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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필]영웅은 가고 판타지는 남아

편집/기자: [ 최화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11-29 11:24:25 ] 클릭: [ ]

─ 김용의 《사조영웅전》을 읽다

김 혁

‘신필(神笔)’로 불리는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이 이제 영영 붓을 놓았다. 자신의 작품에서 나오는 무림(武林)의 지존이 퇴장하듯이 학을 타고 서쪽 극락세계에로 (驾鹤西去) 떠나가버렸다.

향년 94세의 신필의 서거를 두고 ‘강호’ 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인민일보》는 ‘세상에 더 이상 김협객은 없다’고 했고 《신화통신》은 ‘김용이여 안녕!’이라고 추모했다.

언론은 무협소설의 근간을 개척한 대가인 그를 두고 ‘정치적, 리념적, 지리적 장벽을 초월한 아이콘’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용은 1955년에 집필을 시작해 <사조영웅전>, <소오강호>, <록정기> 등 15편의 무협소설을 창작했다.

1972년 절필을 선언, 비록 다산은 아니지만 그의 편편마다 수작인 작품들은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여 1억부도 더 넘게 팔렸다. 해적판을 포함하면 그 판매부수는 짐작하기 어렵다. 전세계에 그의 독자층이 3억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의 작품을 각색한 영화, 드라마에 림청하, 장만옥, 장국영, 류덕화, 량조위, 리련걸 등 대륙과 향항의 당대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고 톱스타로 성장했다.

그의 작품의 절록은 학생 필독도서에 포함됐고 김용을 연구하는 과목이 북경대학에 정규 개설됐으며 향항 작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했다.

2001년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새로 발견된 소행성에 ‘김용 소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2006년 ‘전국 공민 열독조사’에서는 로신 등을 제치고 1위 작가로 선정되였다.

지도자 등소평도 그의 무협지를 애독했다. 1980년대 김용을 직접 만난 등소평은 “당신의 책을 거의다 읽었다. 우린 이미 오랜 친구와 같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주 마운도 김용의 열혈팬이였다. 평소 태극권 애호가이기도 한 마운은 알리바바 그룹의 간부 모두에게 김용 소설 속 협객들의 이름을 별명으로 달아주었고 자신 역시 김용 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검객 풍청양(风清扬)의 이름을 아이디로 사용했다. 집무실 이름도 《사조영웅전(射雕英雄传)》에 나오는 ‘도화도(桃花岛)’라고 달았다.

1980년대말, ‘빈한도골’의 문학 신출내기로서 생계를 위해 연길 동쪽의 어느 한 골목길에 세책방을 차렸던 필자는 당시 ‘락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던 김용의 소설 덕을 크게 본 사람이였다.

당시 세책방의 단골은 거개가 다 남자들은 무협지─김용 팬, 녀자들은 멜로물─경요 팬이였다. 김용의 책이 어찌나 잘 나갔던지 매권당 세부씩 갖추어놓아도 모자랐고 독자들의 손에 다슬어 파본이 되여 돌아온 책들을 밤도와 비닐테프로 수선해야 했다.

물론 작은 책방의 주인장인 나는 누구보다 앞서 김용의 ‘골수팬’ 이였다. 중조사전을 갖추어놓고 난해한 단어들을 사전을 뒤져 풀이해보며 읽은 데서 김용의 작품을 읽으며 필자의 어둔하던 중문 수준이 ‘일취월장’하기도 했었다.

텔레비죤드라마로 각색되여 브라운관을 달구었던 《사조영웅전》은 80년대의 중국 관객들에게 흑백의 텔레비죤으로나마 처음 김용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였다. 따라서 자연히 필자도 김용의 무협지중에서도 맨 처음 읽었던 작품이다.

몽골족 부락에서 자란 주인공 곽정은 활쏘기에 능한데 제목은 독수리를 쏘아 맞히는 뛰여난 무사를 뜻한다.

이야기는 금나라 왕에게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곽정과 그를 사랑하는 강호의 녀자 황용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실제 력사 사실과 강호의 고수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는데 칭키스칸, 왕중양, 악비 장군 등의 실존 인물이 등장하여 허구 인물과 서로 부딪치며 파란만장한 일대기로 이어진다.

주인공 곽정은 여타 무협지들에서 나오는 ‘천하제일의 고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로 그려져있다. 남다른 재주와 지혜, 용모를 가진 녀주인공 황용에게 짝지는 인물이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우직하게 무공을 쌓아가지만 성실과 정의로움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게 되고 은연중 그 캐릭터에 빠져들게 되였다.

권선징악의 구도가 뚜렷한 주제의식에 한 청년의 성장담을 력사적 격동기와 결부시킨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만화, 컴퓨터게임으로 만들어지며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모든 민족의 원시적인 심리 속에는 영웅담을 찾고 있는 열망이 있으며 그들의 전설, 설화에는 영웅담이 있다. 또한 서양이든 동양이든 모든 영웅담은 전형적인 성장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하여 한 평론가는 “자아실현과 정체성을 물으며 ‘대기만성’하는 과정의 인생려정으로 보아 《사조영웅전》은 무협지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청소년을 위한 성장교육서이다”고 말하고 있다.

성장과정의 좌절 혹은 고난이라는 것은 결말을 다양하게 해주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좋은 방법이다. 거의 모든 무협에는 이런 요소들이 들어있다.

무협소설의 일반적인 서사구조는 선과 악의 이원대립(二元对立)의 구도 속에서 최종적으로 선이 악을 징벌하여 강호의 분쟁을 해결하고 리상향을 건설하는 것으로 대단원을 맺는다. 협객의 강호에서의 존재의 리유와 목적, 무협지를 창작하는 작가의 작품의 집필 의취 또한 이것에 비롯된다. 김용의 무협소설들이 바로 이렇게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권선징악의 서사구조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평단은 김용의 문학적 성취를 “‘아(雅)’의 순수문학과 ‘속(俗)’의 대중문학 쌍방의 문학 경험을 흡수하여 이를 바탕으로 ‘아’와 ‘속’을 초월했다”고 정평했다.

아울러 “삶과 오락을 동시에 담아냈고”, “사실주의라는 주류 예술사조에 비범한 상상력을 결합했으며”, “전통 백화문 소설형식과 언어를 유지, 개조, 창신”했으며, “순수문학과 통속문학의 벽을 깨고 진정한 ‘아속공상(雅俗共赏)’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극찬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제9차 전국작가대표대회에 조선족 대표로 참가했던 필자는 대표들 명단중에 김용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부지중 환성을 질렀었다. 그런데 대회가 페막되도록 신필의 존안을 뵐 수 없었다. 김용 원로가 건강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에 커다란 아쉬움을 머금었던 우리들이였다.

신이 내려준 필력으로 정(正)파와 사(邪)파를 넘나들며 문학의 ‘강호’를 호령했던 김용은 이제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강호’를 떠났다.

하지만 말 달리며 독수리를 쏘고 오악의 정상에서 신검을 휘두르던 호매로운 영웅들의 판타지는 은연중에 우리들의 성장통을 달래주고 모진 생활 속 지친 신심을 부추겨주는 무림의 격문(檄文)처럼 나의 열독 리력중에 오래도록 새겨져있다.

/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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