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의 최초 ‘걸그룹’ 최려나, 박연, 현성해 그때 그 노래로 추억 소환
소녀감성은 여전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강산이 두번도 넘게 바뀌는 시간이 흘렀지만 꽃중년이 된 ‘삼총사’는 여전히 ‘소녀의 꿈’을 부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연변의 최초‘걸그룹’이였던 가수 최려나, 박연, 현성해가 24년 만에 다시 뭉칠 수 있었던 건 올해 연길시텔레비죤방송국음력설문예야회에서 총감독을 맡았던 그들과 동갑내기인 곽옥화 피디가 ‘추억 소환’의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능해졌다.
24년만에 한 무대에 오른 현성해(왼쪽), 최려나(가운데), 박연(오른쪽) 가수
얼마전 현재 연변가무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려나 가수를 만나 ‘삼총사’의 무대 뒤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삼총사’중 늘 쎈터에 있었던 그녀는 어느덧 19살 아들과 15살 딸을 둔 엄마가 되여 있었다. 가수 박연은 현재 귀주에서 사범학교 음악교원으로 교편을 잡고 있고, 현성해는 2000년대초 일본으로 류학간 후로 현재 푸딩집을 운영하면서 취미로 재일 조선족 단체의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문화전파에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0년대초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삼총사'
‘걸그룹’이라는 단어조차 우리에게는 생소하던 시절, 딱히 붙여진 그룹명이 없었음에도 한때 연변의 크고 작은 무대들을 주름잡던 그들을 연변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당시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던 ‘삼총사’는 연변의 인기 프로그램이였던 <주말극장>에 거의 매회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으면서 전례없던 그룹 활동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었다. 통통 튀는 의상과 발랄한 안무를 동반했던 18세 소녀들의 무대는 그 시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들이 입었던 미니스커트며 굽높은 신발은 당시 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따라해봤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 그들이 나타난 행사장에는 늘 팬들이 몰려다녔는가 하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삼총사’에게 팬레터를 건네오는 일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였다. 지금 보면 ‘삼총사’는 진작 영락없는 연변의 ‘아이돌’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언니들 노래 너무 좋아합니다.”
“좋은 노래 들려줘서 고마워요.”
“언니들 신발 너무 예뻐서 같은 거로 샀어요.” …
인터넷도 없던 시절 당시 편지함에 수북히 쌓인 팬레터는 팬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였다며 최려나 가수는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인기몰이를 하던 그들이 단연 돋보였던 건 나이가 무색할 만큼 흠잡을 데 없었던 가창력과 세련된 무대 매너, 그리고 부르는 족족 히트시켰던 주옥같은 노래들때문이였을 것이다. 이는 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삼총사’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알고보니 그들 셋은 모두 연변대학 예술학원 강신자 교수의 가르침을 받던 제자로 남도민요와 판소리를 전공하면서부터 무대에 오르며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되였다. 그러다 어느 한번 키가 비슷한 동갑내기 세사람을 무어 그룹으로 무대에 올리면 어떻겠냐는 제작진의 제의에 엉겹결에 결성된 것이 바로‘삼총사’의 탄생이였다.
“지금의 우리 아들보다도 더 어렸던 나이에 만나 이번에 20여년 만에 무대에 셋이 함께 오르는데 너무나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특히 이번 음력설야회를 보고 다양한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무대가 너무 반갑다는 댓글이 가장 많았구요. ‘삼총사’가 여전하다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댓글도 있었구요. 하지만 그 모두가 다 좋을 만큼 우리의 무대를 기다려준 분들이 계셨다니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20여년만에 만난 '삼총사'의 스승 강신자 교수와 당시 '주말극장' PD였던 김영건선생과 함께
이번 음력설야회에서 그들은 ‘삼총사’가 가장 먼저 얼굴을 알렸던 데뷔곡인 <즐거운 아리랑>을 시작으로, 두 번째 곡으로 <돌다리>를 불렀는데 노래 <돌다리>는 틱톡 생방송 때마다 요청이 쇄도했던 이들의 대표곡이기도 했다. 마감곡으로 불렀던 <연변 살자>는 현재 세 지역에 각자 떨어져 살고 있는 ‘삼총사’의 마음을 담아 멀리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중인 고향 사람들이 현재 날로 변모하고 있는 연변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최려나 가수가 직접 선곡한 노래로 살기 좋은 연변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2000년대초에 그들이 불렀던 노래였다.
“당시 저희 셋이 함께 그룹으로 활동한 시기는 3년가량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때는 오로지 TV나 라지오 방송으로 밖에 대중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틱톡으로 세계 각 국에 있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가 틱톡 생방송을 켜면서 노래로 소통하는 리유이기도 합니다.”
“20여년전 저희가 소녀였던 그 시절에도, 중년의 나이에 다시 뭉쳐 오른 이번 무대도 셋이 함께 했으니 나중에 저희 황혼무대도 선보이고 싶은 자그마한 욕심이 생깁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삼총사’가 다시 뭉쳐 팬들과 담소도 나누고 그 시절 노래들도 부르면서 ‘추억을 소환’하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게 저희들끼리 약속한 꿈입니다.”
20여년만에 다시 뭉친 박연(왼쪽), 현성해(가운데), 최려나(오른쪽) 가수
무대에서 혼자일 때보다 셋이여서 좋았다는 최려나씨.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어릴적 키웠던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이들 셋은 10대에 시작해 20대를 함께 했고, 30대를 지나 40대를 엮어가는 지금, 또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무대뒤이야기를 들려주는 연변가무단 최려나 가수
“저희의 전성기를, 그리고 청춘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계신다는 데 큰 울림을 받았어요. 시간이 좀 더 흘러도 저희를 기억해주실가요?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영원한 ‘소녀시대’를 꿈꾸는 ‘소녀들의 꿈’은 강산이 또 다시 몇번을 바뀌여도 영원한 랑랑 18세로 기억되고 싶다.
/길림신문 김영화 김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