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연길신화서점’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 건물을 지을 때 바닥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여있다고 한다. 198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한다.
“예전부터 서점을 자주 다녔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늘 해주시더라구요. 주위 건물이 다 변해도 그제날 어릴 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옛 건물은 서점이라는 개념을 넘어 그 자체로 추억이 된다고 말이죠.”
변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건물은 그대로지만 내부 설비 갱신은 물론, 시대와 더불어 서점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독자들의 립장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더불어 여러가지를 차츰차츰 변화하려고 노력중”이라는 연길신화서점 리창혁 총경리의 말처럼 그 변화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신화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라는 고착된 개념을 타파하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점 구석구석에 마련된 쪽걸상이나 지정 독서구역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독서실을 방불케 한다. 10년째 매일 신화서점을 찾아와 보고 싶은 책들을 하나하나 독파중이라고 밝힌 연길시민 남씨로인(75세)은 “서점의 써비스와 배려에 매우 만족한다.”며 엄지척을 했다. “신화서점은 사회적 효익이 첫자리”인 만큼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하려는 독자들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서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1층에는 아동도서가 주를 이루다보니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많이 찾습니다. 함께 와서 맘껏 독서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젤 동쪽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구역을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휴식일이나 련휴 기간이면 이 구역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는 소리로 학생독서실 못지 않은 진풍경을 이룬다. 지난 5.1절 련휴에도 부모와 함께 서점에 와서 책을 고르거나 친구와 함께 들려 책을 읽는 소학생들이 꽤 많이 눈에 띄였다.
1층 절반이 어린이 도서라면 서쪽 절반은 문구류 등을 포함한 근 2만여종 제품이 진렬되여있다. 책 사러 왔다가 필요한 학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한자리에서 살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10년이 넘게 운영되면서 조금씩 규모가 커졌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거의 다 있다는 소개다.
동심이 물씬 풍기는 1층을 지나 2층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연길신화서점이 시대와 더불어 변화와 혁신을 꾀하려는 노력을 또 한번 마주할 수 있다. 2022년 1월부터 연길신화서점에 커피숍이 들어섰다. 대중화가 된 커피문화에 독서를 접목해 “서점에도 커피가 있으니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시도였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발로 뛰고 발품을 팔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리창혁 총경리는 말한다. 유수의 서점들을 부지런히 고찰 다니며 그들의 경험치를 간접 경험하면서 많이 듣고 많이 배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번 책을 다 사서 읽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번마다 서점에 와서 보기엔 시간적으로도 맞갖잖을 경우를 고려해 도서열람카드를 출시했다.올해 3월부터 내놓은 도서열람카드(借阅卡) 써비스는 199원으로 열람카드를 만들기만 하면 1년간 도서열람 특권을 향수할 수 있다. 하루 단돈 55전을 내고 서점의 각종 도서들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는 셈이다. 출시를 시작해 일주일 만에 이미 30명이 넘게 등록을 마쳤단다.
또 한편으론 조용한 장소에서 책을 읽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커피숍이라는 공간을 조성했다. 도서열람카드 없이도 커피숍 유료공간을 리용하면 읽고 싶은 도서들을 쾌적한 의자에 앉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다. 커피와 독서를 결부한 시도는 사실 연길신화서점 공원분점에서 2021년 5월부터 먼저 시작을 알렸다. 카페나 서점을 찾아 휴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일석이조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책 읽는 부모가 아이를 공부하게 만든다.”는 독서교육법처럼 아이를 데리고 서점 커피숍에서 함께 조용히 책을 읽는 부모가 주고객이라면 주고객층이다.
“우리 아이가 지금 네살이라 글을 배우는 단계인데 집에서도 배워주지만 책으로 둘러싸인 분위기 속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오늘도 오게 되였습니다.”
지난 련휴 두번째 날인 5월 2일, 신화서점 커피숍을 찾은 왕녀사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책을 읽는 분위기가 좋고 원하는 책을 인츰 찾아볼 수 있는 서점 커피숍이 아이의 독서교육에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커피숍이 많지만 여기처럼 학습 분위기가 짙은 곳은 드물죠.” 련휴 기간 매일 모여 학습 임무를 완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적의 장소로 서점 커피숍을 선택하게 되였다는 하남소학교 6학년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했다.
자유로운 독서 분위기를 이루는 2층을 지나 계단을 타고 서점의 4층으로 가면 거긴 회의실 겸 전 연길시 무료 직원독서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경제적 효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사회적 효익이라고 리창혁 총경리는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서회 활동도 환영한다는 의향을 밝혔다.
“주기적으로 독서회를 조직하는 모임이 많잖아요. 장소 선정이 어렵다거나 토론을 펼치며 독서할 공간이 필요하시다면 혹시 서점에 와서 독서회를 열 의향은 없으신가요? 시간대만 맞으면 4층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 여러분들의 독서열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리창혁 총경리는 전민독서에 일조하고 싶다는 진심을 이렇듯 진실하게 내비쳤다. 2019년 3월부터 책임지고 사업을 주재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껏 서점에 몸담아왔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립장에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인사치레가 아니다. 출근족들이 퇴근해 서점을 찾는 데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 반(겨울엔 5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장했다. 이렇듯 독자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수요를 관찰하는 연길신화서점의 노력은 부단히 진행중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와 더불어 혁신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전민독서 계렬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독서절, 도서기증, 사회구역서점 등 공익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신화서점은 그렇다면 어떤 미래를 꿈꿀가?
‘서점+커피숍’의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주도한 현재, 여기에만 안주하지 않으려는 연길신화서점은 ‘도서관+서점’ 모델을 그린다. 도서관의 공익성 활동과 책이 많은 서점의 우세를 결부해 각종 독서 행사를 개최하여 시민들의 책읽기에 더욱 편리를 주려는 공동의 목표를 안고 연변조선족자치주도서관과 지금 한창 긴밀히 협력을 구상중이다.
이 모든 시도와 변화의 원천은 ‘독자’이다. “책과 독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연길신화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네? ‘책 하면 연길신화서점’을 넘어 독서가 하고 싶을 때는 집보다 서점으로, 커피가 떠오를 때면 서점에 가서 책을 읽으며 마시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다면 우리 모든 직원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겠죠.” 리창혁 총경리는 미래 청사진을 그리며 웃었다.
흔히들 독서를 ‘마음의 량식’이라고 한다. 세월과 추억의 흔적을 담아내며 원래 모습 그대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신화서점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래일도 ‘마음의 량식’ 창고 역할을 톡톡히 했고 해내고 있으며 또 해나가게 될 것이다.
/김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