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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28] 비결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3-03-06 12:12:48 ] 클릭: [ ]

세월은 류수와 같다더니 온라인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한 지가 어느덧 해수로 3년째 접어든다.

내가 처음 일인방송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하자 령감은 “주책도 풍년이지, 돈이나 명예가 생기는 일도 아니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팔순 넘어 청승맞게 왜서 고생을 사서 하려는가?”고 극구 말렸다.

“엄마 생각이 참 갸륵한 데 아빠는 왜 반대하세요? 년세가 좀 많기는 하지만…” 딸은 적극 지지하고 새 휴대폰과 소형 마이크까지 사다주었다.

 

〈8학년 2반 친구 방송〉에서의 필자 김선녀

그렇게 2021년 국경절 이튿날, 60년전에 화룡방송국 방송원으로 근무할 때 목숨으로 지켰던 〈9시뉴스〉란 기사를 써서 우리 집 작은 서재에서 〈8학년 1반 친구 방송〉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8학년 2반 친구 방송〉으로, 올해부터는 〈좋은 친구 방송〉과 〈듣는 도서관 방송〉이란 타이틀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클릭수가 몇십명 밖에 안되여 실망했는데 한두달이 지나니 몇백명에서 천명, 2천명으로 많아지니 나는 너무 즐겁고 신나서 젊음으로 되돌아가는 들뜬 기분이였다. 나에게 이런 보람과 성취감을 가져다준 이들이야말로 정말 백골난망이다.

〈8학년 친구 방송〉을 연변시랑송협회와 연변도서관 공식계정에 올려 더 많은 사람들이 청취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주선해준 송미자 회장님이 너무 고맙다.

특히 지금까지 우수한 원고를 제공해준 길림신문, 연변일보, 《연변문학》잡지, 《로년세계》잡지, 《연변녀성》잡지 그리고 주옥같이 빛나는 작품들을 추천해주신 림원춘, 리원길, 리혜선, 허련순, 최국철, 김호웅 등 여러 작가분들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런 고마운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믿음이 있었기에 보람 있고 아름다운 삶을 지향하는 〈8학년 친구 방송〉은 오늘까지 80여차나 무난하게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민족의 자랑인 정률성, 리홍광, 김찬해, 김시룡, 김학철, 정판룡 등 혁명 영웅들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과학 분야의 선진인물 사적 및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에 즈음하여 주덕해 전임 주장, 조남기 상장, 리덕수 전임 주임 등 우수한 우리 민족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방송하면서 무한한 긍지와 자부감을 가졌다.

 

1961년 화룡방송국 방송원으로 있을 때의 필자(오른쪽)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반시간씩 하는 〈8학년 친구 방송〉을 꾸준히 들은 한 청취자는 산수연을 지낸 할머니가 감히 방송을 하니 신비롭고 대견하다면서 “아나운서님! 진짜 할머니가 맞아요? 그렇게 젊고 기백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녀사님은 아주 멋지고 건강하실테지요. 그 비결과 신상도 방송해주면 좋겠습니다.” 라는 댓글을 보내주었다.

나는 “명랑하지도 않고 거칠은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청취자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뿐, 비결 같은 건 없고요. 더구나 멋지기는 커녕 백발 꼬부랑 할머니가 맞습니다.”고 회답했다.

사실 그러하다. 나는 가난한 농가집 9남매중 맏딸로 어렵게 컸다. 가고 싶은 대학에도 못 가고 겨우 사범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에 랑독과 랑송을 잘해 방송원의 꿈을 이룰 수 있은 것이 참으로 행운인 것 같다.

나는 20살 때부터 퇴임할 때까지 근 40년을 화룡방송국 및 연변라지오방송국과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방송원, 성우, 기자, 연출로 일해오면서 나라와 사회에서 받은 사랑과 혜택이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퇴임한 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20년을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후회스러웠다.

10전치기 마작이나 화투치기에만 올인하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이렇게 허무하게 종칠 수는 없지 않는가?! 백내장 수술을 한 후 시력이 좋아져 책을 읽을 수 있고 글도 좀 쓸 수 있게 되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슨 작은 일일지라도 해서 그동안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여러모로 고민하던중 “그래, 내가 좋아하는 방송을 해보자.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시력이 안 좋아 책을 읽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한번 온라인으로 일인방송에 도전해 보는거야!” 이렇게 마음 먹고 과감히 〈8학년 친구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내 미약한 능력으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단편소설이며 영웅들과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청취자들은 “팔순 넘은 고령에 그 씩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우리들한테 즐거움과 자부심, 희망과 사색을 줄 수 있는 비결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라고 많이들 물어왔다.

