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닫기

[평론]새천년전후 조선족문단에서의 산문의 굴기와 그 전망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4-01-23 09:38:07 ] 클릭: [ ]

[문단기획] 새 천년 전후 조선족문단 진단(2)

1.새 천년 전후 조선족산문문학의 개척자 김학철

1980년대 말 재미한국인 수필가 리계향녀사가 연변을 방문했을 때 《연변에 수필가들로 어떤분들이 계시는가요?》하는 물음에 우리들이 석연치 못한 대답을 했던것처럼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조선족문단에서 산문은 아직 립지를 굳히지 못했으며 따라서 이렇다고 내놓을만한 산문집이나 산문가나 수필가가 별로 없었다.

이처럼 산문창작이 부진한 상태를 개변시키고 조선족산문문학의 터전을 개척하여 기존의 소설, 시, 극문학 등 전통적문학양식들과 비견할수 있는 어엿한 문학양식으로 성장할수 있는 토대를 닦아놓은분이 바로 중국조선족문학의 대부로 일컬어지고있는 김학철이다. 장편소설 《격정시대》를 탈고한 1985년 이후부터 2001년 9월 타계할 때까지 김학철은 그가 선언했던것처럼 《산문하고는 아예 해로동혈(偕老同穴)》을 했다. 말하자면 김학철은 1980년대 후반기부터 소설창작으로부터 산문창작에로 완전히 전향했다.

김학철은 15년 남짓한 사이에 400여편의 산문을 창작했는데 이런 작품들은 8부의 산문집으로 국내외에서 출간되였다. 특히 이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것은 로신의 잡문을 배워 창작해낸 수많은 잡문들이다. 김학철은 자기의 잡문을 《사회의 병집을 베내거나 도려내는 수술칼》이라고 정의를 내린바 있는데, 이는 잡문을 사회의 암흑과 비리를 향해 던지는 《비수와 투창》으로 간주했던 로신의 잡문관과 일맥상통하였다. 김학철은 《편안하게 살려면 불의를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면 불의에 도전하라.》는 자기의 모토대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이 세상의 모든 불의와 비리, 병페를 향해 《시효도 국경도 없이》 날카로운 수술칼을 들이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김학철은 로신의 잡문을 자기식으로 소화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중국조선족 내지 세계 우리 글 문학권의 문학양식계통속에 잡문(杂文)이라는 이 새로은 양식을 이식(移植)하는데 완전히 성공했으며 아울러 중국조선족문단에서 산문창작의 튼튼한 토대를 닦아놓았다.

2. 1980년대 중반 이후 조선족산문의 굴기와 흥성

중국조선족문단에서의 산문문학의 흥성과 발전은 김학철 같은 개척자들의 공로와 더불어 기타 객관적사회여건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련관돼있다. 이를테면 개혁개방의 심화와 발전에 따라 우리 조선족작가들은 자기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사색을 표현해야 하겠다는 창작적충동이 날이 갈수록 강렬하게 생기게 되였다. 그리고 산문문학의 흥성과 발전은 또한 1990년대 이후 점차 변화된 독자들의 심미취향이나 기대시야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조선족독서계에는 소설이 많이 읽혀졌었지만 새 천년을 전후해서는 사실에 바탕한 비허구적인 수필, 전기, 회억록, 기행문, 보고문학, 실기, 문화력사산문 같은 논픽션이 많은 독자들의 환영을 받게 되였다. 바로 이런 독자들의 심미취향과 기대시야의 변화에 부응하여 중국조선족문단은 산문의 호황기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이런 산문호황기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남성수필가들로는 정판룡, 조성일, 리상각, 오태호, 문창남, 장정일, 정인갑, 황유복, 한춘, 김병민, 김관웅, 김호웅, 류연산, 최균선, 장춘식, 김재국, 서영빈, 우상렬, 김두필, 리홍규, 조광명, 허무궁 등을 들수 있다. 그리고 산문창작의 흥성과 발전은 개인산문집의 대량 출현에서 가장 잘 보여지는데 지금까지 수백권의 개인 산문집이 출간되였다. 산문이 새 천년 전후에 많은 창작실적을 쌓아올리고 산문가 대오가 확충됨에 따라 산문평론과 산문창작리론연구도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수필창작론》(김관웅, 2007년)은 수필창작의 흥기와 더불어 나타난 중국조선족문단에서의 첫 수필창작 관련 리론저서이다.

산문의 신속한 굴기와 더불어 새 천년 이후에는 《연변단풍수필회》, 《연변어머니수필회》, 《북경삼지마을문학회》 등 산문문학동인단체들이 창립되여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여오고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김영금, 김양금, 리선희, 최기자, 리화숙, 양은희, 최순희, 김영옥 등 많은 녀성문인들이 산문창작의 번영을 위해 계속 노력했을뿐만아니라 차순복, 리영애, 강정숙, 김순희, 김순녀, 남복실, 리진화, 신영애, 오경희, 김점순, 리경자, 주향숙, 박련희 등 녀류수필가들이 대거 수필창작을 통해 문단에 데뷔함으로써 산문창작대오가 획기적으로 장성하게 되였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새 천년에 들어서 연변작가협회에서는 수필창작분과를 새로 설립하기에 이른다.

