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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행수기] 내가 가본 신강(2)

김영화 길림신문 2024-08-13 12:30:34

■ 리창렬


(전번기 계속)

세월도 수없이 흐르고 조대도 부단히 바뀌고 주인도 끊임없이 바뀌건만 신종산은 변함이 없다.

14일 려행지는 허무(禾木)풍경구였다. 이 풍경구는 신강 북부 뿌얼진(布尔津)현 경내에 위치해있다. 주요한 풍경은 유명한 운소봉(云霄峰) 과 허무촌이다.

우리가 운소봉 정상에 올랐을 때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온 산이 눈과 안개에 휩싸였다. 눈앞은 온통 백색의 세계로 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운소봉은 구름봉이란 뜻이건만 오늘의 운소봉은 안개와 눈뿐이다.

운소봉에서 내려와 우리는 허무촌으로 이동하였다. 이 촌은 몽골, 로씨야 변경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카나스(喀纳斯)민족향정부 소재지이다.

카나스민족향 총인구는 1,800명인데 주요하게 투와인과 까자흐족이다. 그중 투와인이 1,400명이다.

허무촌은 작은 산간마을이다. 마을은 사면이 산에 둘러싸여있다. 마을의 주요 촌민은 몽골족에 속하는 투와인들이다. 그들은 세세대대로 이 땅에서 유목생활을 하면서 산 좋고 물 좋은 이 고장을 생활의 보금자리로 알뜰살뜰 가꾸었다.

마을을 둘러싼 산은 그리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언덕이다. 언덕마다 초목이 무성하고 산중턱에는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자욱해 신비함과 포근함을 안겨준다. 북쪽 언덕은 꼭대기가 평지여서 산책하기 좋은데 거기에 올라서면 온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안겨온다. 목민들의 통나무집은 우리 고장 아빠트처럼 빽빽이 들어서지 않고 산림 속에 자유로이 널려있다. 사면 언덕의 안개 자욱한 곳에 보일 듯 말 듯 얼른거리는 것은 수림 속에서 말 타고 방목하는 투와인 젊은이들이다.

마을 서쪽 산언덕 아래에는 허무하(禾木河)가 북으로부터 남으로 유유히 흐른다. 강변에는 봇나무숲이 무성하고 봇나무 그림자와 파란 하늘이 비낀 강에는 이름 모를 물고기떼들이 파란 하늘과 하얀 봇나무 숲속을 자유로이 나들면서 장끼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운수 좋게 투와인의 나무집에서 하루 묵었다. 비록 허무촌은 현대화한 도로나 빌딩이 없는 치벽한 산간마을이였지만 빈곤부축, 빈곤퇴치 덕분에 나무집 실내는 깔끔하고 정연하게 꾸며져있었다. 가구, 가전제품, 식사칸, 화장실, 카텐 등이 구전하게 갖추어져있었다.

번화한 도시를 멀리하고 외딴 산간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하고 산뜻하여 서방의 동화세계를 련상케 하고 중국의 고대 무릉도원을 방불케 한다.

15일 려행지는 하나스촌(哈纳斯村)이였다. 하나스촌도 투와인 집거구역이다. 중국에는 총인구 3,000명에 가까운 투와인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들은 신강의 허무촌과 하나스촌, 바이하바촌(白哈巴村) 세곳에 분포되여있다.

하나스촌의 투와인들은 조상들의 풍속을 계승발양하는 우량한 전통을 갖고 있다. 옛 전통악기 다루기에도 아주 능하다.

추우얼(楚吾尔)은 투와인 민간 유물의 한가지로서 귀중한 전통악기이다. 이 악기는 망달레시(芒达勒西)라는 당지의 식물줄기로 제작했고 생김새는 피리나 퉁소와 아주 흡사하나 구멍이 3개뿐이다. 신기한 것은 다섯가지 소리와 6개 음을 낼 수 있는데 그것도 입을 벌린 상태에서 혀끝으로 바람을 통제하여 2개 성부가 동시에 소리를 낸다. 그중 목구멍이 떨리는 소리로 화음을 내고 혀끝으로 통제하는 소리가 아름다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국가 무형문화유산인 추우얼 연주는 기술 요구가 아주 높아 3년의 공력을 들여야 겨우 발성할 수 있다고 한다.

투와인들이 여러가지 민족악기로 합주하는 음악은 넓은 초원의 하늘가에서 들려오듯 유유한 가운데 깊은 산속에서 울려오는 메아리같기도 하였다.

세상에는 재능이 뛰여난 사람이 많고 많다. 그들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세상의 방방곡곡에서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나는 투와인들이 소박한 생활방식과 고유한 민족 전통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음에 진심으로 되는 경의와 찬사를 보내게 되였다.

하나스촌에서 계속 이어진 려행지는 신강 알타이(阿勒泰)지구 뿌얼진(布尔津)현에 위치해있는 카나스(喀纳斯) 호수다. 이 호수는 중국 경내에서 가장 깊은 빙퇴석 언색호(冰碛堰塞湖)로 여라가지 관상어류와 식용 랭수생선의 산지이다. 카나스는 신강어로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신비롭다’는 뜻이다.

나는 과거에 신강은 사막이 많고 물자원이 매우 부족한 곳이라 생각했다. 사실 신강에는 500여갈래의 하천과 몇십개에 달하는 천연호수가 있고 인구당 물자원량이 전국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한다. 참으로 새롭고 놀라운 발견이다.

16일 려행지는 우차이탄(五彩滩) 풍경구였다. 이 풍경구도 신강 알타이 뿌얼진현 경내에 있다. 이르띄시강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빙양에 흘러드는 강이다. 알타이산에서 발원하여 카자흐스딴에 흘러들어 로씨야 국제하류에 합류한다. 이르띄시강은 서역의 망망한 대지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하류의 량안은 자연형태가 완연히 다른 두개의 세계를 이룬다.

남안은 지형이 평평하고 강남의 풍경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수림이다. 북안은 기복을 이룬 지형에 풀한포기 나지 않는 오색찬란한 빛을 뿌리는 신비한 세계다. 육안으로 보면 말라 땅땅한 황토덩어리같지만 실지는 암석으로 이루어졌다.

오차이탄은 암석층 내풍화력의 차이로 울퉁불퉁한 외곽을 이루었다. 해빛이 암석을 만나 굴절, 반사되여 붉은색을 위주로 누른색, 흰색, 검은색, 푸른색, 자주색 등 여러가지 부동한 색갈을 뿜어 신비하고 황홀한 세계를 만든다. 나는 자연의 무궁무진한 힘과 신묘한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음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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