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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엄마야, 나팔꽃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2-22 12:42:00 ] 클릭: [ ]

1

 

엄마야!

엄마 멀리 엄마를 부른다

짙은 안개속 나팔꽃이 피여난다

 

2

 

아침잠을 깨우는건 항상

솥뚜껑 여닫는 소리

나무주걱으로 밥을 휘젓고

무쇠솥벽 탕탕 두드리는 소리

 

주걱에 묻었던 밥알들

간밤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속 별똥처럼

하얗게 하얗게 떨어지고

안개보다 짙게 피여오르는

밥향기 밥향기

 

부엌속에 신나게 타오르는 불길

엄마의 땀 젖은 이마에 어른거려 만드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그림

―일어나 밥 먹거라

엄마의 목소리 나팔처럼 울리면

나는 손을 뻗어

낮은 창문앞에 키높이 자란

나팔꽃을 만졌다

 

3

 

누가 나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가

기지개 켜고 두팔 높이 들어

와락 껴안는다

흐느끼는 그리움의 아침이슬들

아, 투명한것이여 하고 입술을 대면

눈물처럼 짜가운 세월의 사연

이슬은 나의 량볼을 적셔야 한다

엄마가 흘리지 않고

속으로 삼킨

그 피눈물의 시간들

엄마는 두팔 높이 들어

꽝꽝 언 세월의 두엄무지 곡괭이로 깠고

새벽 두터운 어둠은 텅텅

두엄무지처럼 떨어져나갔다

그걸 두손으로 주어올려

나는 얼어터진 두볼의 상처를 핥는

바람앞에 세웠다

가난의 단단한 울음

숭숭 드나드는

검은 시간의 제단을 쌓아올렸다

태양은 항상 그 제단우에

붉게 떠올랐다

 

4

 

누에고치처럼 한없이 작구나

진을 다 토해 짠 세월의 방어벽은

너무 볼품없이 작고 가볍구나

안으면 부서질듯한

마른 누에껍질처럼

엄마는 이제 누에처럼 몸을 옹송그리고

누워만 계시네

 

엄마, 일어나요 세상은 밝기만 한데

엄마는 눈을 감고

어두웠던 그 세월을

새김질하고계시는가

 

아직 남아있는 숨을

한번에 다 내쉬기 아까우신듯

조금씩 조금씩

작게 작게

숨을 쉬시네

다치면 가슴뼈 부서져 내려앉을가봐

 

엄마, 난

당신의 가슴에

이 아침 신선한 나팔꽃 한송이도

안겨드리지 못하네

 

5

 

고향집은 무너진지 오래고

페허우엔 나팔꽃들이

썩은 바자굽에 기대여서라도

키높이 자랐을가

가난했던 고향은 가고

멀리멀리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목 길게 빼들고 두리번거린다

엄마 하고 웨치며 달려가면

활짝 문을 열고 달려나와

안아주시던…

 

6

 

영원한 아이 같은

어린 나팔꽃 한송이가

어둠속 날개처럼

하늘에서 날아내린다

 

허공에서 울지 못하고

아직 찾지도 못한채

잡아줄 손이 그리워

헤매는 떠돌이꽃

물기 잃어 검버섯 가득 핀

엄마의 마른손이 마중온다

엄마가 잃은 세월이

나팔꽃에 이슬로 고인다

 

/조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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