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08版:송화강기별 上一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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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지역 문학코너

바람 부는 날에 산에 가지 말라

언제부터인지 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 여가시간만 되면 산행팀을 따라 여기저기 산을 누비고 다녔다. 처음에는 야트막한 산도 숨이턱에 차서 헐떡거리며 올랐는데 차츰 다리에 힘이 붙었는지 꽤 높다하는 산도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산은 갈 때마다 천의 얼굴을 가진녀인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봄에는 거무죽죽한 나무가지들에서 싱그러운 새 움들이 발돋움을하였고 울창한 숲속에서 매미들이넋 놓고 울어대는 여름에는 시원한계곡물에 발을 담그었다. 가을에는울긋불긋 수줍게 물이 든 단풍이 나무잎을 불태우며 우리를 맞이했고눈바람 흩날리는 겨울에는 우뚝 솟은 새하얀 동화세계를 두 눈을 휑하니 뜬 채로 꿈꾸게 하였다 .

산을 누비면서 장엄하고 푸근한산 구경은 물론 울적해진 심경도치유하고 힘들게 정상에 오른 후에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구슬땀을 흘린 후에 다정하게 모여앉아웃음꽃을 피우며 참을 먹을 때는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는 흥분이 가슴을 맴돌았다 .

하지만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것또한 하나 있으니 바로 산의 구석구석에 널부러진 쓰레기들이다 .

푸른 숲에 흰 플라스틱 봉지들이게발려 유난히 사람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

산에 쓰레기는 무겁지가 않다.거의 다 음식포장용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날아다니는 쓰레기도 많다 .어느 나무가지에 볼성사납게 걸리면 바람 불 때마다 펄럭이며 쓰레기 버린 자를 성토하고 있다 . 침을튕기며 어느 높은 산에를 다녀왔다고 자랑 할 때 만약 쓰레기를 그 산에 버리고 왔다면 바람 부는 날은피해야 할 것이다 . 그 시간에 높은산에서는 쓰레기봉투가 나무가지에 걸려 거세게 펄럭거리며 량심의성토를 하고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헌데 한국의 내장산을 다녀오고는 저으기 놀랐다 . 그 산에는 쓰레기 한점도 보이지 않았다. 산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숲과 청결한 오솔길만이 발밑에 펼쳐졌다. 풀냄새가 그윽한 맛 좋은 공기와 눈이 시원하도록 펼쳐지는 록색의 동산이였다. 그것도 산밑에만 쓰레기통이띄염띄염 보일 뿐 산길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등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봉투를 가방 뒤 고리에 달고 다녔다 .옆구리가 터진 듯한 쓰레기통 주위지저분한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

황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황산은중국의 5A급 풍경구로서 산경치도천하제일이라는 명산에 걸맞게 장엄하고 준수했다. 굽이굽이 산봉우리 사이를 감돌면서 겹겹이 펼쳐지는 구름바다에 황홀한 마음을 쏙 빼앗기기도 했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련화봉과 함께 두 손을 들고 감탄을쏟아내기도 했다. 등산길 내내 여느 산과는 달리 아주 깨끗했다 . 청소부들이 자주 눈에 띄였고 아기자기하게 돌로 조각한 쓰레기통도 품위 있게 여기저기 점잖히 앉아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인상이제일 깊은 것은 해발 1,864메터인황산에서 제일 높은 련화봉에까지도 깜찍한 쓰레기통을 돌로 조각해놓은 것이였다 . 어느 황제 같은 손님이 황산 톱에서 쓰레기를 버리고왔을지 , 그리고 힘겹게 청소하려올라오는 청소부아저씨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올라야 거기까지 올수 있을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

먹고 살기 바쁜 시절에는 등산이사치였지만 지금은 차츰 문화와 스포츠로 눈길을 많이 돌리기에 등산인구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났다 . 산마다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쓸어가고 있을 때 등산 매너 또한시급히 보급해야 할 바이다 .

민간단체에서 띄염띄염 쓰레기수거라는 테마를 내걸고 등산을 조직하는 것을 보았다 . 산마다 쓰레기통을 늘이고 청소부를 투입한다해도 문제 해결에는 가뭄에 물 한잔일 뿐이다.

한국의 내장산은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었지만 깨끗하기로 푸른 숲만 무연히 펼쳐졌다 . 사람들마다자기의 소량의 쓰레기를 잘 관리해준다면 우리의 산은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 펄럭대는 량심의 성토도 줄어들 것이고쓰레기통 주위의 지저분한 양상도개선될 것이다.

다 큰 아이에게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여주는 것보다 혼자 먹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듯 등산객들도누군가의 뒤치닥거리보다는 자률적으로 쓰레기를 관리함으로써 진정한 등산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래야 바람 부는 날에도 산에갔다 왔노라고 마음껏 자랑할 수있을 것이다. /김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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