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뿌리층계에 앉자
층층 뿌리가 허리를 올려
뿌리층계를 만들었다
아픈 뿌리 넘을 때마다
나무는 속으로 입술 깨물었다
위안처럼 락엽이 덮이고
흙이 올라앉아도 보지만
다시 밀려 등뼈처럼 등을 보인다
등을 타고 발자국 넘고
세월이 넘고
력사가 넘는다
나무는 마른 가슴으로
부지런히 해살 빨아들여
수액과 바람으로
상처를 다듬어 일어서며
또 뿌리의 층계를 완성한다
오, 나도 저기 저
푸른 계단 하나로 되고 싶다
2. 산정 일기
두 팔 벌려 나무를 우러른다
나무들 두 팔 벌려 하늘 우러른다
흰 눈 딛고 검은 사람 하나
나무가 된다
두 손바닥 안에 하늘이 고이고
가슴에 수림의 정취가 스며든다
멀리도 걸어온 길
나무 울바자 길 따라
봉우리에 오르고
발자국마다 봄기운 열린다
두 팔 우러러 하늘을 웨치다
나도 봄하늘처럼 푸르게 물든다
3. 수림욕
저 검은 나무들에
푸른 목소리 듣자
저 흰 하늘에서
날개의 나붓김 보자
저 흰 눈 오솔길에
건실한 발자국 따라가자
수림을 울바자로
하늘을 숨통으로
발로 건강을 세탁하는
수림 속에서 오래도록
걸음걸음 청결한 령혼 찾자
4.소나무 홈
누군가 장난질 칼끝에
깊은 홈이 생겼다
붉은 껍질은 애써 덮어보지만
줄줄 송진 눈물 검은 테
깊은 홈은 우멍한 눈 되여
지나는 나그네 멍하니 본다
홈은 성장과 함께
더 깊은 어둠이 된다
5. 하늘 기둥
아득한
먼 하늘길
혼자서 올랐다
엄동에 한발씩 주고
소소리 하늘길 열었다
한 하늘 푸른 기발 펼쳤다
터실한 살점들에 세월을 털어
속으로 동그란 년륜 새겨넣으며
오직 하늘만 꿈꾸는 푸른 네 숨결
수림에 싱그러운 기운 가득 퍼뜨린다
굵은 뿌리 대지의 심장으로 깊이 박았다
푸른 하늘 깊이 청청 커다란 감탄표로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