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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엄마를 부탁해》

편집/기자: [ 유창진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12-27 11:02:25 ] 클릭: [ ]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 신경숙의 작품 《엄마를 부탁해》이다.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며 서두부터 감정을 자극하면서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가? 엄마에 대한 기억은?”

우리는 어쩌면 평소에 엄마를 조금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다. 그러다 진짜 실감했을때에야 삶이 송두리채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엄마가 곁에 있을 땐 까마득히 잊고있던 일들이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튀여나오는 통에 너는 엄마 소식을 들은 뒤 지금까지 어떤 생각에도 일분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억끝에 어김없이 찾아드는 후회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망각했던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엄마’라는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딸에게 엄마는...

아들에게 엄마는...

남편에게 엄마는...

친척에게 엄마는...

엄마에게 엄마는...

엄마는 어디에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지만 정작 당신의 삶은 흑백세계였고 따끈따끈, 모락모락 김이 나다 식어가는 찬밥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엄마가 어느날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가?

이 소설 속에서는 그 가상을 이렇게 풀어 나간다. 이야기는 서울역에서 자식의 집에 가려다 남편의 손을 놓쳐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들이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고 기억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으로 전개되며 각 장은 자식들과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서술된다.

 “그의 엄마는 한겨울인데도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가을 추수 때 낫을 잘못 써서 엄지 쪽 발등을 다쳤는데 아물지 않아 앞이 터진 신발을 찾다보니 슬리퍼였다 했다. 그의 엄마는 숙직실문 앞에 슬리퍼를 벗어놓고 "들어와, 늦지나 않았는지 몰르겄다!"며 그 앞에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을 내밀었다. 엄마의 손은 꽁공 얼어 있었다. 그는 얼음장 같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을 가진 녀인을 어쩌든 기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입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따라오란다고 따라다니면 어떻게 하느냐고 엄마를 책망했다.”

 “‘이놈아 형철아!’ 그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을 그친 엄마는 이제 그를 달랬다. 누가 해주든 밥은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네가 밥을 잘 먹고 있어야 엄마가 덜 슬프다고 했다. 엄마에게서 슬프다라는 말을 처음 들은 순간이였다. 그는 왜 자신이 밥을 잘 먹고있어야 엄마가 덜 슬픈지 알 길이 없었다. 그 녀자 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갔으니 그 녀자가 해주는 밥을 먹으면 엄마가 슬퍼야 맞을 것 같은데 엄마는 반대로 말했다. 그 녀자가 해주는 밥인데 그걸 먹어야 엄마가 덜 슬프다니. 리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는 엄마를 슬프게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제야 “먹을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야지. 눈물이 가득 담긴 엄마의 눈에 웃음이 담겼다.”

 엄마를 잃은 가족들이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전개된다. 늘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줄것 같은 존재였던 엄마는 실종됨으로써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소설은 엄마가 제발 꼭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독자들의 간곡한 부탁은 끝까지 외면한채 끝을 흐린다. 혹여 엄마를 찾더라도 잃어버린 엄마의 삶은 영원히 찾을 수 없어서일가?

나도 어린 시절 한동안 엄마와 헤어졌던 적이 있다. 엄마가 없는 시간동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원망이 되여 심장이 자랄 자리에 혹을 키웠다. 어른이 되여 부모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고나서 다시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는 야윌대로 야위여 내 체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오랜 상처에 고름이 차고 찢기고 터지고 아물며 커갔던 혹 안에서 여전히 무엇이 뛰고 있었던걸 모르고 있었다. 엄마의 심장은 내 안에서 단 한번도 멈춘 적도, 속도를 늦춘 적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잡은 엄마의 손은 어릴때 내 손을 잡아 떨어지는 아이스크림을 닦아내며 냅킨을 씌워 다시 손에 바로 잡아주던 그 손이였고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 눈, 코를 찍어보던 엄마의 손은 어느새 더 많은 굳은 살이 박혀 내 피부에 기스라도 낼가봐 깊게 만지지도 못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엄마가 되여 본다고 진정 알수 있을가, 엄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자신을 통째로 잃어버려도 그걸 다시 찾을 생각은 안하고 매일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시던 엄마는 과연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책과 함께 만나보시기 바란다.

/류선희(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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