과연 나한테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가?

목소리는 페부로부터 오장륙부를 경과하고 성대를 진동하면서 나오는 소리이다. 목소리가 힘이 있고 친절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심신이 건전하고 정력이 왕성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 방송에서 기쁨, 슬픔, 분노, 모멸감, 동정, 리해 등등 감정을 목소리 하나로 실감 있게 표현한다는 것은 전문 아나운서나 성우가 아니고는 쉽지 않은데 하물며 팔순 넘은 로인이 아닌가?

사실 혀가 령활하지 못해 발음이 잘 안되고 시력이 약해져 글줄이 엇갈리면서 자주 틀려 30분 좌우되는 한회 방송을 처음부터 다시, 또 다시 수십번 록음할 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저명한 작가들이 펴낸 40, 50만자 되는 인물전기를 여러번 읽고 2, 3만자로 줄여 방송하는 일이 무지무지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화도 짜증도 내지 않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까! 그저 청중들에게 미흡한 방송이지만 보다 보람 있는 삶의 에너지를 전해 드릴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 했을 뿐이다.

머리는 은발로 변해가고 눈가에는 주름살이 깊어가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목소리는 젊고 친절하고 씩씩하려고 무등 애를 쓴다. 나는 나에게 힘과 용기와 지혜를 준 고마운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의지와 노력외에 또 어떤 요소가 있을가를 심사숙고 하다가 불현듯 옛 추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1968년초 나는 첫 애를 출산하고 급성 페결핵과 악성 림파결핵에 걸렸었는데 어머니의 간난신고 끝에 구사일생으로 죽음을 면하게 되였다. 비록 병은 낳았지만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늘 로심초사하며 안절부절 못하던 어머니는 “산 누에를 환자 나이만큼 먹으면 병이 도지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게 되였다.

1994년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연출로 있으면서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리 밖에 있는 로투구작잠연구소로 찾아가 어렵게 누에씨를 구해다가 웃방에 다락을 매고는 이산저산 넘나들면서 손수 뽕잎을 따다가 누에를 키웠다.

1969년 늦가을의 어느 날, 어머니는 산 누에와 배추잎을 물동이에 담아 이고 서성촌에서 뻐스를 타고 연길로, 내가 살고 있는 연변방송국 탁아소로 찾아왔다.

통통 여물어 당금 명주실을 토하려고 꿈틀대는 파르스름한 산 누에를 어머니는 손으로 꼬불쳐 배추잎에 싸서 하나씩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산 누에 쌈을 눈물과 함께 30개를 삼켰다. 나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방송국 애기엄마들도 돌아 앉아 흐느끼는 ‘풍경’ 속에서 나는 보기 만해도 끔찍하고 상상 만해도 온몸이 오싹하는 그 징그러운 산 누에를, 그것이 민간료법이든 특효 비방이든 관계치 않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눈을 딱 감고 내 나이 곱배로 60개를 몽땅 배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 덕분인가?! 나의 페결핵과 악성 림파결핵은 반세기가 넘게 지난 오늘까지 한번도 재발하지 않았다. 하기에 나는 지금 팔순이 무색하게 〈좋은 친구 방송〉과 〈듣는 도서관 방송〉을 열심히 하면서 친구들과 보람찬 삶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늙었다는 구실로 독서에 등한 하던 내가 방송을 하면서 잡지를 주문하고 책을 사 드리기 시작했는데 책장이 넘쳐나 창턱 우와 방바닥에까지 책이 쌓여있다. 책을 읽고 좋은 방송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 얼마나 즐겁고 뿌듯한 지 모르겠다.

그동안 부지런히 책을 읽고 열심히 방송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권리를 가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성심껏 하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이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아! 50여년전의 가슴 쓰린 추억과 오늘의 깊은 감회가 뜨거운 감격으로 북받친다.

그제 날 헌신적인 어머니 사랑이 내 방송 인생을 지켜주었다면, 오늘 날 내 막바지 인생에 방송인의 용기와 신념을 다시 불러일으켜 사명감과 성취감 그리고 행복을 만긱하면서 〈8학년 친구 방송〉, 〈좋은 친구 방송〉과 〈듣는 도서관 방송〉을 3년차 거침없이 훌륭하게 진행하도록 배려해준 친애하는 청취자 여러분들과 고마운 작가님들의 다함없는 신뢰와 사랑이야말로 크나큰 동력이였고 진정 소중한 비결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가슴 깊이 절실히 깨닫게 되였다.

/김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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