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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27] 참깨 밭에서 맺은 인연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11-22 09:01:22 ] 클릭: [ ]

호도거리 생산책임제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4년 7월 중순 때의 일이다. 그 때 흑룡강성 아성현 해동촌에서 살던 나는 리명숙, 조영순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서 4리 가량 떨어진 노루골로 버섯 뜯으러 갔다가 산비탈에 자리 잡은 참깨 밭을 발견했다.

1헥타르 남짓한 깨밭은 어느 누가 황무지를 개간하고 풀 한포기 없이 알뜰히 다룬 포전이였는데 아침이슬을 듬뿍 머금은 깨잎들이 미풍에 살랑거리며 어서 오라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저 깨잎을 따서 간장졸임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가’ 고 생각하는데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였다.

우리는 버섯따기를 뒤로 미루고 깨잎을 따기로 했다.

이튿날 우리는 저마다 큼직한 광주리를 들고 노루골로 향했다. 한창 성수나게 깨잎을 뜯고 있는데 귀청을 때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험상궂게 생긴 한족 사나이가 손에 시퍼런 낫을 들고 우리를 향해 올라왔다. 송씨라는 밭주인은 말도 없이 함부로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되는가고 욕설을 퍼부으면 당장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조선족이고 깨잎을 즐겨먹는다고 하면서 제발 광주리만은 돌려달라고 사정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독수리한테 쫓겨난 병아리처럼 빈 손으로 하산하면서 툴툴거렸다.

“못 된놈 제 것밖에 몰라. 깨잎 몇개 뜯는게 무슨 큰일이라고 저렇게 욕지거리를 해?”, “글쎄말이야, 고스란히 버섯뜯기만 못했어”

한참 생각을 굴리던 내가 말했다. “지금 세상이 바뀌여졌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구, 내가 찰떡을 만들고 너희들은 김치를 가지고 래일 다시 찾아오는 것이 어떨가?”

이튿날, 우리는 조선족 전통음식 맛이 물씬 풍기는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다시 노루골로 들어갔다. 맛갈스런 찰떡과 김치를 보던 송씨의 입이 함박만해서 180도로 태도가 달라졌다.

“니먼 따고, 샌차이 쩐 호츠!”송씨는 이렇게 살갑게 우리를 맞아주며 저기 초막으로 가자고 우리를 안내했다. 초막은 나무걸이대를 대충 얽어매고 쑥으로 보초막을 만들었는데 바닥에는 두툼한 불로초를 깔았다. 어디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윽고 송씨가 새노랗고 먹음직하게 잘 익은 참외를 한 광주리 내놓으면서 마음껏 먹으라면서 래년에 또 오라고 했다.

그 후부터 우리는 송씨와 친해지고 해마다 명절 때면 찰떡, 증편, 시루떡,김치 등을 송씨네 집에 가져다 주고 송씨 또한 물만두랑 우리에게 주군 했다.

어느 한번 내가 급성 리질에 걸려 고생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송씨는 우리 집까지 찾아와 자기가 손수 만든 밀방약을 나에게 주었다. 그 약을 먹고 인차 나아졌다.

나이 들면서 깨밭에서 송씨와 맺은 인연이 생각나면서 그가 보고 싶다. / 박길자 구술 리삼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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