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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목 신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6-03-23 14:16:26 ] 클릭: [ ]

상석이가 연길로 이사왔다는 말에 찬길이는 하마트면 “꿱―” 하고 게사니소리를 지를번했다. 떼꾼해진 표정에 삽날처럼 회좁은  하관이 더 길죽해보였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에 나오는 흡혈귀거나 공상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상 죽은지 일년이나 된다는 상석이한테 도저히 그런 렵기적인 일이, 상식밖의 일이 일어날리가 만무했기때문이였다.

“ㅆ바, 어따 대고 이발에 땀이 나는 소리를…”

갓 완공된 몽환가원(梦幻家园)의 조경(造景)사로 돌아치고있는데 범철이가 왕청(汪淸)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동안 찬길이가 한국에 나가있었기에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친구였다. 그래서 점심나절부터 단골집인  “미선초두부”에 진을 치고있는데 이제 고작 반근들이 된장술 한병을 홀짝이고나서 한다는 말이 이따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찬길이의 두눈이 자연  부릅떠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범철이는 자기가 한 말에 전혀 수분이 없다며 누구의 말처럼 한접시는 쉬이 나올 그 두터운 입술을 실룩거린다.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왕청사람들은 정말로 왕청같은 소리를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잘도 지껄인다고 핀잔깨나 좋이 들을텐데도 말이다. 

“쉰내 풍기며 둘째농사를 한다더니… 쯧쯧.”

도저히 사개가 맞지 않는 엉뚱한 소리에 찬길이가 습관적으로 채머리를 흔들며 빈정거리는데 범철이는 들은체만체 짓수굿이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히 땅콩만 집어먹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정말이라구.”

“ㅆ바, 정말은 개코!…”

그 말에 더욱 기가 막힌 찬길이가 아주 할  말을 잃고 채머리를 흔드는데 급기야 뭔가  뇌리로 번개같이 떠오르는것이 있어 곧 술잔을 내려놓고 알만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 연길 경도릉원 말이지?  하긴 그쪽은 돈만 있으면 되는거니까…”

“경도릉원?”

그러자 그게 무슨 말이냐는듯 범철이가 오히려 제쪽에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긴 뭐야,  골회함 두는데지.”

“골회함? 누구?”

“ㅆ바, 누구긴?!”

찬길이가 다 알고있는데 왜 자꾸 엉너리를 치느냐며 버럭 증을 내자 금시 범철이의 방울눈이 짜그둥해졌다.   

“상석이? 상석이는 없었는데…”

“뭐, 없었다구? 골회함이?  ㅆ바.” 화가 나면 더 심하게 작동하는 찬길이의 채머리질에 가뜩이나 흰자위가 많은 고리눈이 유리창처럼 번뜩인다. 

“그럼 뭐야? 죽은 상석이가 연길로 이사왔다는게?”

그따위 말도 안되는 말을 어떻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수가 있냐며 찬길이가 발칵했다. 지난해 초가을에 이미 저세상으로 호적을 옮겼다는 사람이 연길로 이사를 왔다면 그래 골회함이사를 내놓고 또 뭐가… 

“너 혹시 몽달귀신이라고 들어봤어?”

부지런히 작동하는 찬길이의 채머리가 보기에 구차했던지 상우에 다시 머리를 틀어박은채 열심히 초두부만 축내고있던 범철이가 뚱딴지같은 물음을 또 던졌다.  

“몽달귀신?”

느닷없는 물음표에 어디를 걸렸는지 찬길이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일명 총각귀신이라고 하는데…”

“근데 그게 왜?”

“어떤 곳에선 삼태귀신이라고도 하지.”

“삼태고 사태고, ㅆ바… 근데 그게 왜?”

자기를 놀려먹자는 수작이 아니냐는듯 또다시 채머리를 흔들며 잔뜩 언짢은 기색으로 쏘아보고있는 찬길이를 숟가락을 든채 묵묵히 바라보고있던 범철이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상석이… 총각으로 죽었잖아. 그러니 몽달귀신이 된거지.”

