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 [
홍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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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3-02-08 16: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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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 주 토요일 오전에 산책하러 강변으로 가는 길에 경진이를 만났다. 소학교를 다닐 때의 경진이한테 작문 쓰기를 배워준 적이 있었다. 지난해 경진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로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너무 반가워 서로 손을 덥썩 잡았다.
“어디로 갔다오는 길이세요?” 그 애는 급히 걸어서인지 두볼이 발그스름했다. 아빠같이 토월산에 올라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그애는 대답했다.
아빠와 함께 기념사진 남긴 경진이
경진이가 4학년 때의 일이다. 경진이가 쓴 작문은 글 보는 이가 훤히 산을 보는듯 산에 대한 묘사를 그 어느 학생보다 잘 썼다.‘지금 애들이 대자연과 접촉하는 기회가 극히 적은데 이 애는 어떻게 마치 산에 가본 듯 이렇게 감탄할 정도로 잘 썼을가? 혹시 책에서 본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닐가'고 생각한 나다. 궁금증을 풀고저 어느 한번 경진이한테 물었다.
“산에 가본적이 있어요?”, “네. 쉬는 날이면 아빠가 저를 데리고 산에 갑니다.”, “아빠 혼자 심심해서 데리고 가는 건가요?”, “아닙니다. 쉬는 날 제가 집에 있으면 핸드폰만 자주 들여다 봐서 그럽니다.”
그래서 경진이는 번마다 오전 열시가 돼서야 공부하러 오는구나. 그때마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였고 숨도 거칠어질 때가 많았다. 쉬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바로 등산한다고 하는 경진이는 추운 겨울에도 아침 일찍 산으로 가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서 주말이면 빼놓지 않는 일상으로 되였다고 한다.
어린 딸애가 핸드폰에 중독될가 걱정되고 또 건강에도 좋은 산행이라 대자연과 자주 만나게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알 것같았다. 우거진 수림 속을 걸으며 풀벌레들의 노래소리, 이름 모를 꽃들이 보내는 눈인사, 물씬물씬 풍겨오는 흙냄새를 맡으면서 대자연의 향기에 푹 빠지는 경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겨울철,푸르는 산이 하얀 이불 덮고 깊은 잠에 빠진 듯 조용한 가운데 사각사각 뽀드득 뽀드득 귀맛 좋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백설이 뒤덮인 산과 들, 나무들이 산행자들을 반기며 청신한 공기를 선물한다. 사계절 대자연의 변화를 감수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그 멋 또한 경진이에게 풍부한 체험을 안겨준다. 그러기에 경진이의 글에서 산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닐가.
언제 인가 길가에서 경진이의 아빠를 만난 적이 있다. “다른 집에서는 애들이 고생한다고 산행에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하는데 경진이 아빠는 어찌하여 애를 데리고 산행을 하십니까?”고 물었다.
“주말에 애가 집에만 있으면 온 하루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습관을 바로 잡을 겸 더우기는 어릴 적부터 자연과 많이 접촉하면서 자연을 알고 자연을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덥고 추운 환경을 견뎌내는 의지도 키우고 그 어떤 환경에서도 과감히 맞받아 나아가는 근성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라고 경진이 아빠는 말한다. 이런 아빠가 돋보인다. 경진이라고 왜서 주말이면 늦잠 자기를 싫어하겠는가. 특히 겨울날 아침 일찍 등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와 함께
한번도 산에 가본적이 없는 애들은 경진이를 만나면 가끔 산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며 이것저것 묻군한다.
“산에 가면 공기가 청신하다고 하는데 어떤 감각이냐? 그리고 산 우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를 내려다보면 층집들이 어느 만큼 되여보여?”
“숲속을 걸을 때 풀들이 서로 대화한다는데 들어본적이 있니? 선생님이 풀들도 대화를 나눈다고 말씀하셨잖아?”
“다음에 가면 산새들의 노래소리를 록음해서 우리한테 들려주려무나.”
애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낼 때면 경진이는 장한 일을 한듯 가슴이 뿌듯하단다. 몇번이나 경진이는 여러가지 새들의 노래소리를 록음해 학교의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단다. 새소리가 이렇게도 아름다울 줄 몰랐다는 아이, 새소리에 맞춰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아이, 또 신기한 듯 새소리를 귀담아 듣고 또 듣는 아이…
어느 점심시간에는 선생님도 함께 새소리를 들어주셨다면서 경진이의 얼굴에 꽃물결이 출렁거렸다.
산행을 한 후로 경진이한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쩍하면 감기에 걸리던 애가 감기를 잘 안하고 학급 활동에 소극적이던 경진이가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자신이 없어 나서지 못하던 웅변대회에도 적극 참가했다. 아무튼 무슨 일에서나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진이
언제 였던가 몇몇 학부모들로 구성된 이룡산 소풍이 있었다. 아이들도 함께 나섰다. 어쩌다 산에 가게 된 애들은 흥분을 못 참고 산꼭대기까지 통하는 계단을 따라 막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오르지 못하고 애들은 저마다 헐떡이며 쉬다 오르고 또 쉬다 오르고 했지만 경진이만은 단숨에 올라갔다.
“경진이 아빠는 애한데 무슨 보약을 먹였길래 애가 저렇게 잘도 올라가요?”, 애들은 약속이나 한듯 이구동성으로 “경진이는 주말마다 등산한대요. 우리도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산행할 때마다 경진이 아빠는 산에 오르는 경진이의 모습을 사진 찍고는 위챗 모멘트에 올린다. 위챗 친구들은 칭찬의 글을 보내며 격려해준다.
일년 사시절 아빠와 딸애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으로 톺아오르는 모습이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눈앞에 안겨온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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