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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땅의 참된 주인들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04-08 15:05:55 ] 클릭: [ ]

최장춘(경제사)
연변은 풍요롭고 살찐 땅이 있어 자랑 많은 고장이다. 시커먼 옥토에 감자 심으면 떡호박처럼 자랐고 무우가 웬간한 성인의 베개 만큼 커서 조상들은 초창기에 ‘월강죄’를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너와 움집을 짓고 살면서 농사를 지었다. 엄동설한에도 끼니를 거를지언정 밭의 거름만은 잊지 않고 삼태기로 날라 펴던 선조들의 거쿨진 두손이 세전벌, 평강벌의 전설을 엮어냈다.

강덕‘황제’의 수라상에 오른 개산툰진 하천평마을 어곡전, 모아산 굽이굽이 펼쳐진 만무과원, 현재는 인삼재배기지, 검정귀버섯생산기지 등 갖가지 브랜드를 창출하여 연변의 이미지를 적극 부추기고 있다. 이랑이랑 풍기는 구수한 땅냄새와 달빛에 곡식마디가 우썩우썩 소리치며 자라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난날 선조들의 웃음이 해란강 여울에 비껴흐르는듯 싶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헌데 수난의 력사를 딛고 논농사의 왕으로 자랑하던 그 소중한 땅기운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맥을 잃어가고 있다. 때 아닌 된서리 같은 화학비료, 살충제의 세례를 받아 ‘땅살’은 볼품없이 멍들고 듬성듬성 돋아난 시뿌연 알카리성이 바람만 몰아치면 뽀얀 흙먼지로 타래쳐오른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는 땅에 자꾸 강한 화학제품을 쓰는 농촌의 현실이 마치 영양보충과 운동관리로 몸을 추스러야 할 사람이 무턱대고 독한 주사약에 의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고 민망스럽다.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것이 요즘 농민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화학품의 독성을 등한시하고 그저 쉽게 농사하려는 일념을 갖고 선택한 화학농사의 결말이 우리의 밥상에 이런 저런 문제점을 야기시켰을뿐더러 앞으로 대대손손 먹고 살아야 할 땅의 존재가 오염이란 짙은 그림자에 눌리워 허위허위 가쁜숨을 몰아쉰다. 높은 수확량에 잠시 어깨가 으쓱할지 몰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상히 뒤를 살펴보면 잇달아 닥쳐올 ‘자연의 보복’이 몸서리치게 두렵다.

한치보기식 농법이 오늘날 우리 연변 뿐만 아니라 지구촌 방방곡곡의 농토를 급속히 퇴화시켜 인류는 전례없던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다. 인젠 물러설 자리도 없고 또 물러서면 더욱 안되는 준엄한 시련 앞에 전반 지구촌은 추호의 흔들림없는 자세와 대응책 마련이 급급한 실정이다. 가령 지구 땅속의 석유가 4, 50십년 후에 완전히 고갈된다는 과학자들의 예견이 적중하다면 후날 화학비료생산은 물론 농기계도 작동을 멈추는 예측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해 농업분야가 전화위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모지름을 쓰고 있는중이다.

중국은 19차 당대회에서 ‘록색혁명’이란 중대한 결정을 당장에 명시함으로써 대륙농업의 확고부동한 방향을 제시함과 아울러 과학적 발전관을 실천하는 새로운 무대를 마련하였다. 그 무대에 용약 뛰여오른 주인공들 속에는 나이 지숙한 촌서기가 있는가 하면 심장의 피가 펄펄 끓는 수천수만의 귀향청년들도 있다.

일전 필자가 한 귀향청년을 만났다. 훤칠한 키에 정열이 빛나는 눈매를 가진 그에게는 리일룡이란 이름 그대로 하늘에 날아예는 한마리 룡이 되고 싶은 웅심이 있었다. 연변농학원을 졸업하고 대도시행차에 몸을 실었다가 이태전 왕청현 천교령진을 찾아온 그는 목축업유한회사를 꾸리고 130여헥타르에 달하는 산에 대량의 홍송 묘목을 심었고 20여헥타르 묵정밭을 개량하기 위해 지렁이로 유기비료를 만드는 2백평방메터의 실험장을 앉혔다. “참, 훌륭한 사업을 하십니다.” 필자의 칭찬에 “뭘요, 아직 첫시작이니까 가을의 실험결과를 지켜봐야지요.” 약간 수줍은 미소로 응답하는 그의 얼굴엔 확신이 넘쳐있었다.

확신 그것이 곧 희망이다. 시대의 벅찬 숨결을 담은 희망이 현재 저기 60리 평강벌에 새하얀 벼꽃으로 피여난다. 습근평 주석이 다녀간 영광의 땅 광동촌은 록색농업의 맨 앞장에서 달리고 있다. 23년전부터 농가비료를 밭에 뿌려 몇년씩 묵여 땅힘을 굳건히 키운 보람으로 영양소가 풍부한 무공해 입쌀이 국가의 인정을 받아 전문 북경에 공급되고 있다.

“록색입쌀이 은을 냅니다.” 촌민들이 흥겨워 너나없이 하는 말이다. 땅을 아끼는 농민의 본색을 지키며 과학영농의 길을 걸어야 치부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친 좋은 실례이다.

록색농업은 옛날 돼지우리를 청소하여 비료를 얻는 단순한 방법을 되풀이하는 모식이 아니다. 마을마다 통일망을 구축하여 비료원천을 발효, 숙성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전문화, 산업화의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도약식 기술혁명이다. 비록 첫시작의 템포가 느릴지라도 그 길 우에 우리 민족의 발전과 미래가 약속되여있다. 땅의 생기를 되찾고저 오늘도 밭머리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미더운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 삶의 터전이 보다 넓고 기름지고 무성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길림신문/최장춘(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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