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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순방] “장이야 군이야” 장기판 일만수에 세월이 간다

안상근 길림신문 2024-08-15 11:19:08

길림성 성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장기 전승인 조룡하

길림성 성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장기 전승인 조룡하

에헤~ 상투박이 저 로인네 뚜각때각 장기만 둔다네

장이야 군이야 장 받아라 상이 뜨면 포 떨어진다

얼씨구 지화자 좋다 절씨구 두어야 장기지

얼싸 장군을 받아라 옛다 멍군이 아니냐

대명천지 밝은 날에 긴 담배대 곁들어 물고

에 장기판 일만수에 세월이 간다…

길림성 성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장기 전승인인 조룡하(55세)씨는 길을 가다가도 장기판을 만나면 아버지가 예전에 장기를 두면서 흥얼거리군 했던 <장기타령>을 떠올리면서 흥겨운 옛추억이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고향이 화룡시 서성진 북대촌인 조룡하씨는 어릴 때부터 장기를 잘 두는 아버지한테서 장기를 배웠다. 아버지 조두만은 해마다 여름철 농한기면 열리군 했던 촌운동대회와 향운동대회에서 항상 1, 2등을 다투던 장기고수였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조룡하씨도 현재 조선족장기 프로 6단이며 장기실력이 만만치 않다.

장기는 전쟁태세를 모의하여 창안해낸 지력과 지능 지혜를 키워주는 유익한 오락물로서 성격과 의지를 단련시켜주고 우정과 친선을 도모해준다. 전쟁에 있어서는 쌍방의 장비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장기는 동등한 기물과 성능으로 순순히 지능과 지력의 대결로써 승패를 가늠한다. 이러한 점에서 장기는 건전한 전통적 민속오락물로 지능스포츠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즐기는 오락의 일종이다.

조선족장기는 포진법이 다양하고 말들의 활동범위가 넓고도 다채로워 진지한 흥취를 자아내는바 예나 지금이나 남녀로소 불문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조선족장기는 예나 지금이나 남녀로소 불문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된 오락이다  

“과거 농촌에서 여름철이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장기를 놀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연길에 와보니 춘하추동 장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장기를 즐기였던 터라 연길시내 곳곳에서 장기를 노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룡하씨의 눈에 자꾸 들어왔다. 조룡하씨가 살고 있는 연길시 공신의 한 두부방 근처에도 사시장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여서 장기를 두는 열성 장기군들이 많았다. 얼추 20여명이나 되였는데 활동장소도 없고 소속된 협회도 없는 아마추어들의 모임이였다. 거기에서 조룡하씨는 현재 연길시민속장기협회 부회장으로 있는 최준씨를 비롯한 여러 장기군들과 면목을 익히면서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 공원분회 설립도 도왔고 장기군들이 겨울에도 추위에 떨지 않고 부담없이 장기를 놀 수 있도록 여러모로 뛰여다니면서 실내활동실도 마련해주었다.

그동안 조룡하씨는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에 무상으로 활동사무실도 제공해주었고 2021년부터 지금까지 제7회 전국조선족장기 ‘기성 쟁탈전’, 제3회 ‘회장컵’전국조선족장기시합을 비롯해 많은 전국급, 주, 시급 조선족장기 경기들을 협찬하고 조직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이외에도 조선족장기에 관한 고서적과 오래된 장기판, 장기쪽들도 수집했으며 신문이나 방송 등에 조선족장기 홍보도 적극적이다.

여가시간이면 장기군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장기 한판 두는 것이 조룡하씨의 일상이다

2021년 12월, 조룡하씨는 연변주조선족장기협회와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로부터 조선족장기사업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기여를 인정받아 길림성무형문화유산 조선족장기 대표적 전승인과 전승인단체 책임자 권한을 부여받았다. 조선족장기 1대 전승인은 홍순보, 2대 전승인은 변태산, 제3대 전승인은 홍성빈이다. 조룡하씨는 제4대 전승인인 셈이다. 현재 조룡하씨는 중국조선족장기련합회 부회장에 연변주조선족장기협회 명예회장,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 명예회장 등 많은 장기협회 관련 직무들도 겸직하면서 조선족장기의 활성화와 전승 발전을 위해 로심초사하고 있다.

조선족장기 3대 전승인 홍성빈(오른쪽)에게 공로패를 드리는 4대 전승인 조룡하

“지금 연변의 조선족장기 상황을 살펴보면 장기고수들은 많지만 후대양성이 문제입니다. 젊은 장기인재들의 단층이 심합니다. 장기는 점차 로령화되여가고 그 뒤를 이을 젊은 장기인들이 적은 셈이지요.” 조룡하씨의 안타까운 말이다.

가끔은 10대 젊은 장기인들도 협회에 들어오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협회에서 양성한 장기인들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화룡시 신동소학교 학생들에게 장기를 전수하는 조룡하씨

“장기쪽을 바르게 놓는 것은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장기쪽을 바르게 놓아야 사람의 마음도 바르게 성장할수 있습니다.” 화룡시 신동소학교 민속장기양성반에서 조룡하씨는 어린 소학생들에게 장기의 기본인 장기례절부터 가르치고 있었다. 장기를 대국할 때 장기쪽 선택에서도 붉은 색 장기쪽은 나이가 든 이상분한테 양보하고 푸른색 장기쪽은 나이 어린 사람이 둔다고 가르친다. ‘약자 선수’라고 장기수가 낮은 사람에게 먼저 장기를 두게 하는 례법도 가르친다...

