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던 친구가 설 쇠러 연길에왔다고 위챗으로 알린다 . 그래서 단위에서도 가깝고 먹을거리도 많은 소장거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 약속 시간을 반시간 앞두고 도보로 소장거리로향했다 .
1980년대초까지 소장터가 있었던연길시 공원가 소장거리는 예로부터유명한 먹자동네였다 . 소장거리는 소만 거래되는 시장이 아닌 각종 토산품과 음식 , 육류에 복장 , 오금잡화까지팔렸던 널직한 재래시장이였다고 한다. 지금의 ‘369’ 시장을 방불케 하는그런 규모였다.
이곳에 음식점이 한집 , 두집 생기고장군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잔을기울이면서 구수한 흥정이야기나 다른 지역 시장이야기로 술안주를 하기시작하더니 어느새 음식점들이 줄줄이 들어선 먹자거리로 변하더란다 .도시건설 수요와 교통 등 여러 요소로 소장을 북쪽 교외로 옮겼지만 그사이 많은 이야기가 생겼을 것이다 .1990년대 김정권, 김철부가 창작하고 리동훈, 오선옥이 출연한 소품 〈공원 우장거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
지난해 연길시에서는 소장거리와리화로 사거리 북쪽에 커다란 황소동상을 설립하고 주변에 안내판 , 화단과조형물들을 가설하여 소장거리의 분위기를 살렸다.
소장거리에 들어서자 ‘장국집’을 비롯하여 ‘초두부’, ‘세치네탕’, ‘불고기’, ‘온면’, ‘랭면’ 등 각종 음식점 간판들이 한눈에 안겨온다 . 그런데 대도시 상업가나 연변대학 맞은켠 왕훙벽에서나 볼 수 있는 순 영어간판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사계절이라는 영어단어 ‘시즌'(season)이 걸려있는 곳은 바로 황소동상 서북쪽이다 .
영업집은 영업집이겠는데 하고 생각하였지만 무슨 영업을 하는지 무척궁금하다 . 마침 맥주 배달차에서 맥주를 부리워 2층으로 올리는 배달직원이 있어 술집이구나 하고 생각하는데“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하는 은방울 굴리는 듯한 젊은 녀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문앞에 멍하고 서있으니길이 막혀 올라가지 못하는 손님으로오해한 모양이다 .
아직 장소를 정하지 않았으니 일단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700여평방메터의 2층은 오른켠에는 독방들이고왼쪽은 한메터 높이의 간이벽으로 요리조리 칸을 막은 대청이였다. 7개의독방은 30, 40평방메터 크기의 면적에 노래기계까지 배비하였는데 내부장식을 하는 중이라 3월 쯤이면 개업하게 될 것이며 대청은 14개의 크고작은 탁상으로 설계되였다고 소개하는 녀성은 조양천진 태동 태생인 김춘연(39세)씨였다. 대청은 알맞춤한설계와 조명등으로 쾌적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메뉴를 들여다보니 볶음류, 졸임류,구이류 , 무침류에 주식까지 구전하였다 . 그럴듯한 장소라 얼른 친구에게위챗 위치를 발송했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그녀에게 “왜 영어간판만 걸었는가?”고 조심스레 물었다 . “뭐 특별한 리유는 없습니다 .간혹 당구실인가 혹은 실내 골프장인가 하고 물어오는 손님들도 있어서 좀난처할 때가 있습니다. 가게 이름을정할 때 뽈을 차는 우리 아이들이 춘하추동 변함없이 꾸준히 하라고 ‘시즌’(season)으로 정하였습니다. 기실우리도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사계절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주저없이 대답한다 .
그녀의 12살 나는 아들은 산동로능축구학교 U12팀에서 뽈을 차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축구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남편은 산동성 유방시에 가서 아들의 뒤바라지를 하고 있단다 .그녀는 사촌오빠와 함께 이 가게를경영하고 있는데 사촌오빠네 두 아들도 현재 공원소학교에서 뽈을 차고있다고 소개하면서 ‘시즌’(season)은결국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가게라고호호 웃는다 .
연길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점점많아지면서 소장거리의 음식점들도그 혜택을 보고 있다 . ‘시즌’(season)은 원래 축구를 배우는 학생 , 학부모들과 여러 축구동아리가 주요 고객군이였는데 개업 3개월이 되자 많은 단골이 생겼으며 외지 관광객들도 틱톡이나 위챗을 보고 단체로 찾아올 때가많다고 한다 .
예로부터 유명한 먹자거리에 순 영어간판이 들어서는 것은 그 어떤 전통음식이나 문화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다양한 음식문화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의 수요가 아닐가 . 하여튼 축구를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달갑게 사계절 열심히 일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갸륵하다. 오늘날 연변의 조선족 축구선수들이 중국 축구무대를 주름잡을 수있는 것 또한 김춘연씨와 같은 수많은학부모들의 지극한 정성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겠는가?/김태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