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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는 교하 향우회가 있다

편집/기자: [ 차영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4-10-25 08:25:02 ] 클릭: [ ]

11월의 문턱에 들어서고있지만 북경 날씨는 따뜻하기만 하다. 길가에는 노오란 감과 통통한 대추, 주먹만한 밤들이 가지 휘게 주렁주렁 달려 오고가는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 10월 19일이다. 딸의 친구로부터 만 4년에 한번씩 진행해온 제15차 북경시조선족체육대회를 중앙민족대학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헤여졌던 친구들도 만날겸 쉬기도 할겸 구경가라면서 딸은 무작정 나의 등을 밀어내여 대회에서 배치한 버스에 오르게 했다.

따뜻한 안내를 받고 버스에 올랐다. 통주구의 로인협회 리윤순문오위원이 지휘로 독창, 시랑송, 부부합창 종목들을 다양하게 조직하면서 초면이 구면이 되여 버스는 아침의 차거운 공기속에서도 환락의 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버스는 즐거움으로 들뜬 마음을 한가득 싣고 한시간 넘게 신나게 달려 서서히 중앙민족대학정문앞에 이르렀다.

경기장 한복판은 온통 채색 풍선과 다채로운 프랑카드들로 명절날의 분위기를 고조로 올리고있었다. 경기장 둘레에는 북경시 로인회, 연교, 왕징, 통주 등 팀의 패말에 적혀진 지정 좌석이 있었다. 그외에 연길은 물론 서란이며 교하 좌석까지 별도로 안배되여 있다.

고기도 다 제 놀던 곳을 좋아한다고 동갑인 박숙자교수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교하팀을 찾았다. 거의 낯선 모습들의 젊은이들이지만 반갑게 인사를 해온다. 뜻밖에 그 자리에서 20년 넘어 만나보지 못했던 동창생부부도 만났다. 퇴직하고 손녀 보러 온 진수학교 선생님이며 중학교선생님들도 여럿 만났다. 너무 오래만에 만난터여서 반가움에 누구도 잡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북경이야기에 교하이야기… 이야기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동이 나지 않는다.

《어데 조선족총각 없나? 둘째는 한족한테 보내지 말아야는데…》 동창생은 사위감 찾기부터 공개방송이다. 서로서로 알아보고 도와주자면서 련락번호를 입력하기가 바빴다.

마침내 운동회의 개막식이 시작되였다. 교하팀의 볼거리가 가장 많았다.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통일한 오렌지색 상의를 입고 보무당당하게 주석대앞을 지난다. 어른에 아이에 워낙 수자가 많아 심지어 위풍당당한 모습들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수도에 진출된 고향분들을 보며 자호감 반, 탄식 반이 터져나왔다. 《북경에만도 저렇게 많은 고향분들이 와있으니 교하주위 시골학교들이 페교되고 실험소학교조차도 학생근원이 적어져 교실이 점점 비여지는수 밖에…》

향우회에 참여한 사장님들은 땀 흘려 번 돈을 십시일반으로 점심식사며 떡 등 간식거리, 마시는 음료수까지도 공급하였다. 교하를 대표하여 참여하는 운동원들이 이겨도 져도 다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헤이, 헤이-》

《어쌰, 어쌰-》 다른 팀과는 달리 짧은 구령으로 합심된 교하팀의 바줄당기기팀은 보기에도 강한 여러 팀을 꺾고 1등의 우승기를 따냈다. 거의 튕겨 날다싶이 목이 터져라 합세하여 응원하는 관중들의 열정도 그 어떤 지역을 릉가하였다.

저녁은 특별하게 교하출신 사업가인 강철주사장님의 배려로 북경시에서도 유명한 조선음식점인 《옥류관》에서 총결과 함께 3백여명이 저녁식사를 했다.

《향우회 여러분, 우리 교하의 송화호와 라법산은 세상에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있습니다. 나라가 개방되니 꿈에서나 그리던 수도에서 우리 교하인들도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최선을 다하던 열정으로 이곳 수도에서도 열심히 살아갑시다! 우리 고향의 라법산은 언제 어디서 보나 다 그 모습입니다. 고향을 그리며 일도 잘하고 돌아오는 다음기 운동대회는 더 활력적인 모습으로 교하인답게 멋진 자세를 유지합시다!》 남창호대표의 우렁찬 인사말이다.

여기저기 식탁에서 《교하의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축배소리 끊임없다. 사회자가 《소팔가자사람》 을 찾으니 여럿이 손을 치켜올린다. 라법사람, 오림사람… 교하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다 있다.

옥류관 조선 아가씨들의 다채로운 공연과 좌석표를 기준하여 진행하는 추첨으로 상품타기게임까지 있어 기분은 자못 흥성흥성하다. 밤 11시까지 춤과 노래로 사람들의 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지만 작별의 시간은 끝내 찾아왔다. 향우들은 서로를 붙들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가끔은 만나 회포를 풀어보자며 손을 잡고 굳게 약속을 해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거리를 보면서 북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교하향우들의 정다운 모습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져진다. 오늘따라 나는 교하사람인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2014년 10월 23일 북경 통주에서

/허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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