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이름 그대로 비벼먹도록 한 음식이다.
비빔밥은 식지 않은 고슬고슬한 흰밥에 볶은 소고기나 육회가 얹히고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등 거의 모든 데친 나물 종류가 얹히는 외에 닭알구이와 참기름 그리고 고추장이 얹혀져서 만들어진다. 비빔밥은 평양랭면 등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꼽혔는데 거기엔 풍부한 단백질, 칼시움과 칼리움, 철, 그리고 비타민A, B, C…가 들어있어 현대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을 방치해주는, 고섬유,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의 건강음식이다. 요즘 비빔밥의 류행 추세는 곱돌비빔밥이라고 한다.
비빔밥은 한족들의 물만두나 훈둔처럼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누구나 하기 쉽고 먹기 좋은 값싼 서민 음식이다. 하지만 비빔밥은 그 독특한 맛으로 해서 기타 여러 민족과 외국사람들에게도 널리 대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도 친구 혹은 손님이 오면 한달에 한번 쯤은 비빔밥집을 찾군 한다.
비빔밥을 먹다 보면 어쩌면 우리의 삶도 비빔밥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곧잘 들군 한다.
사람은 태여날 때 홀몸으로 태여나고 스스로 울음을 운다. 하지만 크면서 부모와 형제, 친구, 그리고 사회상의 각종 부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라는 천체에는 각자 부동한 국가, 부동한 지역, 부동한 민족, 부동한 풍습과 신앙… 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나라와 나라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신앙과 신앙 사이는 얼기설기 수많은 모순들로 엉켜있다.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듯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차별시하고 ‘큰사람’이 ‘작은 사람’을 차별시하고 큰 종교가 작은 종교를 차별시하는 현상을 도처에서 볼 수가 있다. 우리는 평화를 갈망하고 안녕과 친선, 친목을 바라지만 서로가 개잡은 포수처럼 우쭐렁거릴 때가 종종 있다. 여하를 떠나서 일방적으로 자기의 관점이나 생각 등을 강요하다 보면 나라와 나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는 불신과 반목으로 번져 전쟁이 빈번히 일어나고 시기와 질투 그리고 암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만큼 한 나라가 발전하고 사람사는 세상에 평화와 친선, 화목이 깃들려면 서로가 소 닭보듯 하기보단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지고 잘 어울려져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말에 독불장군은 외롭고 외딴섬은 무섭고 홀로 걷는 길은 멀다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아무튼 세상은 동떨어진 세상이 아니고 세상엔 영원한 강자가 없다. 살다 보면 누구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고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 ‘나’를 떠나서 우리라는 존재가 완정할 수가 없고 우리를 떠나서 ‘나’란 존재도 완정한 존재라 할 수 없다… 그만큼 삶의 길에서 서로가 아픔을 감내하고 서로가 사랑하고 베풀면서 산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안정되고 평화롭고 화기로와 그야말로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어떤 의미에서 말하면 비빔밥은 ‘엄마의 밥’이고 ‘누나의 밥’이고 ‘안해의 밥’이고 ‘한 민족의 밥’이다. 비빔밥에는 삶의 지혜가 깃들어있고 나름대로 사랑의 함의가 담겨져있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라도 한번쯤 비빔밥을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빔밥을 먹다 보면 엄마의 손맛같은 사랑과 배려가 가슴에 닿으면서 적어도 걸어온 삶을 한번 쯤은 더 돌아보게 되고 깊은 상념에 잠기지 않을가?
정녕 내 가슴의 사랑의 깊이는 어디 쯤이나 될가?…