“장기는 지력 개발에 좋을 뿐만 아니라 옳바른 마음가짐을 배우도록 합니다. 장기쪽을 똑바로 놓는 작은 습관은 물론, 대국전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올리는 등 장기는 얼핏 생각하면 간단한 오락 같지만 우리 민족의 우수한 례의범절과 문화가 담겨져 있지요. 또한 장기를 놀면서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사려 깊은 도량과 겸손함,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조룡하씨는 어린 소학생들에게 장기의 기본인 장기례절부터 가르치고 있다.

소학생들의 장기흥취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조룡하씨는 2022년도에 화룡시장기협회, 신동소학교와 손잡고 민속장기 전승기지를 설립했다. 장기교실을 설립하고 장기시합도 조직하면서 후대양성에 힘쓰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조룡하씨는 2차례의 화룡시 소학생 및 중학생 조선족장기시합을 조직하면서 많은 장기애호가들을 양성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족민속장기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기여를 하였다.

조룡하씨의 주도로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에서는 청소년 양성부를 내오고 연길시 연남소학교, 연길시13중학교 등 여러 학교들에도 민속장기 양성기지를 세웠는데 이곳에서 양성된 학생들은 전국중소학생민속장기시합에서 좋은 성적들을 따내였다. 조룡하씨는 청소년 장기인재 양성과 보급에서 중소학생들은 물론 향후 연변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인재 양성계획도 구상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어린 소학생들에 비해 장기를 빨리 배우고 또 후대양성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우점이 있기 때문이였다. 

조룡하씨는 조선족장기는 력사가 유구한 소중한 민속유산일 뿐만 아니라 광범한 군중적 기초와 토대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료해에 따르면 현재 연길시에만 해도 연길시조선족민속장기협회 산하에 7개 장기분회가 있으며 연변조선족장기협회를 필두로 8개 현, 시들에 모두 조선족장기협회들이 설립되여있다. 넒은 범위에서는 길림성, 료녕성, 흑룡강성 등 지역을 망라한 중국조선족장기련합회도 설립되여있다. 협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장기를 즐기는 아마추어 장기애호가들을 포함하면 연변에는 적어도 경상적으로 장기를 두는 장기애호가들이 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족민속장기 발전연구토론회 및 제3회 '회장컵' 전국조선족장기 시합에서

2004년에 연변조선족장기협회가 설립된 이래 해마다 민속장기시합을 조직하고 있으며 2년에 한번씩 세계적인 민속장기시합도 조직하고 있었다. 

연변의 많은 장기고수들은 이같은 차원 높은 장기시합들을 통해 교류하면서 부단히 기력을 높이고 있으며 세계적인 대회의 우승도 여러번 따냈다. 현재 연변에는 장기의 프로급 최고단수인 9단 자격을 가진 장기고수들만 해도 20여명이나 된다. 전국대회에서 4강에 3번 들게 되면 8단 자격을 가지게 되며 전국대회에서 1등을 3번 하면 9단 자격을 가진다. 16강에 3번 들면 4단 자격부터 주어지며 경기참가를 많이 하고 점수를 많이 따게 되면 중국조선족장기련합회에서 기록해서 단수를 확정짓게 된다고 한다.

장기인들은 차원 높은 장기시합들을 통해 교류하면서 부단히 기력을 높이고 있다

조룡하씨는 전국의 여러 지역 장기협회들에 장기실력이 강한 아마추어 장기고수들은 물론 국내외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은 높은 프로급 회원들도 많기 때문에 장기실력을 높이려면 아마추어 장기애호가들이 가급적 각지에 설립되여있는 장기협회에 가입하는 것이 조속히 장기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과 선택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시대 조선족장기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조룡하씨는 2,400여개 전국 및 세계 대회 명품 장기경기 기보 2,400여개를 수록한 민속장기 기보사이트인 ‘기보나라’를 건립하는 데도 적극 지지해나섰으며 최신 민속장기 온라인앱을 개발하는 데도 협찬을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으로도 장기를 즐길 수 있는 조이스톰(乐爆) 온라인 장기 게임앱은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 휴대폰으로 유명 장기인들과 마주앉아 실전 같은 장기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조룡하씨는 소개했다.

무형문화유산인 오덕된장과 손잡고 펼친 조선족장기시합의 한 장면

“장기는 마작이나 화투, 골패, 트럼프 등 대중적 오락물과는 달리 물질적인 자극이 없이도 흥미가 진진한 고상한 스포츠입니다. 동시에 시종 전투정신이 내포되여 있어 신출귀몰하면서 더 무궁무진한 묘수가 속출되여 남녀로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활동입니다. 어찌 보면 조그만한 장기판 속에  일만수의 묘수와 함께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구요. 우리의 선조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전승하고 발전시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인 셈이지요.” 조룡하씨는 성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장기 전승인으로서 계속해서 우리의 민속장기를 아끼고 전승하고 발전시켜나갈 책임과 사명에 늘 어깨가 무거워난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4월, 연변지역 장기협회 단합과 활성화를 위하여 많은 공헌을 하였고 민속장기 전승과 보급 발전을 위하여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조룡하씨는 중국조선족장기련합회로부터 공로패를 수여받았다.

“조선족장기에서 졸은 혼자이면 힘이 매우 약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취약한 졸도 서로 합졸시켰을 때는 강하고 안하무인 격인 차, 포마저 함부로 업수이 보지 못할 만큼 힘이 커지고 강해집니다.”조룡하씨는 민속장기에서의 졸의 특점을 빌어 우리의 민속장기도 서로가 합심하고 뭉칠 때 그 힘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근 김파 기자

编辑:김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