산문의 신속한 굴기로 하여 중국조선족문학의 전반 구조적차원에서 본다면 산문은 소설과 시와 더불어 명실공히 삼족정립(三足鼎立)의 태세를 이룩하게 되였다.

3.새 천년 전후 조선족산문의 변화와 발전

산문은 그 양식이 다양하고 그 소재가 광범위하여 그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이 무한하다. 새 천년 전후 조선족산문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는 문화산문이나 테마(주제)수필, 퓨전(융합)수필의 속출이라고 할수 있다.

문화산문은 새 천년을 전후하여 중국조선족문단에 새롭게 등장한 산문의 새로운 양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란 광의적인 문화로서 력사, 철학, 문학, 예술, 민속 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포함하고있기에 이른바 문화산문은 력사에 치중점을 두거나 혹은 예술에 치중점을 두거나 혹은 민속에 치중점을 두는 등으로 그 양상이 다양하다.

중국조선족문화산문창작의 개척자는 류연산이다. 류연산은 새 천년을 전후하여 《혈연의 강》(상, 하, 1999년) 등 여러편의 력사산문집을 국내외에서 출간함으로써 력사산문창작의 길을 터놓았다. 중국조선족의 백년 남짓한 이민사, 정착사, 투쟁사를 주축으로 한 력사산문집 《혈연의 강》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중국조선족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필자의 졸저 《력사의 강, 두만강을 말한다》(상, 중, 하, 2012년)는 류연산의 력사산문의 뒤를 이어서 나타난 력사산문으로서 수필형식을 빌어서 쓴 두만강류역의 수천년에 달하는 력사문화사라고 할수 있다. 즉 이 작품은 력사와 수필을 접목시킨 테마수필, 퓨전수필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테마수필이나 퓨전수필의 창작실천은 필자의 《예술만필》에서도 나타난다. 이 《예술만필》은 세계인류예술사상의 중요한 예술가, 예술사조, 예술현상들을 통속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으로서 수필형식으로 쓴 세계인류예술사라고 할수 있다. 물론 이런 테마수필이나 퓨전수필은 그 창작실험이 구미 여러 나라들에서 이미 오래전에 행해져왔기에 《실험》이나 《창조》와는 인연이 없다. 다만 조선족문단에 이런 새로운 수필양식을 인입했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공헌이 있다고 할수 있다. 이밖에 2013년 제1기부터 《연변문학》에 련재되고있는 《세계문학의 거울에 비춰본 우리 문학》은 비교의 시각과 수필의 표현방법을 동원한 중국조선족문학에 대한 비교문학적연구라고 할수 있기에 역시 테마수필, 퓨전수필의 범주에 속한다. 말하자면 비교문학론문의 내용과 수필의 표현형식을 접목시킨 퓨전수필이다. 메타포(은유)를 동원하여 설명할것 같으면 퓨전수필은 마치도 조선 함경남도 북청의 배나무가지를 베여다가 연변 당지의 돌배나무뿌리에 아접을 시켜 만들어낸 사과배나무처럼 혼종성(混种性)을 갖고있다고 할수 있다.

그리고 부언하고싶은것은 이런 테마수필이나 퓨전수필의 출현은 결코 개별적인 수필가들의 문학적추구나 기호에 의해 나타난것이 아니라 중국조선족 독자군의 다원화와 그에 따르는 심미적취향과 기대시야의 변화에 부응한것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도시문화의 성격은 대중문화의 수요와 함께 고상하고 우아한 엘리트문화에 대한 정신적수요도 파생시키기때문이다. 즉 수용대중들의 문화수준이 날따라 향상됨에 따라 열독대상으로서의 적잖은 책이나 글들은 학자들의 서재로부터 문화품위를 추구하는 사회상의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확산돼가는것이 오늘날의 중국조선족독서계의 추세이기도 하기때문이다.

4. 향후 산문창작에 대한 전망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시대를 지식경제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가 바로 지식의 대중화 추세이다. 지식성을 중요시하는 산문은 이러한 시대적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할수 있기에 향후 산문의 발전과 번영은 의심할바 없다.

그리고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문화의 형식과 내용이 변하고있다. 여기에서 《변하고있다》는 말은 그만큼 문화가 다양해져서 다원문화가 공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다원문화공존의 지식경제시대에 있어서 기존의 통념이 파괴되여 문화의 상대성이 보다 두드러지게 된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이 시대는 다양함이 인정되고 그 다양함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는 시대이다. 바로 인간의 개성시대를 말한다.

산문, 특히는 산문의 중핵인 수필은 예술적허구의 창조성보다는 자기중심적이고 고백적인 성향이 높다. 그러므로 오늘날 인간의 개성시대에 있어서 수필을 중심으로 하는 산문문학은 마치 물 본 기러기나 꽃 본 나비처럼 자기 발전의 가장 적절한 객관사회환경을 맞이하게 된것이기에 산문문학이 앞으로도 계속 호황기를 누릴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의 산문문학이 독자들의 기대시야에 맞춰서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우리 삶의 현실은 그만큼 개선될수 있을것이며 우리의 산문문학도 계속 번영하고 발전하게 될것이다.

  /김관웅         

0

관련기사 :
 
연변부동산
21세기중국정보사이트-백두넷
한길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