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점심이였다. 최근에 출판된 ‘궁금이’작가님의 18번째 수필집이 도착했다. 매번 책을 만날 때마다 오래동안 헤여졌던 친인을 만난 듯 반갑다. 표지의 《걸상》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자석처럼 내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나는 보통 새 책을 만나면 먼저 표지와 차례부터 까근히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는 부랴부랴 <걸상>이라는 글부터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글의 첫머리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써서 친근감이 나면서 읽기 좋았다.
글을 읽으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가벼운 미소가 피여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궁금이’작가님이 쓴 글들은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 읽으면 언제나 기분 전환도 되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느낌이 있어서 자주 읽는 편이다.
두번째 페지의 글을 몇줄 읽었는데 갑자기 “풉~ ” 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글 속에 빠져서 웃다가 문뜩 사무실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운 나머지 살짝 주위를 둘러보았다.
“휴~ ”
다행히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한숨에 다 읽고 싶었지만 더 읽을 수 없었다.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억제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퇴근을 몇분 앞두고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이번에는 두줄 읽었는데 갑자기 화면이 떠오르면서 또 웃음이 나와서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워낙 사무실에 두고서 틈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으려 했다가 사무실의 다른 분들한테 영향을 줄가봐 책을 집에 ‘모셔’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묵묵히 자기의 모든 것을 내여주며 헌신하는 걸상의 발전사에 대하여 쓰고 있다.
쪽걸상으로부터 학교 다닐 때 앉았던 등받이가 있는 걸상, 사회에 진출해서 앉았던 걸상,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걸상에 대해 썼다. 쪽걸상에 대해 쓴 부분을 읽을 때 어찌나 상세히 묘사했는지 그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거의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쪽걸상이 나타나고 그 쪽걸상을 들고 ‘로천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장면에 대한 묘사도 가관이였다. 저도 몰래 어렸을 때 영화를 보던 장면이 상기되였다. 글 속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궁금이’작가님의 동년배들이 겪은 일이며 그 시대를 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겪은 일들이였다. 때문에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어서 글 속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푹 빠져 들어가면서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 앉았던 등받이 있는 의자에 대해 쓴 부분도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였다. 후에 사회에 진출하여 사무실에 앉았던 의자에 대해 쓴 부분도 재미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공감대가 너무 많아서 수시로 다 잊어버리고 살았던 많은 추억들이 봄날의 새싹마냥 파릇파릇 돋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책을 읽는 보람을 느꼈고 잔잔한 행복도 함께 느꼈다.
‘걸상’을 둘러싸고 쓴 글에서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보아낼 수 있었고 또 우리 시대 사람들의 삶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가물가물 잊혀져가던 기억들이 다시 재생하고 잠시나마 그 속에 흠뻑 젖어서 동년의 파란 추억 속에서 려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이런 글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살아온 귀한 흔적과 그 시대에 함께했던 소중한 것들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기록되고 이 세상에 남아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글 속에 재미있는 유머도 들어있고 또 예리한 필치가 느껴져서 읽으며 재미도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글을 다 읽고 나니 다시 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몇번이나 읽었다.
어떤 강사님이 책을 읽고 책에서 “한줄 건져도 건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이며 재미나는 부분에 연필로 표시를 하였는데 다 읽고 보니 거의 절반에 달하는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있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진하게 뇌리를 스쳤다.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연길시 의란진 흥안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