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굿바이! 일확천금의 유혹
길림신문 2025-04-15 15:48:47(연길)리성호
그날도 나는 복권점으로 향했다. 허망한 꿈인 줄 알면서도 유혹을 떨칠수 없다. 일확천금을 획득하려는 욕망 때문에 마음 한구석 충동의 포로가 된다. 가끔 자신의 나약한 의지에 화가 날때도 있지만 요행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의 끈에 유혹되는 자신을 주체할수 할수 없다.
복권점에 들어서니 복권 구매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쑥덕쑥덕한다. 슬그머니 전날에 구매한 복권을 꺼내 번호를 대조해 본다. 영낙없이 ‘오리알’신세이다. 실망이 엄습한다. 입가로 저도몰래 탄식이 흘러 나온다. 오늘은 그만둘가? 엉거주춤 호주머니를 만져보고 핸드폰 여액을 체크하니 고민이 더 깊어진다. 에라, 인젠 복권에 더 빠지지 말자…이때 한 손님이 호기있는 장담을 한다. “오늘은 반드시 7, 2, 3….수자가 나올거요.” 주변 손님들도 서로 맞장구를 친다. 요행 심리가 또 고개를 쳐든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나는 비장한 각오로 번호를 선택한다. 실날같은 희망에 또다시 운명을 걸어본다.
실은 복권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부터 안해의 바가지 긁기가 시작되였다. 그래도 항상 환상과 욕망에 눈이 멀어 안해의 말을 마이동풍으로 생각했다. 가끔 자신의 소행을 부정하고 반성도 하지만 부질없는 욕망에 항상 결심이 무너진다.
매일이다 싶이 “도대체 복권에 얼마나 더 처넣어야 정신 차리겠어요?”라고 절망에 가까운 안해의 원망을 뒤로 한채 집문을 나서군했다. 나도 안해에게 가끔 미안감이 든다. 못난 남편을 만나 괜히 고생만 시키는 자신이 미안하고 미울때가 종종 있다. 엷은 로임 몇 푼을 쪼개 쓰며 가족을 부양하는 처지에 복권의 일확천금에 미련을 두고 살아 간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했다. 후회와 자책이 밀려오지만 그 집착을 도무지 떨칠 수 없다. 그만큼 마음속에는 나름의 욕망과 허황한 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여 안해 앞에서 당당하고 싶고 자식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부모한테는 물질적으로 팍팍 효도하는 자식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잠자리에서 궁싯 거리며 언제면 금전적인 속박에서 해탈될가 고민한다. 그날이 꼭 올거라고 자신을 격려하면서….그러나 그런 날은 점점 실망으로 현실화되면서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매번 적은 돈이지만 그동안 복권에 처넣은 돈을 곰곰히 계산해보면 그것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 돈이면 안해에게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줄수 있고 생일이면 금반지 하나 사줄 여유도 있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고 계시는 아버지에게 약이라도 사 드시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세상에 일확천금을 꿈 꾸다 인생을 망친 사례가 적으냐…피타는 노력만이 진실한 열매를 맺는 법이다.” 아버지가 나를 볼때마다 입버릇처럼 하시는 충고의 말씀이다. 하지만 항상 아버지의 당부를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기지 않고 귀등으로 흘러 보내며 일확천금이 언젠가는 가능할거라고 막연히 고집한다. 번연히 잘못된 선택임을 알면서도 우왕좌왕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기만 한다.
내 고집과 생각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였다. 병원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무기력함과 허무함을 느꼈고 지어 절망에 가까운 충격에 빠졌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피부로 실감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가?"그때부터 나는 고민했다. '로또'와 같은 허황한 일확천금에 미련을 두지 말고 내가 가야 할 옳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능력이 어디에 쓰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름 인생의 풍랑속을 헤치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삶의 미로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에 방황했다. 술을 마시면서 자신을 원망했고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깊은 고뇌 속에서 “아…!” 하고 괴로움을 토해냈다. 그런 순간, 나는 내 삶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절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내가 추구한 것들이 모두 허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비로서 깨달았다. 지난날의 허무한 꿈과 욕망은 내 삶에 아무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래서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결심했다. 나의 모든 잘못된 욕망과 허황한 꿈을 버려야 겠다고…이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찾아야겠다.
그후로 나는 복권과는 완전히 담을 쌓았다. 그리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도 찾아 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신체상황만 허락되면 과감히 뛰여 들었다. 가끔 허황한 꿈의 유혹에 복권판매소를 지날때면 저도 몰래 발걸음을 멈출 때도 있지만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약해지는 모습을 애써 추스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기 사라진 안해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여 올랐고 귀여운 딸의 얼굴도 활기차 졌으며 병환으로 누워 계시는 아버지의 ‘잔소리’도 점점 줄어 들고있다. 어느날 안해가 "당신 덕분에 나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을때 그 한마디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였다. 그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진정한 행복은 결국 다른 이들의 삶에 의미를 가미하는 것임을… 다시는 이루지 못할 욕망과 허영에 발목을 잡히지 말아야지 하고 명심하게 된다. 사실 매일 매일 소중히 여기고 충실하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평범속의 일상들인 것 같다.
작은 행복, 성공, 즐거움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며 가족에 필요하고 친구에게 도움이 되며 사회에 디딤돌이 되는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게 되였다. 인생의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하고 자신의 빛과 열을 다하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만들어가는 첩경임을 각오하게 되였다.
나는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매 시간을 소중하게 나누어 가며 알찬 일상에 매진해 나가는 지금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