“그래서?”

찬길이의 한결같은 삐딱한 물음에 범철이는 아직도 그 뜻을 모르겠냐며 능청스럽게 씨익― 웃었다. 그 특유의 오리발 태도에 찬길이는 뭔가 속에서 또 욱하고 치밀었다. 

“ㅆ바, 그러니까 내 뜻인즉 그놈의 몽달귀신이 네가 말한 죽은 상석이가 연길로 이사를 왔다는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그 말이야!”

죽은 상석이가 연길로 이사 나왔다는 말도 전혀 당치가 않은데 거기에 또 신화나 전설에서 나올법한 몽달귀신이 버무려지니 뭐가 뭔지 도대체 종잡을수가 없었고 그러니 자연 참고있었던 화가 룡트림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거야말로 자기를 우습게 알고 놀려먹자는 수작이 아닌가. 삼복철 염천에도 마냥  집안구석에 틀어박혀 둘째농사를 짓느라 땀방울깨나 좋이 흘렸다며 느물거리더니 혹시 그 후유증으로 머리속의 태엽이 풀린것이나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우리 그곳에선 몽달귀신 즉 총각귀신은 골회함을 두지 않거든.”

“그래서 상석이가 연길 경도릉원에 이사를 온건 아니란  그런 말씀인가? 애초에 날려버렸으니까.”

한보 넘겨짚는 찬길이의 발 빠른 질문에 범철이가 히쭉 웃었다. 정답이라는 뜻이다.  

“ㅆ바,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할게지 채바퀴처럼 빙빙 에돌리기는. 그건 그렇고. 근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이사를 오누?  누구처럼 부활해서 뚜벅뚜벅 걸어온것도 아닐테고.”

채머리를 멈춘 찬길이가 잔을 들어 술을  권하며 여전히 시쁘둥한 목소리로 투덜거리자 범철이는 마른 목을 축이듯 급급히 한모금 꿀꺽하더니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또 왕청같은 말을 건넨다.  

“너,  상석이 별명 알고있어?”

“그건 왜?”

“글쎄 알고있나 말야?”

“가만있자,  그게 ‘목’… 뭐더라? ‘목신!(木神)’ 맞지?”

“그래 맞아. ‘나무의 신―목신’… 근데 그 유랜 알고있어?”

“유래?”

노상 말하는 투가 아이들 물수제비 놀이하듯 찰랑찰랑 물음표를 던지는 식이라 찬길이는 지그시 눈총을 쏜다. 넓둥근 얼굴에 곰처럼 실팍하고 어리무던하게 생긴 범철이에 비해 고슴도치처럼 까칠하게 가시를 세운 찬길이다. 

“ㅆ바, 나도 태줄은 대석(大石)촌에 묻었다.  4학년 6반(46세)이라 상석이보다 소금알은 서너알 더 먹었다고 하지만 아직 머리에 전기불이 나갈 처지는 안야. ㅆ바!”

말머리에 액세서리처럼 즐겨 붙이는, 제딴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농축된 “쓰바(是吧)”지, 절대로 영양가가 없는 “씨발”의 와전이 아니라는 그 “ㅆ바”를 찬길이가 걸쭉하게 뽑았다. 채머리가 또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이팔청춘을 넘어 약관의 나이에 풀떡풀떡  헤딩을 하면서도 시누런 코물을 한뽐씩이나 흘리던 상석이가 어찌하여 “목신”이란 별명을 획득하게 된데는 그 꽃다운 나이에 전혀 꽃답지 못한 기이한 행동을 활발하게 벌인 리유때문이였다. 짜개바지시절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내외와 살고있던  상석이는 이상하게도 대석마을 산야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모든 나무들을 손쉽게 알아보는 독특하고도 기이한 재간을 갖고있었다. 이를테면 두눈을 꼭 감고 나무에 그냥 코끝이거나 혀끝을 갖다대도 그 즉시 그것이 무슨 나무인지 귀신같이 척척 알아맞히는 기이한 재간이였다. 생나무 즉 살아있는 나무는 둘째치고 지팽이거나 장작개비, 널판자 등 생명을 잃은 마른나무들도 례외가 아니였다. 간혹 선천성 저능아들이 이상 기능표현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상상불허의 예지능력을 보여준다고 하더니 어쩌면 그런 경우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남들의 말로는 어릴 때 겪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도 하지만 더우면 덥다고 투덜거리고 추우면 춥다고 징징거리는 찬길이와 같은 더없이 평범한 인간들한테는 부럽기만 했다. 

