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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필]‘아난케’, 성당의 벽 그리고 마음 벽에 새겨진…

편집/기자: [ 유경봉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07-26 15:08:13 ] 클릭: [ ]

[김혁의 독서만필]

― 빅토르 위고의 《빠리 성모원》 을 읽다

지난봄 세계인들의 춘심을 강타하는 악재가 일었다.

프랑스 빠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인 것이다. 웅장함을 자랑했던 성당의 높이 96메터의 첨탑이 삽시간에 쓰러졌다.

186년간 쌓아올린 인류 유산이 1시간여만에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도하면서 프랑스 국민들을 비롯해 전세계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 주요 매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화재소식을 매시간 톱뉴스로 타전, “노트르담 대성당은 빠리 력사와 아름다움의 아이콘”이라며 “빠리의 상징이 불탔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년간 1,300만명, 유럽 력사유적지중 최다 방문객들을 찾게 만드는 빠리의 노트르담, 그곳을 이미 찾아보았던 사람이건, 가보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이건,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화재를 자신의 안방에 불 붙기라도 한 것처럼 안타까와했다.

이른아침, 노트르담의 비보를 접하기 바쁘게 나 역시 위쳇계정에 화재소식과 영화 《빠리의 노트르담》에 대한 영화평문을 올리기도 했었다.

노트르담 하면 어쩔 수 없이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떠오른다. 화재 다음날 위고의 장편소설 《빠리의 성모원》은 아마존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가의 판매부수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노트르담 성당을 직접 찾아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통해서 빠리 노트르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80년대 영화를 통해 이 명저를 맨 처음 접했다.

성당 앞에서 염소를 끌고 춤추는 집시녀인, 소설 속 주인공 에스메랄다가 아닌 영화 속의 섹시한 녀주인공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이름을 먼저 알고 보았었다. 그 녀배우의 사진은 중국 영화지 《대중영화》의 뒤표지에 실렸고 그 뒤표지를 찢어내여 서랍 밑에 오래동안 감추어두었었다. 팜므파탈의 치명적인 미모와 매력을 가진 그녀는 내 사춘기의 우상으로 오래동안 심방 깊숙이 숨겨져있었다.

명저를 다시 조, 한 여러가지 어종의 소설로, 리메이크한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련환화로 거듭 보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

1911년에 벌써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빠리 성모원》이 알려진 것만으로도 8편의 영화 또는 만화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4편의 다양한 판본을 수집했으니 나 역시 이 작품의 골수 팬이라고 해야겠다.

《빠리 성모원》은 《레미제라블》과 더불어 위고의 대표작이자 유럽 랑만주의 문학의 위대한 고전으로 꼽힌다.

소설은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지지리 못생긴 꼽추 카지모도와 어여쁜 집시녀인 에스메랄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세속적 욕망에 굴복해 파멸하는 사제 등 노트르담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15세기 빠리 시민의 군상을 조감하듯이 펼쳐보이고 있다.

에스메랄다는 아릿다운 용모와 자유로운 령혼의 소유자로서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충동을 유발케 하는 집시녀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숨어 사는 종치기 카지모도는 하층민의 신분이고 외모 또한 기괴하고 거칠게 생겼어도 그 내면은 해맑고 순수하다.

채찍 형벌을 받는 카지모도에게 물동이를 기울여 물을 먹여주는 에스메랄다, 거대한 종 사이를 넘나들며 온 빠리가 들썩이도록 신들린 종을 울려대는 카지모도, 죽어간 에스메랄다의 시신 곁에 조용히 누워 먼지로 풍화돼가는 카지모도… 그 장면들이 작품을 접한지 수십년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소설 속에 하나의 장대한 세계를 구축한다. 그 곳에는 아름다운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가 하면 성당 앞 광장 한가운데에는 교수대가 서있고 그 아래에는 감옥이 있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미치고, 죽는다.

소설은 하나의 성당을 배경으로, 한 시대의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숙명의 드라마를 통해 시대와 사회를 뛰여넘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성찰한다.

이번에 화재로 무너져내린 노트르담의 첨탑은 고딕 양식의 유럽 건물이다. 이는 높은 도덕성의 상징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그런 종탑에서 일한다. 여기서 못생긴 반편인 종치기의 눈으로 잘난 세상을 관조하고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저 한 작가의 빼여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빠리의 대표적인 건축물답게 노트르담은 세계적인 문학 거장들에게도 령감을 주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마르셀 프루스트,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와 같은 문학 거장들이다. 그중에서도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을 세계적 명소로 부상시킨 1등 공신이다. 위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노트르담의 위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사실 위고는 헐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을 구하고저 이 동명소설을 썼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의 광기로 엉망으로 훼손되고 창고처럼 처참한 모습이 된 노트르담이 헐릴 위기에 처했지만, 위고가 쓴 소설의 인기에 힘 입어 결국 1845년 대대적인 복원공사가 시작되였던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빠리 성모원》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나의 심중을 사로잡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아난케(Ananke)’, 소설의 도입 부분에 나오는 단어이다. 이 단어 하나가 바로 전체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하나로 압축해 풀이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아난케’는 소설 속 집시녀인을 짝사랑하는 신부가 직접 노트르담 대성당 벽에 새겨넣은 단어이다. 희랍어로서 ‘운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간의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세상의 어둠과 밝음이 서로 섞여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아난케’라는 이 궁극적인 주제로 빠리 성모원을 배경으로 장엄하게 펼쳐진다.

화재로 인해 성당 벽에 새겨진 ‘아난케’라는 글자가 이미 사라졌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문호가 문학의 행간에, 독자들의 마음 속에 새겨넣은 ‘아난케’의 노래는 아직도 성당 앞에서 신들린 몸짓으로 부르던 집시녀인의 주술적인 노래소리처럼 우리의 귀전에 울린다. 마음 벽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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