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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옷솔기를 번져보며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6-02-29 16:03:01 ] 클릭: [ ]

엄마의 모시적삼을 개이다가 살짝 비치는 솔기의 가느다란 선이 한눈에 안겨왔다. 이은 자리를 감쳐 완성되는 정성스러운 솔기의 단아함에 그저 지나칠수 없었다. 엄마의 드높은 삶의 열정까지 휙― 함께 감쳐진 솔기앞에서 따진 솔기를 깁고 뒤로 번져지지 않게 량쪽으로 펴고 매만지며 삶의 모양새를 바로잡던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늘 가정의 안녕을 바라던 엄마의 합장된 기도의 손끝 같아 다시 모시적삼을 살며시 번져서 솔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분명 엄마의 깊은 사랑 같다. 새지 않는 정 같다.  엄마가 《수술》한 삶의 《수술자리》 같다. 《불신》을 잘라내고 풀려지는 사랑을 꿰맨 자리 같다. 시집살이하며 벌어진 가슴의 상처를 사랑의 실로 꽁꽁 박은 자리 같다. 

설음의 허기진 삶을 옷솔기에 꽁꽁 숨기며 두 장(기쁨과 슬픔)을 마주대고 촘촘히 감쳤을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다. 가족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봉합선일가?! 내색없이 보듬고 아끼는 가족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촘촘히 박혀 올올이 옷솔기로 서있다. 자녀들의 풀어진 자리를 한뜸한뜸  꺾어박아 사랑을 엮은 솔기로 세월을 세우며 엄마는 내면에 삶의 지혜를 솔기처럼 오롯이 세웠으리라.

솔기는 엄마의 삶의 자세이고 헌신정신의 《도로표식》이다. 가정의 규범과 속박에 묶어두려는 솔기(엄마)의 깊은 속내를 이제 짐작할수 있다. 엄마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도  늘 자신을 알맞게 재단하여 가문을 지키는 옷솔기로 안쪽의 고단한 하루하루를 지혜롭게 이겨냈다. 엄마는 며느리로서의 시집살이와 안해로서의 내조와 엄마로서의 뒤받침으로 명실공히 《솔기》가 되여 언제 한번 《하얀 셔츠》처럼 번듯하게 세상에 당신을 드러낸적이 없다. 《하얀 셔츠》는 아버지였고 자식들이였다. 평생 엄마는 남편과 자식들을 번듯하게 세상에 내세우려고 달갑게 《하얀 셔츠》 안쪽의 솔기가 되여 떨어진 셔츠의 단추도 제자리에 달아주고 따진 겨드랑이 솔기도 꿰매며 수많은 세월의 바늘에 찔리면서 살아왔다. 

옷을 입으면서 솔기에 감사해하는 사람이 있을가?!

솔기가 닳아떨어진 바지단 같은 엄마, 엄마는 옷솔기에 사는 시름과 걱정과 슬픔과 서러움을 숨기고 그 가난의 힘든 삶을 견뎠다. 《하얀 셔츠》의 따짐을 막기 위하여 엄마는 얼마나 든든한 마음의 실로 촘촘히 자신을 휘감고 박았을가. 한뉘 책을 보고 공부하는 남편을 만나 가정의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하면서 엄마는 밤마다 삯바느질하여 가난과 생활을 기웠다.  그때 따진 《삶의 솔기》를 꿰매는 엄마의 손길은 자식들의 따진 마음까지 기우면서 아예 옷솔기로 돼버린건 아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옷솔기》로서의 엄마는 얼마나 답답했을가.

엄마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와 우리가 입을 옷과 양말 등을 일일이 체크한후 밥을 지었다. 항상 쌀이 모자라서 깎은 감자는 얼마이고 삶은 시래기는 얼마였던가. 달마다 아버지의 월급으로 쌀과 콩기름을 타오면 돈이 얼마 남지 않는데 네 자식들의 옷과 신발은 늘 펑펑 구멍나고 돈 쓸 일은 그냥 생기여 엄마의 이마에는 솔기 같은 주름이 늘어났다.  70년대는 옷이 단벌이여서 인츰 해졌다.  배고파도 엄마, 필기장이 없어도 엄마, 옷이 따져도 엄마, 추워도 엄마, 옷과 이불과 신발이 더러워져도 엄마… 그 많은 일들을 엄마는 솔기로 받아냈다. 엄마만 부르면 모든것이 다 해결되였다. 내 기억에 엄마는 밥을 짓고 돼지죽을 끓이고 옷을 깁고 씻어주면서 식구들을 수발하는 《가련한》 존재였다. 

엄마라고 왜 가정에서 《솔기노릇》만 하고싶었겠는가. 따진 솔기는 엄마의 상처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왜서일가? 삶이 스산할 때는 엄마는 옷솔기를 가늘게 곱솔로 바느질했다. 아마 모든 일이 잘되라고 념원하는 엄마의 마음이고 모든것을 혼자 담당하는 엄마의 고운 심사였을것이다. 저녁 설겆이가 끝나면 엄마는 일일이 식구들의 옷을 번져가며 실밥이 닳아진것이 없는가 살펴보다가 박은 솔기우로 꼭꼭 박음질을 더했다. 엄마의 《삶의 솔기》는 고왔다. 등잔밑의 솔기라서 쓴맛이 아니였고 백열전등밑의 솔기라서 고소함이 부족한것이 아니였다. 

  기다림의 솔기는 또 어떠했는가. 아버지가 언제 올가고 내가 눈섭우를 긁적이면 엄마의 바지런한 바느질은 반짝반짝 별을 따왔다. 엄마의 솔기는 고독이였고 기다림이였고 꿈이였다. 또한 녀자였고 행복이였고 사랑이였다.

솔기는 엄마의 삶의 년륜이 아닐가?!  엄마의 아니,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인생과 애환이 서려있는 옷솔기에서 나는 위대한 모성애를 찾는다. 자식들의 허물을 덮어주려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찾는다. 

솔기는 항상 옷 안쪽에 있다. 그래서 솔기는 그윽하다. 나는 옷솔기를 허술히 볼수 없다. 그것은 엄마의 숨결이기때문이다.  슬픔,  우울,  좌절,  희망,  사랑,   행복, 믿음, 자랑을 엄마는 솔기에 다 섭렵했으리라. 하기에 사랑의 《성소》였을 엄마의 솔기는 남편을 섬기고 자식을 낳아 키운 요람이였다.

당신 속내의 모든 《녀자》를 모조리 솔기에 쓸어넣고 로션, 립스틱 한번 발라보지 못하고 진정 한생을 《솔기노릇》만 해온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가 더욱 돋보인다.

생이란 한줄기 솔기가 아닐가?! 따지고 찢어지면 꿰매고 박으며 견디는 그런 엄마의 삶처럼. 뜯어진 소매솔기처럼 맥없이 풀어질가봐 나는 오늘도 자식들의 《셔츠》안에서 엄마처럼 솔기로 삶의 단을 잇대고있다.

 

/ 오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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