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04版:부간 上一版 下一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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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웃으면 복이 와요

▨(석가장) 정정숙

핸드폰을 보다가 “인간은 날개가 없는 대신 웃는다. 웃음은 가슴의 날개짓이다”, “웃음이 있는 자에겐 가난이 없다.”라는 글귀에 눈길을 멈추었다. 리치가 있는 말이다. 불현듯 겉으로는 너무 가난해보이나 마음속은 부자인 넝마주이군 남자의 웃음꽃 활짝 핀 얼굴이 안겨온다.

마음속 부자? 그렇다! 이 넝마주이군 남자는 람루한 옷을 걸쳤지만 길거리에서 힘차게 삼륜차 바퀴를 굴리며 랄라라 신나게 사시장철 페지를 줏는다. 넝마주이군 남자의 활짝 핀 웃음꽃은 오래동안 지지눌렸던 내 마음의 돌덩이를 내려놓게 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2018년 초봄이였다. 뇨독증으로 몇년간 투석치료를 받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 뜬 남편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의 고통에 빠져있었다. 후사 처리를 가까스로 마치고 극심한 비애에 잠겨있을 때 단위 발령에 따라 부부 함께 해외로 출장 떠나게 된다며 손주를 돌봐달라는 아들의 청구 전화가 왔다. 손주를 돌봐달라고!? 찰나 금방까지 정신줄이 다 풀려있던 나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하를 불문하고 가야 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인지 두시간후 정작 타향에 발을 들여 놓으니 생각과 다르고 모든 것이 싱숭생숭하여 저도 모르게 한숨만 휴-휴 나왔다. 먼길 오느라 피곤하여 빨리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은커녕 눈물만 줄줄 베개잇을 적셨다. 남자라면 술병이라도 기울이면서 술에 취해보겠지만 점점 더 말똥한 정신으로 애매한 시계만 쳐다볼 뿐이였다.

새벽녘에 겨우 새우잠을 자고 그래도 이왕에 왔으니 내 할 일은 해야겠다고 손주 위해 학교 부근에 집을 세 맡고 청소에 달라붙었다. 이틀째 이사짐을 정리하다 보니 빈 종이박스가 가득 나왔다. 꽁꽁 묶어가지고 문밖을 나서자 저녁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우는데 웬 젊은 남자가 무슨 일이 그렇게 신바람 나는지 큼직한 비닐 주머니를 마구 흔들며 나를 마주 향해 달려오는 것이였다. 뒤돌아보아도 나 밖에 없으니 필경 나를 보고 웃는 게 분명했다. 천방지축 달려온 남자는 “누님 그 종이박스 버리는 거죠? 날 주세요.” 하며 연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푸접좋게 조른다.

솔직히 그 종이박스를 거저 주는 것도 아닌데 하도 그가 허리 굽혀 례모있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니 그를 다시 쳐다봤다. 내가 보니 그가 또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늘 우리들에게 겉을 쳐서 속을 울리게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바로 낮에 넝마주이군의 행동이 나의 속을 울렸다. 불과 몇마디 안되는 고맙다는 인사에서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선지 그 넝마주이군 남자가 자꾸 생각나고 뭐라도 좀더 주고 싶은 마음이였다. 나는 또 옷보따리를 헤쳐 한꾸레미 싸가지고 이튿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가 멀리서부터 그 남자가 삼륜차를 몰고 코노래를 부르며 다가왔다. 남자는 어제처럼 내 손에 종이박스는 없고 옷꾸레미는 잘 보이지 않으니 자기 몫이라는 생각을 못한 것 같았다. 그저 높은 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말을 건네고는 쓰레기통에 달라붙어 뒤지기 시작한다. 작달막한 키가 쓰레기통에 닿을 듯한데 미구하여 쓰레기통을 다 뒤지고 나서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누님, 나 오늘 수입 꽤 짭짤합니다.” 하고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내가 반신반의하니 물건들을 산더미같이 꽉 박아실은 큰 트럭을 가리키며 돈으로 계산하면 몇백원은 벌었다고 한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나요? ”

“날이 새면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그럼 한달에 수입은?”

그는 빙그레 웃으며 손바닥을 쫙 펴고 엎었다 번졌다 한다.

“어머? 천원?!”

“네, 천원 넘게 벌 때가 많지요! 본전 안 들이고 버는 돈벌이지요.”

“그럼 꿩 먹고 알 먹기네. 대단해요!”

“네,톡톡한 돈벌이니 가슴 쭉 펴고 삽니다. 집까지 사야지요.”

남자는 말도 조리있게 술술 잘한다. 그사이 벌써 나에게 믿음이 가는지 자기 아픔을 토로한다. 들을수록 기가 막히고 내 앞에 서있는 넝마주이군에게 저도 몰래 엄지척이 나간다. 몇년전 안해가 병으로 아들 둘 남기고 먼저 세상 뜨고 집엔 년로하신 어머니가 계시는데 다행히도 아들 둘이 모두 착하고 공부도 잘해 대학을 다니는데 그 녀석들만 보면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도 자꾸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말하면서 남자는 주먹을 쥐여보였다!

전혀 생각 밖이다.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고 보잘 것없는 넝마주이군에게 이런 웅심깊은 사연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를 반추해볼 생각이 들었다. 낡은 옷보따리를 남자에게 넘겨주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하고는 급히 자리를 떴다.

