜朗)가 요즘 녀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일본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도꾜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인 모리씨는 2월 3일에 있은 JOC 평의원 회의에서 “녀성이 많이 참가한 리사회는 시간이 걸린다. 녀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므로 누가 발언하면 자기도 발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여긴다. 하여 누구나 다 발언하려 한다.”는 녀성비하적인 말을 하였다. 국내외 여론이 그 발언에 대한 비난에 박차를 가하면서 회장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모리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상기 발언을 철회하였지만 여론은 여전하다.

한편 네티즌들은 모리씨의 발언은 올림픽정신에 위반되며 일본의 남존녀비 의식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으로 된다고 비난이 쌓이고 있다.

3년전에 썼던 일본인상기 <전통인가 아니면 인명인가?> (2018년 4월 9일 발표)를 떠올리면서 변화되지 않는 낡은 의식의 존재를 다시 한번 비판하고 싶어진다.

2018년 4월 4일, 일본 교토 마이즈루(舞鶴)시에서 있은 봄철 오오즈모(大相撲:일본전통씨름)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시장이 갑자기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다. 긴급한 상황에서 관객석에 있었던 두 녀성(간호사)이 도효(土俵:경기장)에 올라 구급조치를 취하게 되였고 잇따라 다른 두명의 녀성도 도효에 오르게 되였다.

두 녀성이 심장 맛사지를 진행하는 도중에 경기장내에서는 “녀성분들은 도효에서 내려 와 주십시오.”“남성분들이 올라 와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세번이나 있었고 더우기 관객석으로부터 “내려오라!”는 웨침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환자를 두고 잠시 주저했던 두 녀성이 도효에서 내려 오고 때마침 도착한 구급일군에 의해 환자는 병원으로 호송되였다. 구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남성이 현장에 없었던 상황에서 자칫하면 인명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던 그날 안내방송이였다. 한동안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여론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따라서‘전통이냐? 구명이냐?’라는 재래의식에 대한 의문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스모(相撲)계를 흔들었다.

1500여년전, 농경민족인 일본인들의 신도(神道)의식에서부터 생겨났다는 스모,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일본 특유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경기장인 도효(土俵)가 신성한 장소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도효에 녀성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오래된 신도(神道)의 전통을 주장하는 일본스모이지만 거기에는 전통이라는 명목하의 남녀차별 유전자가 뿌리박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공개한‘큰’사건이였다.

<전통인가 아니면 인명인가?>의 ‘뼈대'를 다시 한번 옮긴다.

“오랜 세월을 두고 내려온 풍습이거나 신앙,경향에 대한 유형 혹은 무형의 계승을 전통이라고 한다면 그 전통 역시 력사와 더불어 개변되고 바로 잡혀지면서 나날이 승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고대로 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게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 아닌가. 인간의 정신적인 성취감만을 놓고 보아도 관례와 계통만이 아닌 인간자체의 리해와 납득이 동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계승이 아닐가 싶다.

메이지(明治)시대 이전에는 녀성스모가 존재했다는 력사기재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도효에 녀성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전통도 중도에 새롭게 정해진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전통여부를 론하기전에 그번 일은 녀성에 대한 현재 일본사회의 심한 차별경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차별을 피하기 위해 피부색갈, 년령 등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으며 일본인 특유의‘모호함'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현재 일본사회에서 아무리 전통을 중시하는 장소라 하지만 공공연하게 “녀성은 내려 오고 남성은 올라 가라”고 하다니…

전통의 원격조정에 의한 현존감 비슷한 고리타분한 규정이 죽느냐 사느냐의 현실적인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거침없이 지켜져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본능조차를 억제시키는 격이 아닐가 싶다.

3년전 그번의‘사건'을 두고 스모협회가 여러모로 사과를 했지만 한동안 사회적인 실망과 분노는 여전하였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고나니 그 때의 그일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 아마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까마득히 잊혀져가고 있을 것이다. 그 일로 인해 그 때와 류사한 아나운스를 하면 안된다는 매뉴얼이 만들어졌을 것 외에 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데 의하면 경제, 교육, 정치, 건강 등 4가지 분야에서 세계 남녀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를 분석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세계 153개 국가 중 일본녀성의 지위도가 121위였다고 한다. 물론 정치참여에 관한 중시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고 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남성들과의 임금차이 등 홀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존녀비'‘남녀평등'에 대한 일본의 뿌리깊은 의식은 언제쯤 탈을 바꿀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문제로 되고 있다.

/일본 특파원 리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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