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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지역 문학코너] 수필

내편

김룡운

오늘 안해는 나에게 누르끼레한 털모자를 사주었다. 털모자를 보는 순간동년의 이왕지사가 구슬알처럼 쏟아져내렸다 .

나의 소시적은 비록 생활은 궁핍했으나 황금빛으로 물든 동년이였다 .

나의 고향은 교하에서 동쪽으로 30키로메터 떨어진 두메산골이다 . 창령자를 따라 내리굽은 지렁이같은 신작로를 내리면 마을이 나타난다 .

양지바른 언덕 우에 자리잡은 아늑한 마을 앞은 신작로이고 신작로 앞에는 넓은 가야하가 유유히 흐른다 . 강남쪽에는 논판이 펼쳐졌고 무연히 펼쳐진 논판 주위에는 울울군산이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그야말로 한폭의 산수화이다.

봄이 되면 강에는 메기 , 붕어 , 버들치, 모래무지 등이 욱실거리고 강가는동네 아줌마 , 처녀들의 빨래터요 , 여름에는 애들의 물놀이터였다 . 가을이면 앞들에는 황금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을 두른 병풍은 불타오르는 노을을방불케 했다. 겨울이 되면 앞강은 스케트장 , 썰매장이 되였다.

겨울이 짙어감에 따라 눈이 내리면강판은 우리들의 축구장으로 변신한다 . 맵짠 바람이 분들 걱정할 것 무엇이랴 . 사천분지처럼 푹 꺼져내린강판은 마을을 방패막으로 가리워져있다 .

버드나무 두대를 꺾어 량쪽에 알맞춤하게 꽂으면 꼴문이 된다. 축구공이없으면 얼음덩이로 대용한다 . 그해 겨울은 무지무지 추웠다 . 어머니는 큰맘먹고 나에게 3원 50전짜리 황둥개 개털모자를 사주셨다 . 아무리 고약한 날씨라도 그 모자를 쓰면 얼굴부터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

어느 날 친구들과 신나게 뽈을 차게 되였다 . 경기가 시작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순돌이가 나에게 뽈을 넘겼다 . 내가 뽈을 몰고 꼴문 가까이 갈무렵 개똥이가 다리를 거는 바람에나는 비칠거리며 안깐힘으로 지탱해다시 순돌이에게 공을 넘겼다 . 이제슛! 하면 영낙없이 꼴이다. 헌데 이때 개똥이가 순돌이를 막아서며 다시훼방을 놓는 바람에 순돌이는 하는수 없이 몸을 날래게 빼서 공을 다시나에게 넘겼다 . 나는 쉽게 슛을 날렸다 . 꼴문과 가깝고 또한 각도가 좋았기에 문지기도 어쩌는 수가 없었다 .

꼴! —

개똥이는 트집을 잡고 나의 개털모자를 벗겨 공처럼 차고 다녔다. 새 모자는 눈범벅이 되여 볼품없게 되였지만 그냥 굴리고 다녔다 . 내가 앉아서대성통곡해서야 겨우 나를 뒤로하고가는 것이였다 .

겨울의 해는 토끼꼬리만 해서 오후3시만 넘어도 태양은 서산마루를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 나는 땅거미에 가맣게 그을려 엉엉 울며 집에들어섰다 .

여느때 같으면 또 훈계가 한사발이였겠지만 오늘만은 어머니께서 정색해서 물었다 . “왜? 또 누가 때리더니?” 나는 흑—흑— 흐느끼며 말했다.“개똥이가 내 모자를…”

“뭐? 또 개똥이가…” 어머니는 화가 나셨다. 예전에는 머리가 터져 피를 흘리며 들어오면 “가만히 있는데걔가 때리더니? 네가 먼저 집적거렸겠지….” 라고 하시면서 나만 꾸짖었다 .

또 얼굴에 다닥다닥 피딱지가 앉도록 곰보가 되여 들어와도 , 코피가 터져 선지피를 줄줄 흘리며 집에 들어섰을 때도 어머니는 나만 나무라면서 훈계하셨다.

허나 그날만은 나를 앞세우고 개똥이네 집으로 향했다 .

정주간에 들어섰다 . 호롱불도 없이 정주간은 캄캄한데 하얀 김은 안개처럼 자옥했다 . 다만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불빛이 벽구석을 비추고있었을 뿐이다 .

어머니는 “개똥이 어디 있냐? 어서이리 나와 . 내 오늘 요정을 낼 테다 .”라고 소리쳤다 .

개똥이는 방 북쪽 기둥 뒤에 숨었다 . 어머니는 개똥이 어머니에게 삿대질해댔다 . “무슨 애를 그따위로 키우노? 큰아들을 콩밥 먹이더니…”

개똥이 엄마는 우리 엄마 꾸짖음에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목석이 되여버렸다.

“그러니까 자식농사를 잘하라구요…” 라고 하시고 나서 나를 끌고 집문을 나섰다 ."쾅당!”

문소리와 함께 “개똥아 , 내가 제명에 못살아 . 억 —억—” 하는 울음소리가 우리 등뒤를 때렸다 .

그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내 편이 되여주셨다 . 딱 한번 내 편이 되여주신어머니 , 그 일은 어언 반세기를 훌쩍넘겨 60년이 지났지만 그냥 내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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