그날 저녁, 손주는 자기 방에서 숙제를 하고 나는 넝마주이군을 생각했다. 조용히 창문가에 다가가 하늘의 뭇별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몸에는 비록 볼품없는 옷을 걸쳤지만 마음만은 깨끗하고 바다보다 더 넓고 강의한 성격의 소유자, 악취 풍기는 쓰레기통 속에서 보물을 찾고 또 찾으며 희망으로 가득차있는 락관주의정신이 넘치는 멋진 남자! 누구나 다 이렇게 할 수 있을가! 나 본인부터 아니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나는 일어서서 창문에 기댔다. 좋은 아빠트에서 살며 달마다 나오는 퇴직금도 못 다 쓰고 자식들도 엄마에게 효도하지, 나에게 부족한 게 뭐지! 왜 남처럼 웃고 살지 않고 그냥 우울해하고 울려고만 하지! 손주를 귀엽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니 할머니 눈치만 보고… 손자를 잘 키워준다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자격 미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똑딱똑딱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가리켰다. 두 눈은 점점 또렷해진다. 모든 것을 밝히고 모든 짐을 다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넝마주이군 남자의 웃음을 따라배워 웃으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웃으면서 사는 인생연습이 시작되였다. 일부러 거울 앞에서 웃어보았다. 어색했다. 한주일이 지났다.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조금 실망했다. 그때마다 다시 넝마주이군 남자의 환한 웃음을 상기해보았다. 열흘 만에 약간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심을 잃지 않고 웃으며 사는 연습을 견지하였더니 두주일 만에 확실히 달라졌다.

우선 손주의 선생이 되였다. 아침 일찍 손주가 일어나면 웃음으로 반겨주고 밥상에서도 예전보다 더 싹싹하게 말도 건네고 학교 갈 때면 역시 웃음으로 바래주었다. 뭐든지 하면서 배운다고 억지로라도 연습을 해보니 과연 진전이 있었다. 차츰 집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고 손주도 례절 밝아졌고 내가 웃으니 자기도 잘 웃었다. 손주가 활짝 웃는 얼굴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고 인사를 남기고 가는 뒤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세상의 복을 다 안은 기분이였다.

나의 모든 생활도 활기가 넘쳤다. 웃음을 모르고 살던 때에는 얼굴에 검은 기미가 많아서 거울 볼 때면 무척 상심했는데 넝마주이군을 따라배워 웃기 시작하면서 약 반년후에는 놀랍게도 그 많던 얼굴의 기미가 몽땅 사라졌다. 미용원에 가도 불가능하다던 이 병을 천연웃음으로 치료하고 생기를 되찾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루는 엘레베터 안에서 나와 손주가 대화를 주고받는데 40대 젊은 녀성 둘이 동시에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는다. 왜 웃냐고 물었더니 “이모님의 웃음이 너무 찬란한데 년세는 얼마나 되세요?” 하며 물어온다. “칠십이 넘었는데요!” 하고 말하자 젊은이들이 놀라운 표정으로 50대 아줌마 같다며 비법이 무엇인가 궁금해한다. “비법?! 웃음일세!” 나의 대답에 그녀들이 “하하~호호” 웃는다. 그날따라 운도 좋았다.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 갔는데 또 낯모를 젊은 녀성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형상이 멋지고 웃음이 이쁘다면서 칭찬한다. “정말요?” 하고 반문하니 정말이라고 정색해서 말한다.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기고는 집에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내 보기에도 젊은 기색이 확연히 알린다. 인츰 폰을 꺼내들고 ‘찰칵’ 샤타를 눌렀다. 폰에 뜨는 한장 두장 사진에 나의 검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춘한 듯 싶어 애들처럼 사처에 사진을 날려보냈다.

마음이 젊어지니 어깨에 날개 돋친 듯 훨훨 날 것만 같았다. 신바람 나서 치마자락 날리며 전자풍금 배우러 다녔다. 학원들이 꽤 많았다. 전자풍금반 선생님은 강의하실 때 나만 보면 교실 안이 환해지는 것 같고 나만 보면 기분이 엄청 좋아져 강의가 잘된다고 하신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저기 활동에 참가해서 내 이름이 박힌 상도 타고 칭찬받을 때마다 너무 기뻐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가끔씩 뻐스에 앉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이쁘다는 칭찬을 받을 때마다 공손히 머리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찍고 또 동영상을 제작해서 위챗계정(视频号)에 발표해본다. 응원의 하트와 부럽다는 문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든다.

이게 바로 로년생활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아닐가! 칠십 중반이라지만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방실방실 웃는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는 것에 온갖 심혈을 다 기울이며 서로서로 웃음을 주고받는 세상이 무엇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무한한 긍지감을 가슴 뿌듯하게 느끼게 된다.

내가 이 넝마주이군 남자를 만난 지도 이젠 꼭 7년째 된다. 그사이 그 남자는 나에게 넝마주이라는 이 보잘것없는 직업으로 천만금보다 더 귀중한 인생교육을 전파했는가 하면 또 정답이 없는 황혼의 인생길에 환한 웃음꽃 만발한 응원을 더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웃음 속에서 반듯하게 잘 자란 손주는 190센치메터의 큰 키에 대학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있다. 손에 쥔 통장은 얇지만 마음은 너무너무 행복하다. 나머지 인생도 여전히 넝마주이군 남자의 보약같은 웃음을 본보기로 언제 어디서나 웃음과 동반하며 풍요로운 삶의 메아리를 멀리 울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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