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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일] 하루의 시작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3-29 15:29:37 ] 클릭: [ ]

[김문일] 하루의 시작

꿈은 참 이상하다. 문뜩문뜩 뭔가를 깨우쳐 주려는 듯 다가왔다 가는 그걸 잡으려 할 때면 어디론가 사라지군 한다. 인생도 그런게 아니겠는가? 뭔가를 잡으려고 하면 그건 저 멀리 있다. 잡았다고 생각할 때 꿈은 깬다.

아침 일찍 꿈에서 깨여보니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좀 지났다. 잠을 좀 더 잘가 누우려다가 그냥 옷을 걸치고 밖에 나왔다. 밖은 별들이 총총하다. 이제 곧 날이 밝을 것 같다. 이걸 아마 려명전의 어둠이라 하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산기슭에서 등산을 준비할 때가 되여서야 날이 희붐이 밝아온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인적이 없다. 2월의 새벽 산길은 으스스 춥기도 하다. 나는 혼자서 등산할 때가 참 좋다. 하루 일상에 쫓겨 살다보면 내 삶을 돌이켜볼 시간조차 없었는데 등산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다. 한참을 올라가니 몸에서 서서히 땀이 났다. 산정상까지 오르고 나니 여간 개운하지 않다. 저 멀리서 태양이 불끈 솟아 오른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새벽의 기운을 들이켰다. 붉은 태양이 눈 덮은 넓은 룡정벌을 비춘다. 감회가 새롭다. 눈 덮인 소나무밭이 멀리까지 뻗어있다.

또 하루가 시작 되였다.

저 붉은 태양처럼 내 인생도 붉게 타오르고 열정과 정열로 타올라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태양의 그 뜨거운 열정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듯 심호흡이 한결 힘 있다. 어릴 때 읽었던 사서오경중의 《대학》이란 책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苟日新,日日新, 又日新”이란 글이다. 우리 말로 풀이하면 ‘진실로 하루가 새롭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이는 자기 개발의 련속이다. 리더십도 이만한 리더십이면 더 이상이 없다. 《대학》이라는 책은 전체 문장이 한자로 175자밖에 안되는 짧은 책이다. 그래도 그걸 외우느라 혼났던 기억이 새롭다. 뜻도 모를 내용을 외운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문뜩문뜩 그 뜻을 조금씩 리해하게 되고 느끼게 될 때면 그 즐거움이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옛사람들은 그 짧은 글속에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큰 뜻을 담았다. 그것을 리해한다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수신이라든지 수양이라고 말하면 처음부터 괜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가 리더십코스를 강의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현대인들은 돈이나 명예는 열심히 쫓으나 실지 중요한 마음을 닦는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말의 뜻은 자기 스스로 노력하라는 뜻을 품고 있다. 밖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훈련하도록 하는 자각적인 노력을 가르킨다.

인간은 육신과 정신으로 만들어졌다. 육신이 없으면 정신의 의탁이 없을 것이요, 정신이 없으면 육신은 한낱 고기덩이에 불과할 것이다. 물질적인 사회에서 우리가 쫓는 것이 물질일지라도 우리가 그 물질을 더 값지게 하고 빛을 내게 하는데는 정신의 힘이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갈고닦는 사람은 더 빛을 내기 마련이다. 옛날, 은(殷)의 탕왕(湯王)이라는 명군은 이 말을 세면기에 새겨 넣고 ‘수신’의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전해 진다. 이런 결의가 없다면 인간에게는 결코 진보의 희망이란 없을 것이다. 등산 길을 내려오면서 ‘산을 오르기는 쉬워도 내리기가 어렵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눈에 덥힌 등산 길이 미끄러워 몇번이나 넘어질 번했다. 오르다보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죽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걸 모르고 죽는다면 삶을 허송한 것이 아닐가? 그걸 알고도 못한다면 그 아쉬움은 또 얼마나 클가? 하산하면서 보니 벌써 봄기운이 느껴진다. 떠오른 아침 해살에 눈이 녹아 땅을 적신다. 삐쬬롱 삐쬬롱 새소리가 정답다. 저 새들도 하루를 일찍 시작한 것 같다. 눈이 온 이 벌판에 먹이는 있을지? 새들한테도 보리고개는 있으리라. 오늘 나오면서 빈손에 나온 것이 자못 후회됐다. 래일 등산 길 나설 때는 쌀이라도 한톨 넣어가지고 나와야겠다. 내 귀를 즐겁게 해준 저 새들도 즐겁게 해주고 싶다.

그래, 그래야지. 오늘 하루도 새롭게 시작한다. / 김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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