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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편] [수필] ‘침’ 한대의 매력

김태국      발표시간: 2024-10-31 11:19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글 주덕진(훈춘) 

사람이 불시로 어디 아프거나 음식에 체했을 때 가느다란 침으로 경락을 작용해 아픔을 즉시 해소하는 것을 침 한대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사람의 허점이나 급소를 찔러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착오나 잘못을 느끼고 고치게 하는 것도 침 한대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2017년 3월말의 어느날 아침, 나는 경작지 재조사 통지를 받고 10년만에 내가 살던 고향 마적달로 가는 뻐스에 올랐다. 100여리 길을 달려 마적달촌에 도착한 나는 꿈결에도 그려보던 고향의 식품상점과 음식점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마을을 곧게 지른 새 포장도로는 눈길을 흐뭇하게 했다.

촌부에 들어서니 널다란 회의실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와 부산을 떨고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내가 촌주임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 서는데 누군가 반갑게 손을 잡는다. 강대장의 딸 정금이였다. 50대의 정금이는 1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어글어글한 눈은 여전하여 첫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한국에 가서 7년간 일하다가 얼마전에 돌아왔다는 정금이와 문안인사를 주고 받는데 “조용들 합시다.”하는 촌주임의 말소리가 들렸다. 농민들의 명줄인 토지와 관계되는 문제였다. 촌주임이 경작지 재조사에 관한 상급의 몇가지 지시정신을 전달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번에 장기간 불변하는 토지확권 재계약을 하게 된단다.

설명 위주인 촌주임의 전달발언이 끝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였다. 오래만에 만난 사람들이 오구작작 몰려간 마을식당은 화기가 감돌았다.

나는 정금이와 마주 앉았다. 정금이가 강대장 대신 나를 대접한단다. 상에는 이밥에 소탕, 시골의 명품인 버들개 튀김,짝태에 맥주가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어째 강대장은 안 오고 정금이가 왔소?” 강대장의 안부에 대해 언녕부터 궁금했던 내가 이렇게 물었더니 정금이는 강대장이 간암으로 앓다가 7년전에 돌아간 사연을 간추려 들려주었다. 

나는 강대장과 10년을 조석으로 머리를 맞대고 일한 사이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께서는 림종전 아저씨에 대한 말씀을 했었어요. 송목수네 소나무 가구문제를 가지고 주회계는 원칙성이 강하고 청렴한 분이니 너희들이 따라배울 본보기라고.” 

정금이가 하는 말에 나는 1982년의 일을 떠올렸다. 그해 제2생산대의 송목수네 집에 불이 났는데 자람새가 좋은 우리 제1생산대 소나무 100가지를 베여다 살림집과 창고를 짓는데 서까래로 사용했다. 그런데 며칠후 송목수가 갑자기 강대장보고 소나무값을 치르기 곤난하니 대신 대장과 회계한테 가구 한틀씩 짜주면 않되겠느냐며 사정했단다. 강대장은 나를 불러 “주회계, 송목수도 좋고 우리도 좋구,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가?”하며 어떨궁한 심리를 내비쳤다.

누구를 불문하고 집체경제의 돈 한푼이라도 허타히 새여나가지 못하게 철통관리하여 사원들로부터 융통성이 없는 “전주대”로 불렸던 나는 단연히 반대하였고 사원들에게 미안한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데 얼마후 나를 찾아온 강대장이 “주회계 말이 맞았소. 가구를 안 가지길 잘 했지. 가졌더라면 ...” 하고 말하는 것이였다. 그에 따르면 생산대에서 소식통으로 불리는 청년이 강대장에게 송목수한테서 소나무 대신 가구를 가지기로 하였는가고 묻기에 곧장 송목수를 찾아가 다시는 그런 허튼소릴 치지 말라고 다짐을 두었단다.

집을 짓고보니 돈이 딸리여 싼 가구로 소나무 값을 대체하려던 송씨는 친척들한테서 돈 300원을 꾸어다 우리 생산대에 납부했다… 

그런데 강대장이 40년전의 일을, 누구한테도 이야기한 적 없는 이 일을 림종전에 딸한테 전해 줬다니 실로 ‘침’ 한대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가장 렬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생산대간부들이 고생은 많지만 대우는 적고 아래우로 몰우리는 시중군이라고 여겼지만 강대장은 10년을 하루와 같이 집체와 사원들을 위해 일했다. 

생산대 목축장에서 다섯살짜리 암소가 범한테 뜯기웠을 때 소를 잡아 사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준 일, 계절에 따라 농사일을 앞당겨 끝내고 사원들에게 부업거리를 얻어주어 수입을 올린 일… 우리는 150여명 식구를 거느린 ‘큰 가정’을 이끌고 애환이 깃든 많은 이야기를 엮었다.

산과 산은 못 만나도 사람과 사람은 다시 만날수 있다고 오늘 강대장의 딸 정금이를 통해 지난날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반향을 마주할 수 있게 되였다. 이 또한 이번 고향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수 없다.

编辑:김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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