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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39] 그 때가 되면 그 때가 되면...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0-05-20 10:31:04 ] 클릭: [ ]

 

필자 조복희  
세월만이 막힘없이 잘 흐르는 것 같다. 엊그제 같이 지금 이 학급의 수학을 맡은 것 같은데 벌써 졸업반이 되였다. 예전 같으면 졸업을 앞두고 더 돈독한 감정을 쌓느라 수업 외에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소학교 생활을 둘러싸고 이야기 꽃을 피우겠건만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사생을 ‘생리별’을 시켜 버렸다.

개학시간은 아장아장 봄아씨와 손 잡고 어김없이 다가왔건만 우리는 집에서 다만 컴퓨터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하여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먼저 켜놓는 것이 나의 일상으로 되였다. 그 날도 나는 첫 수업이라 밥술 놓기 바쁘게 컴퓨터를 마주했다. 30분만의 수업, 게다가 한주일에 한시간씩 줄어들다보니 수업 효률을 높이는데 여간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늘의 6학년 수학과는 〈원기둥의 특징〉이다. 현장 수업 같으면 원기둥의 면과 측면의 전개도를 연구할 때 사생이 함께 원기둥 모양의 실물을 가지고 면을 만져보고 또 측면의 전개도를 직접 펼쳐 보는 등 수학 활동을 통해 수업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텐데… 비록 직관적인 멀티미디어에 의거하면서 학생들더러 조작해라 했지만 직접 나의 눈으로 보지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온라인 수업’에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막상 이렇게라도 수업을 하니 말이지 이렇게까지 못하면 어떠했을가? 애들은 하루 급해서 “선생님, 우리 4월에는 개학할 수 있습니까? 빨리 학교 가고 싶습니다. 선생님들도 그립고 친구들과 막 뛰놀고 싶습니다.” 하고 말한다. “네, 우리 의무일군들이 지금 용감하게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감염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고 통제가 잘 된 날이면 우리는 꼭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상봉의 날을 약속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마쳤다.

수업이 끝나니 나는 습관적으로 무슨 새 소식이라도 있나 폰부터 열어보았다. 집에 ‘갇힌’ 몸이라 외계 정보는 유일하게 폰에서 밖에 얻을 수 없으니 나는 매일 폰을 못살게 군다. 와- 이거 뭐람? 이제 금방 애들과 만남을 약속했는데 우리 현이 오늘부터 해봉한다는 기쁜 소식이 있을 줄이야.

광장이며 공원이며 봉황산이며…거리의 모든 것이 그리워났다. 나는 마치 초롱에서 나온 새처럼 바깥 세상을 구경하러 차를 운전하고 나섰다. 대문을 나서니 한달전 까지만 해도 길가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눈도 이젠 자취를 감추고 꽁꽁 얼었던 나무 가지들도 기지개를 쭉 펴며 팔을 뻗었다. 새들은 자기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자유로이 푸르른 하늘을 누비며 자유의 몸을 자랑하였다.

나는 우리 현성에서 제일 가까운 봉황산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방금전까지만 흥분하던 나의 기분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음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착잡하고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큰길에 들어서니 흥성하던 광장도 공원도 모두들 집에 눌러 있으니 인적기라곤 없었다. 지난날 번화하던 거리에는 차량도 인가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음식점도 상점도 모두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 나는 천천히 운전하면서 낯 설게 변해버린 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랬다.

다만 차창 밖 길 량 옆에 늘어선 나무들이 쑥∽쑥 지나가면서 나하고 인사를 건네는 양 싶었다. 순간 추호의 동요도 없이 당신의 초소를 꿋꿋이 지키면서 목숨까지 바친 영웅들의 얼굴이 하나, 둘 내 눈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리문량, 하시시, 왕병…눈시울이 뜨거워났다.

보라, 초병 같은 이 나무들을, 땅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목숨도 가정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전역(疫)에서 싸우는 백의천사들을 방불케 하지 않는가?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럽고 위대한 분들이다. 생명을 구하고 부상자를 돌보는 사명감을 시시각각 념두에 두고 병실에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자신의 몸으로 바이러스와 영용하게 싸우는 그 숭고한 정신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어느덧 봉황산에 도착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마스크를 벗고 산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애들처럼 소리 쳤다. “바이러스야, 얼른 물러가라!” 봉황산 역시 봄의 고독을 혼자 달래고 있었다. 아니, 봄은 결코 고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봄과 함께 있었으니까. 이제 모든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그 날이 꼭 돌아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더 깨끗하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봄날의 따뜻함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더욱더 아름답고 꽃피여갈 봄날의 모습을 그리면서 봉황산의 봄 전경을 폰에 담고 차에 올랐다.

간만에 나온 몸인지라 20여년 열정을 몰부은 내 사업터― 정든 학교로 가보고 싶은 일념에 저도 몰래 발판을 내디뎠다.

멀리서 학교 창공에서 바람에 나붓기는 국기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났다.

오늘은 월요일, 이날이면 전교 사생들은 학교 운동장에 집합하여 장엄한 국가에 맞추어 국기 게양식을 올렸었는데… 이맘 때면 또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노래 소리가 챙챙하게 울려퍼지고 학교 운동장에는 소학교 꼬마들이 띄운 오색령롱한 연들이 하늘 높이 아름답게 창공을 수놓았을 것이며 롱구장에는 롱구공을 요리조리 굴리면서 재간을 피우는 고중생들로 들끓었을 것인데…

하지만 모든 것이 들끓는 3월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 수건한 운동장이 외로워하는 것 같다. 운동장은 두 팔을 쩍 벌리고 어서 주인이 와서 마음껏 뒹굴고 뛰놀면서 한덩어리가 되 길 기대하고 있건만. 우두커니 서서 학교를 바라보노라니 지나간 모든 ‘자유’가 그립고 학생들이 그립고 동료들이 더욱더 그리워 났다.

지나간 순간순간들이 행복할 때도 있었고 가슴이 짜릿할 때도 있었고 슬플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것은 나를 키워주는 아름다운 무대였고 좋은 책이였다. 출근 할 땐 그토록 주말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지금은 애들과의 만남이 련인을 만나는 것처럼 기대하게 된다. 애들도 얼마나 친구들이 그립고 학교 생활이 그리울가. 그래서 지금도 ‘온라인 수업’을 끝마칠 때면 가끔 학생들과 ‘클라우드포옹’을 하면서 그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래서 잃은 다음에라야 그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는가 본다.

우리는 필연코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사랑하는 나의 학생들과 함께 아담한 교실에서 또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배우고 즐기며 행복을 누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해마다 인생 렬차를 환승하면서 후회 없이 떳떳하게 종착역까지 내달릴 것이다.

나는 고개들어 우러러 다시 한번 국기를 바라보았다. 오늘 따라 국기는 우리를 향해 승리의 기발을 휘날리는 것 같았다.

 / 조복희 (필자는 흑룡강성 라북현조선족학교 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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