“암튼 괴짜는 괴짜였지. 나무란 나무는 킁킁거리고 쩝쩝거리기만 하면 대번에 척척 알아맞혔으니깐. 참,”

찬길이가 어쩌다 “ㅆ바”를 떼고 아슴한 눈길이 되여 추억의 갈피를 뒤적거리는데 잠시 상옆에 물러앉아 담배를 빨고있던 범철이가 한마디 곁들었다.  

“그 재간을 제대로 써먹을수만 있었더라면 진작 우리보다 먼저 시내로 들어왔을지도  모르지.”

7, 8년전에 연길에 소재한 자치주림업연구계통의 나이 지숙한 교수 한분이 친척집에 놀러 왔다가 상석이의 그 신묘한 재간에 넋을 잃은 나머지 “너야말로 ‘목신’이로구나.” 하고 크게 탄복한적이 있었다. 그때 확실치 못한 소문에 의하면 그 교수가 상석이를 특수인재로 연길로 데리고 간다 어쩐다 부산을 떨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상석이가 소학교를 9년이나 다닌 “어두운 력사”가 있고 거기에 또 머리속에 있는 태엽이 곧잘 풀린다는 추가정보까지 입수되자 아쉬움에 한숨만 쉬다가 결국엔 포기했다는것이였다.  “‘목신’이란 별명도 그때 붙은거였지, 아마?”

“맞아.  근데 상석이가 글쎄…”

갑자기 범철이가 잔뜩 목소리를 죽이며 비스듬히 찬길이한테로 상체를 숙여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가 이제야 나오나부다고 찬길이의 채머리가 다시 모로 갸우뚱 돌아갔다. 우승컵의 손잡이 같은 벌쭉한 박죽귀가 범철이의 두툼한 입술을 정조준했다. 

“상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어떻게?”

모로 서있던 찬길이의 채머리가 발작을 일으키듯 휘익― 하고 다시 정면으로  돌아왔다. 달포전 한국에서 귀국할 때 연길공항에 마중 나왔던 처형이 왕청땅 고향소식을 전하던 와중에 대석마을의 “목신” 상석이가 죽었다는 말을 얼핏 한적은 있었댔는데…

“저…”

입을 막 열려던 범철이가 갑자기 어물어물 말끝을 흐렸다. 

“뭐야?”

찬길이가 긴장된 어조로 바투 질문했다. 

“그게 말이지…”

순식간에 부풀어오른 찬길이의 호기심에 입맛이 당긴 모양,  범철이가 길게 말꼬리를 끌었다. 

“자아―사알.”

“뭐? 자살?  왜?”

침방울에 범벅된 물음표 세개가 연거퍼 찬길이의 입에서 튀여나와 범철이의 얼굴을 가격했다. 

“목을 맸어, 소나무에. 마을입구에 있는 동산마루 소나무밭에서 말이야.”

극력 채머리질을 자제하며 범철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찬길이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잔뜩 일그러졌다.

“확실해?”

“그럼. 유서같은것도 남겼으니까.”

“유서? ㅆ바.”

찬길이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전혀 상상밖의 일이다. “그 주제에 유서를 다?” 하는 말이 혀끝에서 뱅뱅 돌아쳤다.

“유서라니? 그냥 흉내를 낸게 아니고?  영화거나 드라마에서 남들이 하는걸 보니까 자기도…”

“아냐. 그런게 아니였어.”

