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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준 시]가시(외2수)

안상근 길림신문 2024-07-11 14:08:58

열매를 따다가

훅 손 따갑게 들어온 가시 하나

집게로 뽑으니 빨간 피 돋는다


그러나

가슴에 심장에

깊이 박혀버린 가시는


아무리해도 좀체로

뽑히지 않는 가슴가시는


심장을 불살라

그 뾰족한 끝을 녹여주니

저절로 걸어나온다


대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떠나는 가시 앞에

머리를 숙인다


갈대


꽃 아닌 풀들도

초록치마 떨쳐입고

계절을 즐기는데

한껏 수수한 웃음만 한 점


비가 와도

바람 불어도

락엽 뒹굴어도

흔들림 없이 미소만 지을 뿐


보잘 것 없는 숲에서 태여나

한 세상 투정도 부리지 않고

생명의 노래만 부르는 넌


아프게 살면서도

속을 비울 줄 알고

외롭게 흔들리면서도

울음을 참을 줄 알던 넌


꿈의 릴레이


바람이 좋다

하늘을 난다


땅속에서는 씨앗이

작은 가슴에 꿈을 품고

곧 일어설 거라고 소곤거린다


해빛 찬란하면

고개 내밀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다가

파란 입술 쏘옥 내민다


마침내 가슴이 넓어지고

꿈이 참을 수 없이 커지면

푸른 하늘에

꿈 품은 씨앗을

훨훨 날린다

/리기준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