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춘란(훈춘)
수의를 입고 태여난 듯
짧디 짧은 생
불길처럼 피여나는 정열로
끓어오르기를 꿈꾸고 열망했지만
변변한 모양새 없는 붉은 몸
체중조차 없다
다가오는 어둠 앞에
구김살 하나 없는 저 핏줄
뼈를 말리며 비단길 펴고
달이 빛을 뿌릴 것을 기다린다
무엇을 위해
저리 환한 얼굴로 기꺼이 지는가
이제 어둠은 이불이 되어
으깨진 노을의 살점 덮는다
황혼이 되고서야
어렴풋 알 것 같은
노을의 가슴이
엄마로부터 왔다는 생각
编辑:김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