“그래?  ㅆ바,  그럼 거기엔 뭐라고 씌였던데?”

“자기는 진짜 목신이 되여 도시로 간다는거야.”

“목신이 되여 도시로 간다? ㅆ바, 그게 무슨 말이여?”

“자기딴에는 나무에 목 매 죽으면 죽어서도 목신이 되고 또 목신이 되면 자기도 도시로 맘대로 갈수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할아버지 내외가 돌아가고 마을사람들도 하나 둘 도시로 빠져나가자 집안에만 틀어박혀 텔레비죤하고 살았다더라. 본다는것도 전탕 귀신영화거나 신선들이 나오는 허황한 드라마였다고 하던데 아마 거기서 영향을 받은것 같애.”

“ㅆ바, 유치하긴. 누가 바보 아니랠가봐.  그래 도시로는 왔대?  흐흐…”

찬길이가 코방귀를 뀌며 멋없이 키들거렸다. 

“왔어.”

“뭐, 왔다구? ㅆ바.”

찬길이가 박치기라도 할듯이 벌컥 몸을 일으켰다가 주저앉았다.  

“이틀전 상석이가 목을 맸던 소나무와 그 주위에 있던 나무들이 죄다 뿌리채로 잃어진적이 있어. 누군가 몰래 파갔던거야. 소문에 의하면 마을의 젊은 촌장이 연길에 있는 어느 부동산업자한테 팔아먹었다고 하던데… 하여튼 지금 도시사람들은 새집을 지었다고 하면 밑둥 굵은 나무들이랑 희한한 괴석들을 옮겨오느라 야단이거든. 그래 네 생각엔 그 나무들이 모두 림산작업소에서 온것 같애?”

“그,  그건…”

찬길이가 이상하게 꺽꺽거렸다. 

범철이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상석이 유서엔 이런 내용도 들어있었어. ‘우리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갔다. 사람들만 아니다. 강변에 있는 디딤돌도 도시로 갔고 썩은 나무뿌리도 도시로 갔고 송이버섯이랑 개암버섯도 도시로 갔다. 고사리랑 도라지랑 더덕이랑 민들레랑 모두 도시로 갔다. 산에 있던 나무들도 뿌리채로 뽑혀 도시로 갔다. 나는 나무가 좋은데 이제 농촌에는 나무같은 나무도 없다. 나도 나무를 따라 도시로 가고싶다…’ 대개 이런 내용이였어. 너도 알잖아. 상석이는 머리가 좀 이상하니까 제힘으로는 근본 도시에 갈수가 없고…”  

“그,  그러니까… 이제 보니 네가 아까 말한 상, 상석이가 연길로 이사왔다는건 사실은 나무에 목 매 죽은 다음에… 아,  이런 미친놈을 봤나?  ㅆ바!”

냅다 욕설을 퍼붓고있는 찬길이의 얼굴에 언제부터인가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있었다. 

“괜찮아?”

그것을 띄여본 범철이가 관심조로 물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찬길이의 상의 안주머니에서 흥그러운 곡조의 휴대폰소리가 들려왔다. 

“ㅆ바, 누구지?”

깜짝 놀란 찬길이가 투덜거리며 바삐 휴대폰을 꺼내 귀가로 가져가자 곧 은근한 저음이 신호를 탔다. 

“조경사님, 이제 방금 ‘목신급’ 수준의… 준수한 소나무 한주를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가요?”

“아! 그,  그래요?… 지, 지금은 일이 좀 있어가지고… 후, 후에 련락할게요.”

순간 찬길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휴대폰을 닫으며 범철이를 흘끔거렸다. 어딘가 안절부절하는 눈치였다. 얼굴에 돋은 땀방울이 비오듯 흐르고있었다. 

그때 범철이가 미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정말, 아까부터 묻는다는게 그만 깜빡했어. 너 그동안 한국에 가서 기술을 배웠다고 했는데 그게 뭐였지?”

“그,  그게…”

찬길이의 채머리가 저도 모르게 흔들리고있었다. 

작자 신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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