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에는 ‘전통명가(老字号)’가 있다. 이러한 전통명가들은 독특한 전통 공예와 뛰여난 제품 품질을 바탕으로 세월의 풍파와 시대 경제의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자체 브랜드 특색으로 오늘날 경제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그 자체의 상업적 의미를 넘어 도시의 독특한 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다.

장춘에도 이런 백년의 전통명가가 있다. 그 이름을 언급하면 시민들은 언제나 금빛찬란한 간판과 몇세대에 거친 민족기업가들의 전설과 고난을 떠올리게 된다. 명절이 되면 시민들은 그곳에 가서 달콤한 과자를 사다 먹으며 장춘의 옛맛을 음미하곤 한다. 바로 정풍진(鼎丰真) 과자가게이다. 장춘 정풍진 본점 2층에 위치한 력사전시관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지난 백년 동안의 소소한 기억들이 묻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풍진의 창시자인 절강성 소흥 출신의 왕신서(王信瑞)는 10여세에 아버지를 따라 산해관을 넘어 동북으로 왔다. 처음에는 관성구의 한 작은 음식점에서 심부름군으로 일했다. 그 당시 똑똑하고 부지런한 데다가 사람들을 매우 친절하게 대했기에 모두들 그를 ‘왕근쾌(王勤快)’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신서는 점점 자체로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디여 1911년(청조 선통 3년)에 왕신서는 업계에서의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첫번째 과자 생산작업장인 ‘정풍진’을 열었으며 바람대로 사장이 되였다. 정풍진은 처음에 장춘 시내 대마로 부근(후에는 억풍신발가게,亿丰鞋店)에 있다가 나중에 장춘 대마로와 사마로가 만나는 곳으로 이전했다.

당시 생산작업장 이름을 ‘정풍진’이라고 짓기까지 왕사장은 많이 고심했다. ‘정(鼎)’은 고대의 취사도구로 삼족정립(三足鼎立)하여 대대로 전승하는 장사의 길상여의(吉祥如意)를 상징하고 ‘풍(丰)’은 풍년을 상징한다. ‘진(真)’은 신용을 생명처럼 간주하고 진품에 실속 있는 가격을 견지하며 로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든 고객을 속이지 않겠다는 경영 리념을 표시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함의를 담은 정풍진은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오면서 점점 더 발전해가고 있다.

정풍진은 ‘우수한 재료와 기술, 품질과 맛(真料、真技、真品、真味)’이라는 품질관을 견지하면서 시대의 발전에 발맞추어 남방 풍미 제품과 북방 전통 풍격을 일체로 융합했다. 그렇게 제작한 과자는 1,000여종에 달한다. 정풍진은 제품 품질에 대한 높은 기준과 엄격한 요구를 지금까지 굳건히 지키고 있기에 각종 영예는 물론 광범한 소비자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정풍진은 선후하여 중국유명상표, 상무부 제1진 ‘중화로자호’, ‘길림성급 무형문화유산’ 등 근 100개의 영예를 수상했다.

시장경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끊임없이 신선한 경험을 추구한다. 따라서 ‘오래된 것’들도 점점 더 귀중해지고 있다. 정풍진이 내뿜는 그 진맛은 장춘 시민 모두의 기억 속 맛일 뿐만 아니라 력사의 흐름 속에서 아직도 그 여운이 가득 남아있는 문화 흔적이기도 하다.

/손맹번 류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