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성 지도를 펼치면 가장 동쪽에 로씨야와 변경을 사이에 둔 도시 호림시(虎林市)가 있다. 진보도전투, 호두요새 등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 지역에 조선족 마을이 있는데 바로 양강진(杨岗镇) 합민(合民)조선족촌이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합민조선족촌 사무실에서 리형만(李亨满) 촌당지부 서기가 반가운 조선말로 맞아준다. 1961년생인 그는 지금까지 꼬박 33년을 촌주임에, 1995년부터는 촌당지부 서기직을 맡고 있는 이곳의 ‘터주대감’이다.
82년 력사의 이주촌
리형만 촌서기에 따르면 1942년부터 연변의 연길, 백금 등지의 조선족들이 이곳 합민촌에 이주하여 정착하기 시작하였는데 1944년과 1945년에 두차례의 큰 인구 류입이 있었다. 그리하여 1948년에 원래 화룡촌, 신민촌으로 불리던 마을의 이름을 합민촌으로 통합하여 오늘까지 부르고 있다. 촌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이러구러 합민촌도 벌써 82년의 력사를 갖게 되였다. 2001년에는 린근의 조선족 마을인 영신촌(永信村)과 합병하여 촌 산하에 8개의 촌민소조를 두고 있다.
호림지역에서 가장 큰 조선족 마을인 합민촌은 2015년 호적에 등록된 호수가 347가구, 총인구가 1,454명에 달했다. 호림시에는 모두 3개의 조선족 마을이 있는데 합민촌이 가장 크고 이외에 위강촌(卫疆村)과 영락촌(永乐村)이 있다. 합민촌에서는 지금까지 22명의 대학생을 배출하였으며 호림시당위 상무위원이며 정위직을 맡았던 리순범 등 당정간부들도 다수 배출했다. 현재 마을에 남아있는 호수는 78가구, 인구는 98명, 그나마 대부분이 로인들 위주이다.
호림시의 일등 부자 동네
“우리 마을은 현재 호림에서 가장 부유한 촌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리형만 촌서기의 마을 자랑이 시작되였다. 합민촌은 일년 수입이 180만원, 현재 700여만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호림시 일등 부자 동네이다. 합민촌이 일등 부자 마을이 되기까지는 리형만 촌서기의 공로와 갈라놓을 수 없다. 촌주임, 당지부 서기를 꾸준히 33년간 해오면서 꿋꿋이 고향을 지키고 한우물을 판 리형만 촌서기의 주름진 얼굴에는 자호감이 가득했다.
합민촌에는 남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목릉하를 수원으로 경작지 면적이 2만 2,000여무 된다. 그중 수전이 2만무, 한전이 2,000무이다. 촌에서는 마을 떠난 사람들의 토지를 집체로 임대 관리해주는데 토지 임대료 수입이 일년에 100만원에 달한다. 이외에 자체로 개발한 토지와 기동지 임대 수입이 54만원, 농기계 임대, 민박 임대 등 기타 수입이 20여만원에 달한다.
화합 문화 건설을 핵심으로
촌에서는 향촌 진흥과 민족단결이라는 두개의 주선을 틀어쥐고 조선족 특색의 새 농촌 건설에 정력을 몰부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당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와 배려로 합민(合民)이라는 마을 이름중 화합 합(合)자와 같은 한어 발음인 화(和)자가 들어가 있는 ‘和谐,和美,合作,融合,祥和’ 등 한자어 내용물들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화합(和合)문화 건설을 핵심으로 민족문화를 계승하면서 조화롭고 아름다운 새 농촌 건설에 나섰다. 마을에서는 로인협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광장무 표현, 게이트볼 시합을 조직하고 있으며 청명, 단오, 추석 등 명절을 맞아 민속문화 행사를 견지해오고 있다.
촌에서는 선후로 2,000만원을 투자하여 마을의 가옥 60채를 조선족 특색으로 개조했다. 동시에 집집마다 상수도가 통하고 태양열 온수기 설비가 갖춰져있다. 마을에 문화광장을 건설하고 쓰레기 집중 수거 지점을 만들었으며 마을 거리마다 콩크리트 포장을 마치고 4키로 도랑 정비, 3,000여메터 불수강 바자 설치, 3,000여메터의 도로 미화를 마쳤다. 밝고 정결한 도로와 주거환경 개선은 촌민들의 행복감을 대폭 상승시켰다.
기업과 마을, 아름다운 이야기 엮으며
촌에서는 마을에 대형 쌀가공공장을 유치하여 입쌀 판매, 인력 공급 등 면에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2009년에 2,000만원 투자로 합민촌에 유치된 호림시굉빈(宏斌)입쌀가공유한회사는 알곡 수매, 가공, 판매, 건조를 하는 당지 민영기업이다. 한족인 고광빈과 조선족 부인 왕연영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180만원을 투자하여 합민촌과 850국영농장간의 포장도로를 건설해주어 촌민들의 교통 출행에 편리를 도모해주었다.
농민들의 쌀 판매가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고저 매년마다 합민촌 촌민들의 벼를 몽땅 수매해주는데 다른 지역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다. 이외에도 합민촌 촌민들을 포함하여 5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어 마을 잉여로력의 고용 창출에 한몫하고 있다.
굉빈입쌀가공회사에서는 당지의 벼를 가공하여 ‘금양강(金杨岗)’이라는 입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데 오염이 없는 변강 청정지역의 이미지로 전국 각지에서 잘 팔려나가고 있다. 당지 기업과 조선족 마을간에 상호 돕고 의존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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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형만 촌서기의 선줄군 역할로 합민촌은 선후로 ‘전국민족단결진보모범단체’, 계서시 ‘거주하기 좋은 아름다운 향촌 시범촌’, 2024년 민족향촌 진흥 ‘주머니부자+머리부자’ 향촌 행동 시범촌 등 영예칭호를 수여받았다. 리형만 촌서기도 계서시 산하 현급시인 호림 85개 행정촌에서 5명만 뽑는 우수당지부서기 명단에 영광스럽게 이름을 올렸다.
“이곳 호림에 오세요. 진보도공원, 호두요새, 우수리강 발원지 등 관광지도 둘러보시고 우리 합민조선족촌에도 구경오시기 바랍니다.”
리형만 촌당지부 서기의 열정에 넘치는 요청 인사말이다.
/흑룡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