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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어머니의 매돌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5-31 11:17:24 ] 클릭: [ ]

아마도 내가 퍽 어렸을 적의 일이라고 기억된다. 어느날 아버지께서 매돌하나를 사 오셨다. 자그만하고 깜찍하게 만들어졌는데 그때 돈으로 20원이라 했다.

처음에 우리는 그 매돌로 콩을 갈아서 콩죽을 만들어 먹었고 들깨와 입쌀을 함께 갈아서 깨죽도 해먹었다. 매돌 돌리기가 너무 재미나서 나와 동생들은 서로 자기가 돌리겠다고 다투었다. 그 바람에 매돌이 돌지 못할 때가 많았고 음식이 옷에 튕겨 어머니의 꾸지람을 들을 때도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 더러 제비뽑기를 해서 누가 ‘내 차례야’고 쓴 글을 뽑으면 그가 돌리도록 했다.

 

그러다가 내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마을에 가공기계가 들어와서부터 매돌이 더는 쓸모가 없게 되여 창고구석을 지키는 신세로 되고 말았다. 뭐나 매돌로 갈면 맛은 더 있다고 하지만 기계로 씽하고 돌리는 것이 너무도 통쾌하였고 힘도 들지 않아 좋았다.

10년전 어머니가 시내로 이사하면서 글쎄 그 매돌까지 가지고 가실 줄이야.

“지금은 농촌에서도 뭐나 다 기계로 가공하는데 하물며 시내에서야  더 말할 나위 있어요? 차라리 남에게 주셨으면 좋을 걸요.”둘째 동생의 말에 어머니는 “그러잖아도 사람들이 팔라고 하는 걸 안팔았지, 왠지 아깝더구나.”고 대답했다.

“참, 어머니두. 별걸 다 아까워 하시네.”나도 옆에서 한마디 했다. 우리가 말하든 말든 어머니는 매돌을 정히 싸서 베란다에 놓아두었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콩죽을 썼다며 먹으로 오라는 것이였다. 이상하게 콩죽이 별맛이였다. 다른 형제들도 콩죽이 특별히 맛있다고 했다.

“맞추어 보렴, 왜 맛있는가를...”

콩죽에 맛내기를 넣었다니, 배가 고프니까 맛 있다거니, 또 로인들이 만드는 음식이 원래 더 맛있다거니...하면서 이러저런 대답이 나왔다.

“콩죽은 매돌로 갈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 맛있는 거야. 지금은 뭐든 기계로 가공하다나니, 사실 매돌로 가공한 것이 기계로 가공한 것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단다. 거기에 정성까지 담겼으니...너희들이 어릴 때 난 이 매돌로 많은 음식을 해 먹였지. 이 매돌에는 나의 수많은 손자국이 찍혀있지.”

아, 그래서 어머니는 매돌을 버리기 아까워 하신 거였구나.

매돌에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깃들어있고 어머니의 인생이 새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후부터 우리는 늘 그 매돌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해 먹었고 어릴 때 서로 매돌을 돌리겠다고 다투던 이야기를 가끔씩 꺼내면서 웃음판을 만들기도 했다. /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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