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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숙능생교 -‘기름 파는 로인’이 주는 계시

안상근 길림신문 2024-07-11 14:08:58

‘숙능생교(熟能生巧)’는 ‘능숙해지면 기교가 생긴다’는 말로 무엇이든 오래 익히면 기교가 생긴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말은 ‘오랜 훈련을 거쳐야 뛰어난 기교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이 성구는 북송때의 문인 구양수가 쓴 〈기름 파는 로인〉(卖油翁)이라는 글에서 취한 것이다. 

중국 북송시대에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진요자(陈尧咨)라는 인물이 있었다. 하루는 진요자가 자신의 집 정원에서 활을 쏘고 있었는데 쏘는 활마다 과녁의 중심을 맞혔다. 많은 사람이 그 광경을 구경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들 중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기름 파는 로인이였는데 진요자가 과녁을 명중시켜도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뭐 특별한 건 아니군”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활 솜씨에 대단한 자부심을 지닌 진요자는 그의 반응에 무척 마음이 상했다.

“내 활쏘기 실력이 별거 아니란 거요?”

“아닙니다. 당신의 활쏘기 실력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건 익숙해진 것일 뿐 특별할 건 없다는 말입니다.”

“당신도 활을 쏠 줄 아시오?”

“저는 활을 쏠 줄 모릅니다.”

“활을 쏠 줄도 모르는 자가 감히 내 활솜씨를 무시한단 말인가?”

“저는 활을 쏠 줄은 모르지만 기름을 따를 줄은 압니다.”

로인은 호리병을 땅바닥에 놓고 그 입구에 동전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기름을 담은 국자를 높이들어 올려 그 동전의 구멍 사이로 기름을 부어 넣기 시작했다. 기름은 한 줄기 가느다란 직선을 그리며 동전 구멍 사이로 빨려들어 갔는데 기름을 다 부을 때까지 단 한 방울도 동전에 묻지 않았다. 로인은 기름을 다 부은 후 이렇게 말했다.

“이것도 특별한 건 아닙니다. 단지 숙련되여 기교가 생긴 것뿐이지요.”

신경 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1만 시간’은 위대함을 낳는 매직 넘버라고 강조했다. 어떤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적인 팝 그룹 비틀즈는 한 클럽에서 매일 8시간 이상씩 10년을 연습했다.빌 게이츠도 프로그래밍에 1만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해 성공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빌 조이도 컴퓨터 앞에서 1만 시간을 보낸 후 성공했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이면 10년, 하루 10시간이면 3년을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 정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뛰어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는말이다. 숙능생교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숙능생교’의 현대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듯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과물은 없다. 한순간의 영광스런 모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순간의 영광이 있는 법이다. 백조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유히 호수를 거닐지만, 수중에 있는 백조의 다리는 수많은 발길질을 해야 겉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진다. 처음부터 달인은 없었다. 연습에 연습을 계속하고 훈련에 훈련을 집중한 것이다.

미국 프로롱구의 황제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다. 1993년 피닉스와의 경기가 있던 날, 방송국 촬영팀은 경기 중계를 위해 시합시간보다 대 여섯 시간 일찍 경기장을 찾았다. 촬영팀의 일원이였던 방송인 닉 핀토는 경기장에서 자유투를 던지고 있는 마이클 조던을 발견하였다. 그는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원에게 살짝 다가가 물었다.

“조던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나요?”

경비원은 혀를 차며 이렇게 대답했다.

“말도 마세요.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자유투 연습만 하고 있어요.”

우리가 롱구의 천재,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표현하는 조던은 롱구기술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자유투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최고가되는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그를 롱구의 천재로 만든 것이다.행운이란 노력의 대가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와 땀의 결심이 운을 불러 들이는 것이다. 옛 속담에 ‘칼 쓰는 검인은 364일 동안 칼을 갈아서 단 하루를 쓰는 것이고, 총잡이도 364일동안 총을 갈고 닦아서 단 하루 동안 총을 쏜다.’라는 말이 있다. 승리의 한 순간을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스위스 피아노의 대가 지그문트 탈베르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도 이어지는 연습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대 음악회가 개최되는데, 그에게도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음악회는 언제 개최됩니까?"

"다음 달 1일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때까지는 연습을 할 수 없습니다."

"연습이요? 선생님께서도 연습을 하십니까?"

"이번에도 신곡을 연주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3일 정도면 연습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많은 음악가들을 알고 있지만 한 번 하는 연주에 4일 이상 연습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하물며 선생님 같은 대가는 연습이 필요 없지 않겠어요?"

그러자 그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는 신작발표회를 가지려면 적어도 1,500회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루에 50회씩 연습하면 1개월은 걸리겠지요. 그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면 출연하겠습니다. 연습할 시간이 없으면 절대 출연할 수 없습니다."

흔히 천재는 타고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타고난 천재도 '완성된 연주자'가 되는 비결은 딱 한 가지다. 연습이다. 피나는 연습의 고통을 통과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결코 '완성'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조선시대 4대 명필’ 중 한 사람이자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는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젊은 시절 그저 재주있는 신동에 불과했지만, 그의 고백대로 벼루 열 개에 밑창을 내고 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 끝에 추사체를 완성하고 대가가 됐다. 흔히 그의 서예를 가리키는추사체는 얼핏 즉흥적으로 휘갈겨 쓴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기괴한 글씨체를 들어 그의 천재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글씨가 오랜 연습과 수련의 결과에서 나왔다는 점을 모르는 소치(所致)이다. 그는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글씨 인생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70년 동안 벼루 10개나 구멍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

그는 또 이당(怡堂) 조면호에게 주는 편지에서 “팔뚝 밑에 309개의 예서 비문이 들어있지 않으면 예서를 하루아침 사이에 아주 쉽게 써내기 어렵다”면서 스스로 《한례자원》(汉隶字源)에 들어있는 한~위 시대의 예서 비문 309개에 통달하였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에게 서예든 그림이든 작품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은 수련과 연찬이였다 

남들보다 조금 다른 길을 가는 자에게는 시련이 필수적이다. 겉으로 보기에 쉽게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의 리면에는 수많은 고통이 내재되여 있다. 남들보다 뛰여난 재능을 가졌더라도그 능력을 현실화시켜줄 연습이 없다면 천재성도 평범한 삶 속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천재와 범재, 그들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끝없는 연습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

/김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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