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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십시일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0-02-14 15:49:24 ] 클릭: [ ]

김혁

지난해 년말, 어느 한 텔레비죤방송국의 공익성 프로에 게스트로 나간 적 있다.

20년 가까이 해온 장수 공익프로였다. 제작팀과 함께 불우이웃을 만나보고, 그들의 사연을 제작해 사회에 알리고 무대에서 그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면서 지낸, 나로 말하면 한해 통털어 특별하고 소중하고 뿌듯한 시간이였다.

평소 시청 만했던 공익프로에 처음 몸을 일으켜 동참해보면서 우리 주변에는 도와야 할 사람이 많고, 또 불우한 이들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은근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게 되였다.

여기서 기부문화에 대한 화두를 서안(书案)에 올려본다.

기부는 한 공동체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나타내는 사회의 문화이자 사회 구성원 상호지간의 뉴대와 나눔의 문화이다.

근면하고 지혜로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사심없이 나눌 줄 알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베풀 줄 아는 정 많은 민족이였다. 그토록 가난한 시절에도 이웃과 쌀 한톨이라도 나눠먹고 엽전 한잎이라도 나누어쓰던 일들이 많았다. 농사일이 바쁠 때면 서로 도우는 두레와 품앗이 같은 미풍량속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진작부터 깨달아 실생활에 옮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막상 오늘날 우리에게는 ‘기부문화의 부재’가 지적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기부는 사회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실천행위가 아니라 몇몇으로 무어지는 작은 범위, 자연재해 등 비상시기 때나 거쳐가는 행사처럼 간주된다. 이벤트적인 행사처럼 한번씩 참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부에 참여하는 행위가 능동적이 아니라 피동적이며 기부금 규모를 보더라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변혁기의 세월을 거쳐오며 현대인들 사이에는 정서적 뉴대가 약화되면서 주변 이웃을 돌볼 겨를없이 바쁘게 살아오고 있다. 또한 욕망을 극대화하는 현대사회의 경쟁위주의 풍조 속에 기부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의 현 기부문화는 아직 양태를 이루지 못했고 즉흥적이고 비정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통화청산그룹이 또 한번 세간에서 회자(脍炙)되고 있다.

전 국민이 귀축같이 덮쳐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고전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길림성 통화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이 병의 예방통제에 보탬하라고 100만원을 선뜻이 쾌척한 것이다.

교육일군 장려, 문학상 설립, 민간문화단체 지원 등등으로 통화청산그룹이 조선족사회에 대한 온정의 손길을 뻗쳐온 손탁 넓은 선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 선행은 멈추지 않아 고향에도 병마의 마수가 뻗치자 이번에도 주저없이 거금을 쾌척한 것이다. 청산그룹의 이러한 선행은 기부문화가 안고 있는 미덕인 사회적 환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자가 재산을 자랑하더라도 그 부를 어떻게 쓰는가를 알기전에는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 또 대문호 쉑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자선은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중에서도 최고의 미덕”이라고 했다.

기부행위는 칭찬받아야 한다. 아무리 만석부자일지라도 대가없이 자신의 쌀독을 헐어 남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이런 선행과 미덕은 사회적인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흔히 몇몇 기업인, 부자들만의 ‘전용물’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부문화를 모색해야 한다.

아직 기부문화가 미달인 리유중 첫번째로 꼽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일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처지가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사회에 공헌하고저 힘쓰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많다. 기부는 결코 소득 수준에 비례하지 않는다. 기부는 크든, 작든 실천이 중요하다. 곧 사랑과 의지가 필수적이다. 다만 취약한 기부문화에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기부는 있는 자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 혹은 이벤트같은 단기적인 기부문화의 양태를 바꾸기 위해 지속적이고도 정기적인 방식으로 이웃을 돕고 사회적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기부나 자선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며 성숙된 기부문화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체계가 모색되고 구축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업, 언론 등의 새로운 역할의 모색이 절실하다. 물론 기부문화의 정착에까지 련결되는 데는 얼마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방법을 알리고 기회를 준다면 즉흥적이고 비정기적인 기부의 모습은 점차 바뀌리라 믿는다.

‘십시일반(十匙一饭)’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열사람이 한술씩 보태면 한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사람을 돕기는 어렵지 않다는 아름다운 말이다.

나눔이라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고 그 힘도 참으로 커서 내가 나누는 것이 우리 함께 풍요로워지는 기적을 빚기도 한다.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동시에 풍요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이러한 기부가 어려움에 허덕이는 이들의 용기와 재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이웃의 어려운 사정을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면서 클릭 한번, 응원 댓글 한번만으로도 기부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기부의 양상이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고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 기부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변혁기 리산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주위에는 홀로 사는 독거로인, ‘외부모’를 둔 소년 소녀, 그리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이 있다. 사회 곳곳에는 팍팍한 삶을 살면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르죽은 우리들의 신심과 삶 속에 기부를 뿌리 내리고, 실천하는 모습이 진정 필요한 시기이다. 차가운 날씨 속에, 엄슬(严瑟)한 바이러스로 흉흉한 세태 속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도움과 신뢰와 희망을 주는 훈훈한 바람이다.

혹독한 추위를 밀어내며 불어올 훈풍을 바래본다.

길림신문/김혁(소설가,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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