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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인생을 좀 쉬어간들 어떠하리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3-30 09:08:03 ] 클릭: [ ]

요즈음은 누구나 속도를 추구한다.빨리 먹고 빨리 구경하고 빨리 걷고 모든 것이 빨리빨리다. 식사마저 끓는 물만 부으면 해결되는 컵라면으로 대신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바쁜 일상은 어느 샌가 우리 몸과 마음을 끝없는 가속도와 경쟁속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엎어지고 자빠지며 시간을 토막을 내듯이 그렇게 달려온 지금, 빨리빨리로 얻은 것이 대체 무엇인가?   

물질적 풍요? 그것이 과연 우리 삶의 궁극적 목적일 수 있을가? 얼마나 많은 보배같은 소중한 것들을 질주의 뒤안으로 흘려버린 것은 아닐가?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건네보자 ‘지금 나는 잘 살아보겠다고 잘못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고.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황진이의 이 시조를 산수와의 대화요,자연과의 통정이라고도 풀이하고 싶다. 노상 악착스럽게 아글아글 살기에 급해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좀 느직하고 너그럽게 살아가자고 권고라도 하듯 유유한 자세, 달관한 풍도로 타이르고 있는 장면같다.

가끔은 게으름도 피워보자. 게으름은 대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그 게으름도 때론 권장할만한 것이 되기도 한다. 바쁜 것이 일상이 되여버린 우리에게 게으름이란 얼마나 바라고 또 바라는 미덕이겠는가. 게으르고 싶어도 게으를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끔찍한 현실이다.

열정으로 살아온 우리, 가끔은 모든걸 잊고 편히 잠들어보자. 온 몸의 힘을 빼고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세상의 온갖 일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서서히 잠들어가는 나를 느껴보고 잠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 얼마나 달콤할가.

가끔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잠시 잊고 걱정도 생각도 잠시 멈추며 조용한 음악을 틀어도 좋다.

가끔은 책 한권 들고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속에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도 좋다. 한자한자의 단어, 한편한편의 문장을 완전하게 내 것으로 소화시킨 지식이야말로 속성주의의 이 시대를 실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가?  W.위커는 독서의 기교를 론하면서 “천천히 읽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모든 다른 장점들이 적당한 곳에서 따라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가하게 살아가니 남의 입에 오르내릴 일 없어

한줄기 맑은 향이 넉넉하여라

자고 일면 차 있고 배고프면 밥 있고

가다가 흐르는 물 보고 앉아서 구름 보고”

(闲居无事可评论,一柱清香自得闻,睡其有茶饥有饭,行看流水坐看云)

송나라 때의 요암청욕(了菴清欲, 1288ㅡ1363)의 시구다. 한가함의 극치다. 얼마나 유유한가? 산에 살면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간다. 만사에 느긋한 그만의‘만만디(慢慢地)’정신과 한가로움이 부럽다.

<<장자>>에 “궁해도 즐기며 통해도 또한 즐긴다.”는 말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유유히 흐르는 시간속에서 각자 나름대로 인생을 즐긴다. 이른 아침 공원이나 강변이나 시장거리에는 새장을 든 로인들이 모여 서로서로 새를 자랑하며 그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태평스럽게 태극권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록음기를 틀어놓고 그 곡에 맞추어 집단무(광장무)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없고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 만족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짧다. 그 짧은 인생에서 아무런 재미도 없이 오직 일에만 열중한다면 그 인생은 도대체 무슨 인생일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 것이며 잘 살기 위해서는 여유롭게 사는 것도 배우자. 인생이란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것이다.

인생에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한번 주어진 인생일진대 즐기며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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