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남을 도와줄 수도 ,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생면부지인 누구한테서 도움을 받고도 이름도 , 주소도 알지 못할 때의 그 아쉬움은 정말 가슴 쓰리고 안타깝다.내가 직접 겪었던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은 마냥 설레인다…
작년 9월 , 나는 안해와 함께 항주에 살고 있는 딸집에 놀러 갔다가 국경절 련휴가 시작되자 딸 식구들을데리고 하문으로 가는 려행길에 올랐다 .
오후 2시 반 고속철을 타고 하문에 도착하니 저녁 7시 반이 되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역광장은 환한 불빛으로 황홀경이였지만 우리는 멋진야경도 감상할 새 없이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고는 저녁식사를 대충 마치자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
이튿날 , 아침을 먹고 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웬일인지 배가 드문드문 아파났다.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하고 꾹 참고 견디려고 하였으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마침 오전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오후에 쇼핑하려고 약속을 잡은지라나는 집식구들이 근심하고 초조해할가봐 아픔을 참으면서 짐짓 태연한 모습으로 소풍하러 간다면서 빠져나왔다 . 조용히 호텔 엘레베터를타고 내려와 복무원과 문의한 후 알려준 주소대로 부근에 있다는 병원을 찾으려고 나섰다 .
거리에 나서니 초행길이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마침 삼십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 몸매가 균형이 잘 잡히고 어여쁘게 생긴 젊은 녀인이 나의 주의를 끌었다 .녀인은 세살 쯤 되여보이는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뻐스를 기다리고있었는데 나는 다시 한번 병원을 확실히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
녀인은 자기네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병원이 있다고 하면서 자진해서나를 데려다주겠다는 것이였다 . 녀인의 상냥한 말소리에서 착한 마음씨가 돋보였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나서 녀인의 얼굴을 살펴보았더니그녀의 눈빛에는 선의와 열정이 넘쳐나 있었다 . 그 순간 한줄기 따사로운해빛이 내 마음속의 아픔을 어루쓸어주는 것 같았다 .
뻐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이말 저말 주고받으면서 그녀는 례의가 밝고 쾌활한 성격임을 보아낼 수 있었다 . 녀인은 자신은 유치원 교양원인데 매일 아이들을 위해 음식물을 준비해야 하며 또 아이를 하교시키는책임도 맡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 비록 하는 일이 힘들지만 자신은 매일즐거운 기분으로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언어로 아이들과 교류한다고 말했다 . 녀인의 높은 책임감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에나는 탄복을 금할 수 없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뻐스가 천천히와서 멈춰섰다 . 차문이 열렸을 때차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사람들로꽉 차서 더 오를 수가 없었다 . 이때녀인이 나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조금도 망설임없이 나에게 말했다 .
“아저씨, 우리 택시 타고 갑시다 .”나는 얼떨결에 녀인과 함께 택시에올랐다 . 차안에서 알려주어서야 나는 그녀가 조급해하는 리유를 알았다. 나의 얼굴 기색이 좋지 않음을 보아내고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났다는 것이였다 .나는 생면부지인 녀인의 관심과 열정에 가슴깊이 온기를느꼈다.
택시는 5분간 달리더니 갑자기 길목에서 멈춰서는 것이였다.
“아저씨는 여기서 내려 십자거리를지나 200메터 더 직행하면 도착해요.” 녀인은 나에게 병원 방향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택시값을치르려고 호주머니에서 10원을 꺼내 녀인에게 건네주었다 . 그런데 그녀는 받을 수 없다면서 한사코 나의손을 뿌리치며 완곡하게 거절하는것이였다.
“나는 단지 힘이 닿을 수 있는 일을했을 뿐인데 이 돈은 절대 받을 수 없어요 . ”
그녀의 부드럽고 확고한 목소리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 하지만나는 억지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여주면서 인츰 택시에서 내린 다음 손을 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는 아픔이 좀 뜸해지자 재빠른걸음으로 십자거리를 지나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 련속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머리를 돌려보니 택시가 이미 길옆에급정거했고 누군가 차창문을 열고손을 흔들면서 올라타라고 하는 것이였다 .
택시에 앉은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나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왔던 그녀인이 아닌가! 너무도 뜻밖이여서당황해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인츰 택시에 올라 그녀와 물어보았다 .
“아니 , 왜 또 왔어요?”
“아저씨가 길을 잃을가봐 근심스러워 다시 왔어요 .”
순간 , 나의 가슴속에서는 고마움의물결이 사품치며 흘렀다 .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마음씨가 착하고 세심하고 책임성이 강한 녀인이 있단 말인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녀인의 친절한 마음 앞에서 나는 그녀가 한없이존경스러워났다 .
그런데 택시가 떠나서 불과 2분도채 걸리지 않았는데 또 길가에 멈춰서는 것이였다 .
“병원에 도착했어요 . 어서 내리세요.”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나는 말문이 막혀서 뒤말을 잇지못했다. 그녀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어서 내리라고 눈시늉을하는 것이였다 .
나는 인츰 차에서 내린 후 너무 고마운 마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 점점 멀어져가는 택시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감정이 북받쳐올랐다 . 번거로움도마다하지 않고 일부러 찾아와서 바래다준 마음씨 착한 그 녀인의 아름다운 소행에 나는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 .
병원에 도착하니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가득찼다. 서로 낯설지만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진정 돋보였다 . 의료일군들도 깨끗한 가운을 걸치고 열심히 환자들을 위해 봉사해주는 모습이여서 인간 세상의 따뜻한 정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나서 진통이 많이 나아지자 나의마음은 유난히 가볍고 유쾌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꽃가게가 눈에띄였다. 눈길을 돌려 잠간 바라보는순간 나의 머리속에는 피뜩 고마운그 녀인에게 꽃이라도 몇송이 선물해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 그래서 망설임없이 꽃가게에 들어갔다 .
가게 안에서는 갖가지 아름다운꽃들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꽃 몇송이를 정성껏 골라서 예쁘게포장하면서 나는 그 녀인에게 고마움의 뜻이 담긴 꽃을 선물하는 것도매우 즐겁고 기쁜 일이라는 상상을해보았다 .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꽃을손에 들고 신바람 나게 그 녀인이 아까 내렸던 곳에 도착하였다 .이 거리는 길이가 백여메터 남짓한데 량쪽에는 아빠트 건물이 빼곡이 줄지어 들어선 주택구역이였다.
녀인의 이름도 련락처도 모르는 나로 말하면 그야말로 망망한 바다에서 바늘 찾는 격이여서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마음에포기하지 않고 그 녀인을 찾기 시작하였다.
나는 한시간 넘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내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 녀인의 모습은보이지 않았다 . 나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하여 아빠트 사이를 참빗질하듯 샅샅이 누비면서 녀인을 찾아헤맸으나 끝내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
한 도시의 문명은 매개인의 아름다운 행동에서 표현된다 . 이번 려행길에서 겪은 , 한 외지인에게 돌려준 그 녀인의 따뜻한 관심은 나의 일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고마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 또한 이는나에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지는 작은 선행일지라도 마치 등불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밝게비춰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삶의 도리를깨우쳐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