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03版:부간 上一版 下一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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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계란 두알

허성옥

젊어서는 희망 속에서 살고 늙으면 추억 속에서 산다고 나도 곧 80을 바라보는 로인이 되니 앉으나 서나 지나간 일들을 회억하게 된다.

어제도 우리 아빠트 근처에서 젊은이들이 ‘5.4’청년절 기념 활동을 한다고 온밤 번쩍번쩍 등불과 동무하며 노래하고 떠드는데 어느 사이 60년전 중학교 2학년 때 ‘5.4’청년절을 기념하여 조직한 전 시 마라톤시합에 참가했던 일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난 어려서 키도 작고 몸도 약했다. 소학교를 졸업할 때 체중이 25키로그람도 안되여 진짜 어르신들의 말을 빈다면 바람이 불면 훅 날아갈 듯한 체구였다. 그러나 타고난 재주였던지 겨울이면 스케트, 여름이면 륙상 등 운동을 특별히 잘하여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받군 했다.

초중 2학년 때의 ‘5.4’청년절 날이였다. 그날 목단강시 중심인 로동자문화궁 광장에서 처음으로 규모가 제일 큰 대중성 마라톤경기를 조직하였는데 년령대에 관계없이 중학생으로부터 사회 로동자들에 이르기까지 무릇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다 참가하여 진짜 누가 운동원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집에 입쌀이 없어 밥을 짓지 못해 그 전날 저녁 끓인 강냉이죽 한공기를 대충 먹고 학교에 집합하여 친구들과 같이 경기 장소로 갔다. 가보니 벌써 많은 운동원들이 모여서 완전 가관이였다. 목단강시 전 시에서 다 모였으니 그 운동원 행렬이 얼마나 굉장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로소 할 것 없이 모두다 열기 충천하여 줄지어 섰는데 모르긴 하겠지만 아마 겨우 137센치 밖에 안되는 나의 키가 제일 작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업일군이 나를 미심쩍게 바라보며 행렬 뒤 끝머리에 세워주는 것이였다. 속으로 못마땅했지만 순응해야 했다.

이윽고 예정된 시간이 되자 “땅!”하는 총소리와 함께 그 방대한 운동원 대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북의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운동하기에 딱 적합하였다. 마라톤경기 거리는 모두 6키로메터로 쉽지는 않았다. 모두다 숨이 차서 헐떡헐떡하며 약 절반을 뛰였나 싶을 때 벌써 많은 사람들이 퇴장하면서 행렬에는 운동원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끝까지 견지한 이들은 먼저 북산기슭에 도착하여 메시지 하나 받아들고 다시 스타트 장소이자 종점인 로동자문화궁 광장까지 왔다.

키가 제일 작아 유치원생 같은 내가 몇등 하였는가구요!? 난 자신도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따 냈다. 시상식에서 “목단강조선족중학교 허성옥 4등”이라고 발표하였을 때 관중석에서는 열렬한 박수갈채가 울려퍼졌다.

내가 상으로 마크와 필기장을 타고 내려오니 어머니가 막내동생을 등에 업은 채 삶은 계란 두개를 내 손에 쥐여주시는 것이였다. 그때까지 난 내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혼자인 줄로 알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정작 어머니가 동생을 업고 내 앞에 나타나니 진짜 너무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심정이였다. 솔직히 지금 같으면 자식들이 이런 경합에 참가하면 온 집안이 들썽이며 응원하느라 란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하여 부모들이 언제 자식들의 이런저런 일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내가 6남매중 맏이였으니 그 어린 동생들은 더구나 보살핌을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거기에다 어머니가 일년 가도 구경조차 못하는 계란을 들고 나오셨으니 나의 마음은 기쁜 나머지 둥둥 뜨는 것만 같았다.

그날 어머니는 내가 이렇게 큰 운동대회에 참가하면서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겨우 전날 저녁에 쑤어놓은 강냉이죽을 먹고 시합에 참가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생각다 못해 어머니는 손에 현찰이 없어 친구한테서 먼저 돈을 빌려 한동네 닭을 키우는 집에 가서 계란 다섯알을 사다가 삶아 동생들에게 세알을 남겨두고 나한테 두알을 가져왔던 것이다.

계란 두알을 건네주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핑 고인 것을 나는 보아냈다.나도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어머니는 나의 상장과 마크를 받아 들고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이렇게 큰 상 받았구나! 장하다 우리 딸! 이제라도 이 계란 먹어…” 하고 말씀하시였다.

가련한 천하의 부모 마음 어떻게 말 한마디로 다 표현하랴! 자신이 먹고 입지 못해도 자식들에게는 무엇이나 해주고 챙겨주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사랑의 눈물이 슴배인, 어머니가 넘겨주던 계란 두알은 영원히 나의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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