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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하루만 실컷 놀고 싶어요”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4-10 10:52:18 ] 클릭: [ ]

 
상쾌한 봄날 아침이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투명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추위에서 깨여나 삼라만상이 기지개 켠다. 이 좋은 날에는 모아산 등산이 최고다. 마침 일요일여서 내가 산기슭에 도착했을 때는 숱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나무 우듬지는 아직 쌀쌀한 바람에 앙상한대로 있었지만 양지쪽 가지에서는 도틀도틀한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서로 웃고 떠들며 오르는 등산코스에서 문뜩 둬발치 앞서 걷는 책가방을 짊어진 남학생 둘이 유표하게 눈에 띄였다. 보매 중학생같은데 절친한 사이인듯 하냥 즐겁게 동영상을 찍으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흠뻑 취해있었다. 책가방을 멘 학생을 등산길에서 처음 만난것이 너무 신기하고 또 흥미로워 나는 애들 뒤를 바짝 다가서며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렸다.

“야, 모아산이 멋있지!”

“그럼, 나도 처음 와본다.”

“오늘 하루만 여기서 실컷 놀고 싶다야!”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공부에 묶이운 애들이 얼마나 놀고 싶으면 저러랴 싶은 생각이 피끗 들어 코마루가 시큰해났다. 두 애들의 얼굴색이 오래 동안 교실에 갖혀 해볓을 못본 탓에 피기없이 해쓱해 보였다.사실 요즘 세상 학생애들이 힘들게 보낸다. 어린 체구에 비해 육중한 가방을 메고 이른 아침 맨 먼저 길바닥에 나선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책속에 꽁꽁 묶여있다가 하학해서는 련이어 수학복습반이요, 영어지도반이요 빙빙 돌다 해질녘에 귀가해서는 또다시 숙제공부를 해야 한다.

애들태반 잠이 부족해 아침밥상에 마주앉아 끄덕끄덕 졸 때가 많다. 그런 애들을 오늘 등산길에서 만났으니 그저 막내아들같이 기특해 보였다. 어느덧 모아산정상에 올랐다. 넓은 해란벌이 시원하게 시야에 안겨온다. 굽어보니 푸른 소나무숲이 금시 물결쳐와 처절썩 발굽을 적실것만 같아 무등 신났다. “야호 , 야호!” 먼저 오른 두 학생애는 좋아라 손오가리하고 목청껏 외쳤다. 산새 한마리 푸르릉 날개짓을 하며 멀리 옮겨 앉는다. 아무렴 경관이 삐여진 모아산에서 감흥에 들떠 오늘 하루만 실컷 놀려무나.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곁에서 이윽토록 그애들만 지켜보았다. 그애들도 그러는 나를 의식했는지 먼저 다가와 수줍게 웃어보이며 핸드폰을 내밀며 사진촬영에 도움을 청했다. 나는 흔쾌히 응하여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는 그들에게 연신 샤타를 눌렀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 말을 건네며 친해졌다. 들썩이는 애들의 정서에 빨려들어 나도 한결 젊어지는 기분이였다. 한창 즐거움에 도취될무렵 문뜩 한 남학생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급기야 통화를 끝낸 남학생의 얼굴이 일그려졌다. 무슨 일이가, 불안한 예감이 스쳤지만 물을 수도 없어 부랴부랴 산아래로 줄달음치는 애들의 뒤를 따라 곧장 걸었다.

산자락에 내려오니 검은색 자가용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엄청 드살세게 생긴 실팍한 중년녀성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리 질렀다. “너희들 정신 있느냐, 복습반은 뺑소니치고 산에 와서 놀음질에 탐하다니...” 녀인의 대성질호에 애들은 꼼짝달싹 못한 채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히고 차에 하나 둘 짐짝처럼 쳐박혔다. 오, 워낙 이런 일이였군. 내가 반응에서 깨여나기도 전에 쾅ㅡ차문이 닫기는 소리와 함께 차는 녀인의 화김을 담은대로 떠나갔다.

집에 돌아온 나는 어쩐지 밤중까지 잠이 오지 않아 궁싯궁신거렸다. “하루만 실컷 놀고 싶어요.” 모아산에서 만났던 애들의 목소리가 그냥 귀전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후유ㅡ 실컷 놀 날이 있어야겠는데...’ 말은 하면서도 웬지 나도 몰래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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