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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수필-멀어져가는 다듬이소리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연변인터넷방송 ] 발표시간: [ 2013-12-19 16:29:03 ] 클릭: [ ]

...다듬이돌을 보노라니 갑자기 다듬이질로 한생을 보낸 할머님생각에 가슴이 아련히 젖어들었다.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로 바깥일을 하셨기에 집안일을 많이는 할머니께서 하셨다.추수가 끝나면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온집 식구들의 솜이불을 몽땅 뜯어내서 씻군 하셨다.

이불거죽은 물에 들어가면 몇십배나 무거워지는데 할머니가 물을 듬뿍 머금은 이불거죽을 마치 어부가 물고기가 가득 걸린 고기그물을 끌어올리듯 힘겹게 다루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한결 정갈해진 이불거죽은 눈부신 해살을 한가득 받으며 가을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었고 우리들은 새햐얀 기발같은 빨래사이에서 재미나게 놀군 하였다. 빨래가 말라서 곱실곱실해질무렵이면 할머니는 이불거죽을 거두어 미리 준비해둔 밀가루풀을 먹이고 다시 널어놓았다가 눅눅해지면 걷어들였다...

할머니의 손에서 빨래가 놓치면 어머니가 뒤로 넘어지셨고 어머니가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할머니가 앞으로 넘어지셨다. 서로 넘어지지 않으려면 웃몸을 뒤로 젖히고 요령있게 살짝살짝 뒤로 넘어지듯 잡아당겨야 했는데 그 알맞은 당김이야말로 수십년간 몸에 배인 기술이며 멋이 아니겠는가...

그 다음에야 할머니의 다음이질이 시작됐다. 또닥또닥 따다닥따다닥 한참 다듬이질을 하다가는 다시 펴서 개인후 또 두드리고 이렇게 몇번 반복하다가 윤기나고 매끈하게 다듬어져야 할머니는 다듬이질을 끝마치셨다. 그래야 천이 광택이 나서 때가 덜 묻고 수명도 더 길어진다는것이였다. 방망이로 두드리면 천이 상할것  같았는데 왜 하필 저렇게 열심히 두드리는지 그제야 까닭을 알수 있었다. 매양 할머니가 똑닥똑닥 토다닥토다닥 하며 열심히 다듬이질을 할 때면 나는 옆에 엎드려 손으로 턱을 고이고 구경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다듬이소리에 취해 소르르 잠이 들기도 하였다...

투박하면서도 경쾌했고 나름대로의 리듬과 절주까지 있었던 다듬이소리 이제는 추억속의 소리로만 돼버린것인가 .빨래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마음에도 유난히 구김살이 많았던 그 시절 려염집 녀인들에게는 마음의 구김살을 펴고 반듯한 마음을 다짐하는 소리이기도 했으리라. 커졌다가 작아지고 느리다가도 빨라지는 다듬이소리는 그 어떤 악기로도 낼수 없었던  자연의 음이였고 생활의 소리였으며 시골마을 고향의 멜로디였다...

살면서 평생 꽃단장 한번 못해보시고 이웃동네마실도 별로 못다니시고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험한 삶의 길을 걸어오신 할머니는 그 한 많은 세상살이를 어쩌면 다듬이질로 다독여왔는지도 모른다.지금 생각해보면 이렇듯 정취가 넘쳐흐르던 다듬이 소리가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지 너무도 오래된것 같다.

지나온 추억으로 마음을 더듬으며 다듬이소리를 다시 한번 되살려보노라니 다듬이질에 배여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시절 그 시절의 따스한 정취가 다듬이소리를 타고 마음속에 젖어든다...

/ 조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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