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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8월의 연변에 부쳐

김태국 길림신문 2024-08-28 13:18:22

/글 현룡운(연길)

연변의 8월은 한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이 만나는 시기이다. 연변은 자연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장백산천지, 두만강, 해란강, 부르하통하, 모아산은 연변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연 명소들이다.

장백산천지는 그 높고 푸른 산봉우리들 사이에 위치한 맑고 깊은 천혜의 호수다. 8월이 되면 여름의 폭염 속에서도 천지의 물은 여전히 차디차고 수정같이 맑다. 신비하고 기이한 산봉우리와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천지 주변의 풀과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지만 가을의 기운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두만강은 연변의 자연과 력사를 함께 간직하고 있는 강이다. 강언덕을 처절썩 두드리면서 흘러가는 8월의 두만강은 여전히 여름의 생명력을 과시한다. 짙푸른 강가의 숲은 서서히 노랗게 변해간다. 두만강은 천리 넘는 물길을 아쉬운 듯 오불꼬불 타래치면서 시원한 파도로, 독특한 강내음으로 여름의 더위를 식혀준다.

해란강은 연변의 아름다운 강으로 여름과 가을의 경계인 8월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맑고 투명한 해란강의 물은 수백리 황금 벼파도를 만들어주는 농부들의 생명수다. 가을이면 해란강이 에도는 화룡의 60리 평강벌과 룡정의 세전이벌, 곡창지대 벼밭의 황금파도는 주변의 나무숲들과 어우러져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 8월의 해란강은 여전히 여름의 따뜻한 해살을 받아 반짝인다.

부르하통하는 연변의 또 다른 명소다. 연길시의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부르하통하 량안에 펼쳐지는 밤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8월의 부르하통하를 걸으면 물오리와 물고기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볼 수 있다. 강물은 여전히 시원하고 이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한다. 8월의 부르하통하는 가을이 맞이하는 마지막 여름이다. 

모아산은 연변의 사계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명산이다. 봄과 여름에는 짙푸른 숲과 시원한 바람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8월이 되면서부터 그 푸르름 속에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모아산의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직은 여름의 뜨거움이 남아 있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나무잎의 색갈에서 가을의 도래를 느낄 수 있다.

8월의 무더움은 만물을 익혀주고 그래서 자연은 더 풍성해진다. 들판의 곡물이 점점 익어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풍년의 희망이 넘쳐흐르는 8월의 삼복은 모든 동식물들이 자연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신록이 짙게 독을 쓰는 산림 속에서 잎과 가지를 겨끔내기로 자랑하면서 서로 다른 품종의 나무들이 키크기 경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이름 모를 여러가지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화려한 색갈을 뽐내는 모아산은 숲의 성장 지속의 힘의 경연장이다.

삼복기간이 무덥지 않으면 가을에 쭉정이만 남는다고 한다. 8월은 푸른 전야와 삼림이 무르익어가고 인간도 익어가는 시기이다. 8월은 성숙한 숙녀의 모습이요, 꽃이 열매로 익어 땅과 키스하는 시기이다. 

연변의 8월은 가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제 곧 가을이 되면 장백산천지, 두만강, 해란강, 부르하통하, 모아산은 또 다른 아름다운 자태를 각기 다른 패션으로 뽐낼 것이다. 

연변의 8월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계절의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사람은 늙어가지만 담수에서 태여난 해양성 물고기들은 바다로 헤염쳐 갈 준비를 하고 이곳에서 태여난 제비들도 강남에 날아갈 비행련습을 하는 8월이다. 

编辑:김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